다시 논의되는 법조인 양성제도

사법시험, 유일한 법조인 배출구인가

지역내일 2003-07-25
우리나라 법학과를 보면 일반 학과들과 차이가 없다. 4년간의 학부과정을 마치고 나면 법학학사학위를 받지만 대학 법학과를 나왔다고 법조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의과대학은 얘기가 다르다. 의사가 되려면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국가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의과대학생들을 의사와 거의 동일선상에서 보고 있다.
차이는 분명하다. 법조인이 되기 위해 치르는 사법시험은 법학대학 법학과를 나오지 않더라도 시험에 합격하면 판·검사, 변호사가 될 수 있는 반면 의사가 되려면 반드시 의과대학을 수료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법조교육의 이원화는 대학교 인문계 출신들뿐만 아니라 이·공계 출신까지 사법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신림동으로 몰려오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사법시험 합격자를 매년 1000명으로 늘리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이에 따라 대학 법학 교육의 무용론과 함께 사법시험 합격자들이 단순히 암기위주의 교육과 고시촌에서 문제풀이식 시험에 적응, 전문적인 법조인의 길도 막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변호사수 증가여부 쟁점 = 현재의 대학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의사와 마찬가지로 법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에게만 사법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95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된 법조인 양성제도의 각종 대안에서도 사법시험 응시제한이 명시돼 있다. 기존의 법학과를 나온 학생들과 법과대학원을 설치해 일정기간의 법학과정을 거친 사람들에게만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법학교수회 정용상 사무총장(부산외국어대 법학과 교수)은 “법과대학이 학부과정으로 바뀐 후 제대로된 법학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제대로 된 법학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사법시험과 대학교육이 상호연관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법조인이 되기 위한 국가 시험 1차에서 30%를 가량을 대학시험으로 대체하고 있다.
사법시험과 대학교육의 상호연관성은 사법시험 합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며 법학과와 법과대학원 졸업생들 대부분이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로스쿨제와의 접합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 사법시험 합격자수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변호사협회는 이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대한변협 이사로 토론회에 참석한 유중원 변호사는 “사법시험 합격자가 1000명으로 늘어나면서 변호사가 부족하다는 말은 거의 없어졌다”며 “법률서비스도 경제와 마찬가지로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생기는데 공급만 계속 늘리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송변호사 합격자수를 매년 1100명에서 800명으로 줄인 영국의 예를 들며 “변호사들을 더욱 늘리라는 말은 현실을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로스쿨 도입 현실적 대안되나 = 대법원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로스쿨제도는 지금보다는 제도화된 변호사 연수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법조인 교육도 체계화하고 사법연수원이 갖고 있는 한계도 극복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우선 비용과 시설, 인력의 문제가 꼽힌다. 대학에서 자발적으로 로스쿨을 만들어 운영할 때 교육의 질을 고려해 교수와 학생의 비율을 1: 12로 잡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법학과의 교수와 학생의 비율이 평균 1:50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문 교수진의 전폭적인 증원이 필요하다.
전문인력을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대학에서 이를 수용했을 때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 결국 미국과 같이 로스쿨의 학비가 엄청나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한국법학교수회 정용상 사무총장은 “비용부담으로 입학할 수 있는 계층이 제한되면 이는 또 다른 귀족법조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로스쿨 도입보다는 현재 사법시험의 출제방식을 개선해 대학의 법학과를 강화하는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 나기주 검사 역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로스쿨제도를 시행했을 때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 것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며 “상당한 부작용 발생이 우려되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로스쿨 도입 등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어 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일본의 제도개선 시험대 올라 = 법 제도가 우리 나라와 비슷한 일본 역시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오는 2006년부터 새로운 사법시험이 시행된다.
새로운 사법시험의 응시자격은 법과대학원 수료자와 예비시험 합격자에게만 주어진다. 법과대학원(로스쿨) 수료자의 70∼80%가 합격하기 때문에 사법시험 합격자 수가 3000명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3회만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일본은 그 동안 단 한번의 시험으로 인한 법조인 선발해 왔던 방식을 법학교육·사법시험·사법연수를 복합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법조인 양성방식을 개선시킨 것이다.
법조선발인원이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질적 하락 문제도 법과대학원(로스쿨)의 운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기대를 걸고 있다. 우리 나라에 로스쿨 도입을 우려하는 일부에서는 “일본의 로스쿨 제도의 도입과 시행과정을 참고해 받아들이자”는 조심스런 의견이 많다.
이번 대법원의 법조인 양성 토론회에 대해서는 “로스쿨에 대해 이제껏 논의된 것이 없기 때문에 시행방법과 절차 등을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논의를 시작했다는데 의의가 있으며 점차 논의의 방향을 구체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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