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하고 딱딱한 말투 고쳤지요”

CEO, 서비스·친절교육 수강 붐 … 국제화시대 예절, 태도교정 프로그램도

지역내일 2003-08-19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고압적인 자세와 변화를 외면한 채 자신만의 고집을 지키는 것으로 상징되던 ‘사장’은 이제 옛말이 됐다.
명칭도 사장 대신 ‘CEO’가 더 익숙해졌고 심지어 서비스마인드나 친절교육을 받는 CEO까지 늘고 있는 추세다.
이른바 어깨에 힘을 빼고 눈 높이를 고객과 직원들에게 맞추는 ‘평등 사장’들이 보편화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와 컨설턴트들의 관측이다.

◆평등 커뮤니케이션, 효율 2배= 웅진식품에는 한 달 전 ‘타운미팅’이라는 제도가 도입됐다. 세계적 기업 GE를 벤치마킹한 프로그램인 이 미팅의 가장 큰 특징은 참여자가 직급이나 남녀의 성, 나이를 떠나 ‘이름’이나 ‘별명’만으로 참여한다는 것. ‘○○○ 부장’이 아니라 ‘홍길동’ 혹은 ‘두꺼비’로 만나는 것이다.
한 회사에 몸담고 있다지만 전국에서 모이다 보니 낯선 얼굴이 태반이다. 이 상태에서 제품 아이디어부터 내부문제, 경영에 이르기까지 분야에 상관없이 시기별 중점 주제가 정해진다. 조별 집중토론이 뒤따르고 마지막 날 이를 취합, 최종 개선점을 도출한다. 여기서 나온 대안은 바로 ‘웅진’의 과제로 채택된다.
‘타운미팅’의 힘은 이처럼 하나의 제안이 일주일도 안돼 기업과제로 추진되는 속도감에 있다. 지금 웅진식품 안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이 ‘타운미팅’의 제안자는 뜻밖에도 조운호 사장이다. 본부장도 소비자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의견을 내는 참여자 중 한 사람일뿐이고, 영업사원도 경영에 참여하는 ‘평등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사장이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이 제도를 도입한 조 사장의 배경 설명이 눈길을 모은다. 얼마 전에 받은 ‘리더십 자기 진단’에서 조 사장이 부족한 부분이 뭔가를 알고 택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결과를 보니 ‘피플 매니지먼트(People Management)’항목에서 창피하게도 60점 이하를 받았다.(다른 CEO에 비하면 평균 이상이긴 했다) 전략을 세우고 조정해 가며 진두지휘는 잘하는데 한 길을 가는 사람들을 신뢰하고 배려하지 못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분석자의 지적은 리더로서의 서비스 마인드 부족이었다. 대부분의 다국적기업 CEO들은 이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도 새롭게 알았다.”
조 사장은 지적받은 서비스 마인드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의 행동을 취했다. ‘타운미팅’은 웅진 안에서 이를 ‘시스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조치.
다른 하나는 서비스교육센터 ‘예라고’가 운영하는 CEO와 고급간부 대상 서비스매너교육 프로그램 ‘CLUB CEO’의 문을 두드린 것이었다. CEO는 기업의 대표, 그에 걸맞은 ‘품위’를 보여주는 것 또한 기업의 이미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서였다.

◆서비스 교육받는 CEO= 다국적 물류회사 ‘AIF 글로벌 네트워크’ 유재훈 사장이 지난달 초 (주)서비스교육개발원을 찾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회사 직원끼리, 혹은 국내 기업끼리는 더 이상 살지 못하는 시대다. 다국적기업이라 다른 지역 CEO를 자주 만나는데 그때마다 표현력, 매너에서 핸디캡을 느꼈다. 이전에도 말할 때 교만해 보인다는 얘기를 들을 적이 있어 이참에 무엇이 문제인지 보기로 한 것이다.”
각오는 했었지만 실전교육에 들어가자 웃지못할 일이 속출했다. KTF 조서환 상무는 ‘냅킨’에 얽힌 실수담을 털어놓았다.
“식사 중에 무릎 위에 올려놓는 냅킨을 어떻게 하는지 평소대로 해보라는 주문이 있었다. 대부분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바지벨트 안쪽에 양쪽 끝을 넣어 고정시켰다. 그것이 얼마나 흉한 모습인지 설명을 듣고는 참석자들이 한참 웃었다. 우리끼리라면 전혀 의식도 못했을 그 일이 만약 미국기업 CEO와 만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면 우리의 무심함을 드러내는 것 아니겠는가.”
와인 잔을 잡는 법, 명함을 건네는 법에서부터 악수하는 법, 심지어 축하의 박수를 건네는 모습도 교육의 대상이 되었다.
조 사장의 얘기다.
“박수를 치는 것에도 배려가 담겨 있었다. 크게 친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손바닥은 어긋나게 부딪히고 손과 몸, 시선이 받는 이를 향할 때 축하하는 마음이 깊이 있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다른 이를 배려하는 서비스는 그렇게 사소한 것에도 관심을 기울여 행동하는 것임을 새삼 느끼는 기회였다.”
매너교육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 사장처럼 본의와 다르게 ‘교만하다’는 인상을 주는 원인을 찾은 경우. 평소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에서 유 사장은 턱을 들고 대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교육을 받기 전까지는 그렇게 많은 단점이 있는지 몰랐다. 내려다보듯이 쳐다보는 습관부터 빠른데다가 부정확한 발음 등이 다 보였다.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제로 교만했고, 딱딱했던 것이다.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친 지금은 턱도 낮추고 부부동반 모임에 가면 아내의 코트를 받아 줄 정도로 발전했다.”

◆사장부터 ‘고객 만족’= 어떻게 보면 CEO들에게 매너교육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과정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아쉬울 것 없는 이들이 왜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하면서 창피를 자처할까.
이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부분은 ‘서비스교육은 직원들에게만 강요할 것이 아니더라’는 자각이다.
KTF 조서환 상무는 “직원들에게는 항상 ‘CS(고객 만족)’을 강조하지만 노력하지 않는 CEO나 간부들의 말은 설득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들은 ‘특별한 CEO’에 속한다. ‘예라고’의 허은아 대표의 설명이다.
“현장에 서비스교육을 가면 대표나 고위 간부는 ‘애들이나 잘하면 되지’ 하면서 아예 참석하지 않거나 뒷짐을 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람을 판단할 때 보이는 부분과 말하는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93%나 된다. 확대하면 한 사람의 대표가 기업 이미지의 93%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찌감치 이를 깨달은 이들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주)서비스교육개발원의 이종선 대표도 “가식이나 매너로 생각해 거부감을 갖는 이가 있겠지만 서비스교육은 다양한 코드의 메뉴를 가지는 것”이라면서 “서비스가 단순히 상대방에게 잘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을 제대로 나누는 방법이라면 다양한 메뉴로 인해 그만큼 경쟁력이 커지는 것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이에 관심을 가지는 CEO들도 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에 비해 교육을 받고 있는 CEO가 30% 이상 늘었다”면서 “전반적으로 경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호응도는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 손정미·김장환 기자 jmsh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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