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남미형 경제추락 막으려면(권화섭 2003.06.26)

지역내일 2003-06-26 (수정 2003-06-26 오후 8:15:40)
남미형 경제추락 막으려면
권화섭 객원논설위원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적 화두는 국민소득 1만달러의 고비에서 그 위쪽의 선진국으로 뛰어오르냐, 아니면 과거 남미국가들처럼 내부갈등과 정치혼란으로 경제적 후퇴의 벼랑으로 떨어지는가에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주한 외국경제인들은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를 개선하지 못하면 경제적 선진화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런 점에서 조흥은행 노조의 파업에 이어 노동계가 하투(夏鬪)라는 이름으로 벌이고 있는 연쇄적 파업사태는 우리 경제에 적지않은 영향을 주는 중대한 문제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노동계의 파업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다루는 정부의 무원칙한 자세와 경제정책의 신뢰성 상실이다.
그동안 정부는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다스리겠다고 거듭 다짐해왔다. 그러나 이 다짐은 한번도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서 주한 외국경제인들은 “과거 정부가 이룩한 업적을 지금 정부가 하루아침에 다 까먹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투’ 실체 과장됐지만 경제 악영향 성찰 필요
우리는 이러한 외국인들의 비판을 액면 그대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줄파업의 실체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없지않기 때문이다.그러나 잇따른 파업이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에서 노사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노사문제가 좋은 방향으로 잘 풀리고 있는데 언론이 갈등을 더 크게 비추고 있다”는 편향된 사고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노사관계는 기본적으로 대립관계이다. 그런 만치 노사분규와 파업의 발생을 피할 수 없다. 여기서 문제는 그러한 진통을 통해 장기적으로 노사관계가 개선되어 가느냐, 아니면 악화되느냐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갈등과 대립관계를 다루는데 서툴다. 이웃 일본에서는 사실상 춘투(春鬪)가 사라지고 경제난 극복을 위한 노사협력이 기조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노사관계는 유례없는 “하투(夏鬪)”에다가 경제계의 “해외 공장이전” 위협이 교차되고 지극히 험악한 상황이다.
우리의 노사관계가 이처럼 악화된 것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노동-경제정책이 주된 원인이다. 노사관계는 정부의 개입 없이 노사자율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노사 양측이 그러한 자율해결 능력이 없고 분규의 장기화로 국민경제에 큰 손실이 야기될 위험이 있을 때는 정부의 개입과 조정이 필수적이다.
경제적 선진화는 물론이고 최소한의 안정을 위해서도 정부의 친노조 편향은 자제돼야 한다.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들은 노사관계와 관련하여 거듭 혼란스러운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정치에 끌려 다니는 한국경제의 위험한 곡예를 목격한다. 경제는 정치로부터 독립할 수 없다. 정치의 목적이 바로 경제적 파이를 재단하는 특권을 획득하려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논리로 불법파업을 용인하고 노사관계를 왜곡시켜서는 경제적 선진화는 불가능하다. 아니 남미형 경제추락을 피하기 어렵다.

파업 자제, 기업윤리 강화, 정부 장기전략 세워야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들이 노동계의 강경 투쟁에 끌려가고 있는 것은 경제성장에 대한 뚜렷한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노동계를 설득하지 못하는데 근본 원인이 있다. 과거 어느 정부보다 친노동적인 정부를 맞아 노동계가 정치적 대 정부 투쟁을 공언하고 있는 것도 경제성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사라진 데 그 원인이 있다.
이제 노조도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 지지율이 유례없이 54.8%선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기업도 공장 해외이전 등 강경자세만 보일 이 아니라 투명경영으로 기업윤리를 강화해 노조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
국민소득을 2만달러, 3만달러로 끌어올리려면 이를 위한 뚜렷한 비전과 확고한 장기전략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교육과 창의력이 그 전략의 요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경제개혁과 동북아 중심국가를 말하면서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격화시켜 교육과 창의력의 토대를 무너트리고 있다. 그것이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계산 때문이라면 너무나 황당한 일이다.

권화섭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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