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노 대통령의 언론 피해의식(임춘웅 2003.08.06)

지역내일 2003-08-05 (수정 2003-08-29 오후 2:32:38)
노 대통령의 언론 피해의식
임춘웅 객원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주말 정부의 장·차관급과 청와대 고위 참모진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제2차 국정 토론회에서 토로한 언론관은 하나의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노대통령과 이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갖고 있는 언론에 대한 시각이 기본적으로 매우 부정적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일이다. 정치권력과 언론의 관계는 언제나 불편하게 마련이어서 어느 정권 때나 권력의 언론에 대한 불만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대통령의 언론관은 정도를 지나쳐 이제는 무슨 대책이 나와야 할 때가 아닌가 저으기 염려스럽다. 우선 국정토론회에서 구사한 표현부터가 매우 생경하고 격앙돼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일부 언론에 대단히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데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데 필자는 동의한다. 지난 대선 때만 해도 주류언론이라 할 수 있는 몇몇 신문들은 경쟁 후보와 비교해서 노무현 후보를 현저히 불공정하게 대우했음은 신문을 조금만 유심히 보는 독자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불공평한 대접만이 아니라 부당한 비판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며 주류언론의 비주류 정권에 대한 매도와 비판은 현재도 별로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양길승 실장 향응파문도 비판하면 안되나
그러나 최근 대통령이 보여주는 일련의 언론관에는 노대통령 쪽에 문제가 없는가를 곱씹게 한다. 우선 국정토론회장의 성토만 해도 그렇다. 그런 얘기가 왜 나왔는지, 그 시점에 대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통령의 격노가 혹시 양길승 부속실장 향응접대 파문 보도와 관련이 있다면 이것은 대통령 쪽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일이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지방 유흥업자로부터 향흥과 함께 청탁을 받은 기강해이도 언론이 비판해서는 안되는 것인지 묻고싶다.
이에 앞서 6월초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나서서 언론이 대통령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느냐, 대통령을 언론이 근거 없이 흔들고 있다고 성토한 일이 있었다. 그때는 교육행정정보 시스템(NEIS)문제에 대처하는데 정부가 시쳇말로 냉탕 온탕을 거듭하고 있을 때였다.
이런 일련의 사태에서 우리가 주목하게 되는 것은 권력자들이 정부의 분명한 정책 실패와 권력의 비리를 언론의 권력비판 탓으로 돌리려는 정치적 역공세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일부 언론이 현 정권에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다고 해서 정부의 명백한 실정 책임마저 언론에 떠넘기려 하면 개혁정권의 도덕성마저 흔들리게 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대통령의 이런 인식이 공직사회 전체에 미칠 영향이다. 자칫하면 공직사회 전체가 언론과의 ‘전쟁’을 하게 되는 결과가 되지나 않을까 염려스러운 것이다.
다음으로는 현 정권이 언론의 권력 비판을 자기들만 당하는 부당한 ‘불이익’ 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이다. 언론의 권력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것이다. 김영삼 정권 이후 어느 정권이나 언론의 심한 견제를 받아왔다. 김영삼 정권도 취임 1년이 지나면서부터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이 언론의 비판을 받았으며 김대중 정권 때는 취임 초부터 퇴임하는 날까지 주류언론의 집요한 공격을 받았다. 노무현 정권만 당하는 일이 아닌 것이다.

‘언론과의 전쟁’보다 국정철학 당당히 펴야
정치권력의 언론에 대한 불만은 비록 한국만의 일도 아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언론은 닉슨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아 끝내 권좌에서 밀어 냈으며 최근에만 해도 빌 클린턴 정부는 시종 워싱턴 언론의 집중적인 공격의 표적이 됐었다.
우리만 당하고 있다는 생각, 우리만 특별히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현 정권 핵심부의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또 현 정권은 주류언론으로부터 그토록 불공정한 대접을 받으면서도 권력을 잡았다. 그런 정권이 무엇 때문에 언론의 일상 보도에 그토록 신경을 쓰는지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소신껏 일하고 있다면 언론의 보도에 과민한 반응을 보일 하등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맷집을 키우고 당당하게 개혁정권의 철학을 펼쳐 나간다면 역사는 이 정권을 언젠가 높이 평가하게 될 것이다.
임춘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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