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송두율과 유럽 공산당의 ‘전향’(주섭일 2003.10.16)

지역내일 2003-10-16 (수정 2003-10-16 오전 10:53:00)
송두율과 유럽 공산당의 ‘전향’
주섭일 본지 고문


1989년11월 베를린장벽붕괴 교훈을 송두율 교수가 성찰하지 않은 것 같다. 그는 1973년 북한노동당에 입당한 후 30년간 숨겨왔기 때문이다. 베를린장벽 붕괴는 냉전해체와 공산주의시대 종식에 역사적 의미가 있다. 나는 동독에서 루마니아까지 현장을 누비며 공산주의 몰락과정을 보도했다.
그런데 1991년 봄 명문대학 교수인 친구를 파리에서 만났다. 그는 대뜸 나에게 “왜 자꾸 거짓말을 쓰느냐? 공산주의가 절대로 붕괴되지 않는데 멸망하는 것처럼 보도하다니…”라고 비난했다. 나는 “프랑스신문도 보지 않느냐. 르몽드를 읽으면 알 수 있는 것을”이라고 응수하면서도 기가 막혔다. 그는 모일간지 서독주재 통신원이 ‘공산권은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라고 계속 쓰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장벽붕괴를 목격한 송 교수가 그 후 13년간 북한 노동당원이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베를린장벽이 붕괴되자 동독 공산당이 교훈을 먼저 읽었다. 곧바로 전당대회를 열어 의회민주제와 시장경제 도입을 선언하고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폐기함으로써 공산당간판을 내렸다. 말하자면 ‘동독 공산당의 전향’이었다. 그리고 체코, 헝가리, 폴란드, 불가리아 공산당이 차례로 사회민주주의로 ‘전향’했다.
루마니아 공산당은 7일간 시민전쟁 끝에 초세스쿠 당수 부처가 처형됨으로써 ‘전향’에 성공했다. 동독공산당의 전향은 1990년3월 자유선거실시로 우파 기민당이 승리함으로써 통일의 길을 열었다. 명문대 교수의 ‘거짓말’한다는 비난은 한국지식인들의 편향된 사고의 경직성을 설명해 준 것이다.
공산주의 멸망을 통한 냉전해체와 독일통일로 요약되는 베를린장벽의 교훈은 1990년 11월 22일 파리의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정상회담이 ‘파리선언’을 채택함으로써 확인되었다. 38명의 동서정상들이 서명한 ‘파리선언’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세계의 보편적 진리이며 국제사회가 수용할 것을 추천’함으로써 공산주의시대의 종막을 고했던 것이다.

소련 공산당수 고르비, ‘파리헌장’ 서명 ‘전향’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공산당서기장도 ‘파리선언’에 서명했음으로 민주주의의 세례를 받아 ‘전향’한 셈이다. 실제 고르비는 1년 후인 1991년 12월 24일 소련연방 해체를 선언함으로써 공산주의의 멸망을 고했다. 영국의 에릭 홉스봄과 프랑스의 에드가 모렝, 쟝 도르메송 등 석학들은 20세기 종결과 21세기 새로운 시대 개막이라고 해석했다.
동구 공산당의 ‘전향’은 곧 서구 공산당에 도미노를 일으켰다. 1992년5월 자유진영내 최대의 이탈리아공산당이 붉은 깃발을 내리고 사회민주주의로 ‘전향’, 진보민주당으로 거듭났다. 이들은 로마의 전당대회에서 ‘사회민주주의’에로 ‘전향’을 천명한 후 최후의 ‘인터내셔널’을 합창해 공산당에 종지부를 찍었다. 스페인공산당이 뒤를 이었고 아프리카와 쿠바를 제외한 중남미 공산당들도 ‘전향’대열에 가담했다.
서구 진보적 지식인들은 1956년 헝가리사태와 1968년 ‘프라하의 봄’을 계기로 대부분 ‘전향’했고 프랑스공산당 이론가 로제 가로디는 우파로 급선회했다. 이러한 ‘전향도미노’는 불행하게도 북한과 쿠바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베를린장벽붕괴의 교훈은 아무도 거역할 수 없는 진리가 되었다.
‘파리헌장’의 교훈을 그래서 북한도 끝까지 외면할 수 없다. 탈북자 행렬과 기아와 인권문제만 보더라도 그렇다. 송 교수는 베를린장벽 붕괴 현장인 독일에서 공부하고 가르친 지성인임에도 ‘부자간 권력세습의 전체주의적 독재자에게 충성했다니 불가사이한 일이다. 나는 노동당정치국 후보 서열 23위 증거가 없다는 재판결과를 보고 송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본지 칼럼을 부탁까지 했다.
지금 나는 사기당한 기분이다. 그의 귀국이 ‘송 교수의 정체’를 폭로했기 때문이다. 30년간 노동당 당원이었고 평양을 18번이나 왕래하며 8만 달러나 받았고 특히 충성맹세문까지 보낸 사실이 밝혀졌다. 동서경계선이 붕괴된 독일에서 그는 ‘중세적 암흑’을 선택하고 지금도 계속 경계인이라고 변명하나 설득력이 없다.

송 교수, 베를린장벽붕괴와 전향도미노 성찰을
베를린장벽 붕괴의 교훈은 공산주의 멸망 후 경계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체주의적 공산독재와 민주주의간의 경쟁은 끝났고 시장경제의 세계화시대에 경계는 사라졌다. 경계인이란 북한을 민주주의와 동격에 놓아 공산체제를 선전해주는 위장일 뿐이다.
이제 세계에는 보수주의와 사회민주주의간 희미한 선이 좌우를 가를 뿐이다. 그래서 ‘전향’ 표현을 아끼는 송 교수에게 베를린장벽 붕괴에 대한 성찰과 유럽공산당처럼 사회민주주의자로 ‘전향’을 권유한다.
르몽드지 도쿄특파원 필립 퐁스는 “유명한 반체제 인사이면서 북한정보원인 송 박사의 어려운 서울 귀향”이라 지적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며 투쟁한 순수한 반체제 인사들은 송 박사의 귀국으로 상처를 입고 배신감을 느낀다”고 평했다. 송 교수는 북한족쇄에서 해방돼야 한국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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