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노대통령, 왜 언론 탓만 하나(김옥조 2003.06.04)

지역내일 2003-06-03 (수정 2003-06-04 오전 10:47:10)
노대통령, 왜 언론 탓만 하나
김옥조 칼럼니스트 한림대학교 객원교수



월남전이 한창이던 1969년 11월. 미국 아이오아 주 디모인에서는 공화당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한줌도 안 되는 사람들이 … 우리 조국의 중대 문제를 선정하고, 제시하고, 해석하기를 제 마음대로 하고 있다.” 3대 TV 네트워크에 대한 부통령 애그뉴의 볼멘 일갈이었다. 그는 내친 김에 1주일 후 앨라바마 주에서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까지 사정권에 넣어 맹공을 가했다. 닉슨 정부의 월남전 수행에 사사건건 시비였던 주류 언론에 대한 그동안 쌓였던 불만의 폭발이었다. 이것이 이른바 ‘애그뉴 독트린’의 시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잇달아 언론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그의 방미외교, 일관성 없는 행정, 근친·측근들의 스캔들, 가벼운 언행에 대한 언론보도가 주된 불만요인이다. 이러한 불만표시는 취임 초부터 줄곧 이어져 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최근 며칠 사이에는 대통령비서실장과 문화부장관까지 나서 언론에 대한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대통령의 잔뜩 불편한 심기가 찐하게 묻어 나온다.
20여 년을 격해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한국에서 일어난 정부와 언론의 불편한 관계가 외형상으로는 아주 흡사하다. 그러나 내용상으로는 아주 판이하다. 당시 애그뉴의 발언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반응은 대단히 동정적이었다. 이들 주류 언론들도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한국은 딴판이다.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언론의 보도에 상당수 국민들이 공감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주변 비리의혹 보도 ‘국민의 알권리’ 대행
왜 그럴까. 우리 국민은 오래 동안 권력에 순치된 언론환경 속에 살아왔다. 권력에 저항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참 모습에 주려왔다. 애그뉴가 지적한 언론의 그늘진 일면에도 불구하고 권력에 맞선 당당한 언론을 갈구해왔다. 적어도 이 같은 당당한 자세는 이 정부의 주문사항이기도 했다. 정부와 언론이 당당히 제 갈 길을 가자고 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가 할 일은 자명해진다. 일을 잘 하는 것뿐이다. 대통령이 언젠가 말했듯이 적어도 “책잡히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책잡히는 일들이 수많이 반복되었다. 최근 일어난 일만 보더라도 하나 둘이 아니다.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를 두고 정부가 전교조와 교총 등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모습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기에 딱 알맞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정부가 있나 없나 하는 불안에 떨게 한다. 국민은 제발 정부가 줏대라도 잡아 주었으면 하는 심정이다. 아마추어에게 나라를 맡겼다는 얘기가 괜히 나온 소리가 아니다.
국민들은 그의 지나친 다변(多辯)과 실언에 대해서도 아주 불안하다. 그는 “대통령도 성자나 언어의 마술사가 아닐 진데 부적합한 말이 나오면 걸러주는 것이 과거의 관행 아니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대통령은 국가 원수고 행정부 수반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 그렇다면 오해의 여지가 있는 말은 처음부터 삼가야 한다. 아니면 사후에라도 즉각 고쳐야 한다. 그런 것 하기 위해 수많은 보좌관을 포진시켜 놓고 있는 것 아닌가.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대행한다. 언론의 취재대상이 된 대통령의 발언은 절대로 사사로울 수가 없다. 평시의 언어 습관으로 넘어 갈 일이 아니다. 일본의 ‘신문인의 양심선언’은 정치인 등 공인의 비보도 요청 발언(오프 더 레코드)은 원칙적으로 수용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에 손상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말을 기자가 마음대로 보도하지 않거나 고치는 것도 중대한 언론윤리 위반일 수도 있다.

감정 앞세워 언론 탓 말고 칭찬받을 국정펴야
그는 근친의 부동산투기 의혹보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의혹보도가 언론의 환경감시기능에 얼마나 기여하는가는 다 아는 사실이다. 작금의 의혹보도가 지나친 지 여부는 편집권의 영역이고 다툼이 있으면 사법부의 판단대상이다. 대통령의 근친·측근에 대한 얘기는 대부분 공적 관심사다. “공적 관심사에 대한 토론은 제한 없이, 활발하고 널리 개방되어야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공인에 대한 의혹보도는 정도만 지킨다면 활발하고 격렬할수록 좋다.
국민은 권력과 언론이 항상 팽팽한 긴장관계에 있기를 바란다. 언론이 입법·행정·사법부를 감시하는 제4부라는 말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권력으로부터 항상 불편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대통령은 언론의 이런 속성을 이해하고 언론에 책잡힐 일을 극력 피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이라는 직책의 무게를 깊이 인식해야 한다. 대통령 노무현은 이 나라의 꼭대기에 서 있다. 온 국민이 그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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