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을 몸에 맞추는 게 아니라, 몸을 의족에 맞추는 식입니다. 문자 그대로 뼈를 깎는 고통을 진짜로 느끼는 겁니다”
팔이나 다리가 절단된 장애인들은 의족이나 의수를 맞추면서 또 한 번 고통을 겪는다. 몸에 맞지 않는 보장구 때문이다. 제작한 의수나 의족이 맞지 않아 멀쩡한 뼈를 깎아 내는 일이 허다하다.
의수족(의수와 의족을 한꺼번에 부르는 말)은 팔다리를 대신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몸에 정확하게 맞지 않으면 통증이 생기고 그 상태가 지속되면 2차 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진모(28, 서울 송파구)씨는 2001년 지하철 플랫폼에서 시비가 붙어 선로로 떨어졌고 이 사고로 무릎 바로 윗부분이 절단됐다. 진씨는 어려운 형편에도 1300만원을 들여 의족을 맞췄다. 그리고도 진씨는 겨드랑이에 목발을 끼고서야 걸을 수 있었다.
진씨는 2년도 지나지 않아 통증이 심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지경이 되자 독일에 본사를 둔 한 보장구 업체를 찾았다. 상태를 확인한 결과, 몸에 제대로 맞지도 않고, 부품도 싸구려들로 돼있어 새로 맞춰야 할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진씨는 몸이 아픈데도 다시 그런 비용을 어디에서 구할지 난감한 상태다.
장애인 입양아 김모(7, 대전시) 어린이. 이 어린이도 어려서부터 의족을 사용했다. 비전문가인 양부모가 보기에도 의족의 양쪽 균형이 맞지 않아 보였다. 어머니는 밤마다 통증을 호소하는 아이가 안쓰러워 전문 기술자를 찾아갔다. 무릎용 제품을 써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양쪽의 균형이 맞지 않아 통증을 유발했다는 답을 들었다.
절단 장애인들에게 이런 일은 흔하게 일어난다. 큰 비용을 부담하고도 몸에 맞지 않는 의수족으로 고통받는 이유는 국내에 선진 제작기술이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대부분 서른 평도 안되는 작업장에서 의수족을 제작한다. 해부학 등 기초부터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이수 받은 기술자는 극소수이며 대체로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운 사람들이 보장구를 만들고 있다.
업체들이 싸구려 부품을 쓰는 것도 문제다. 환자들에게는 고급 부품을 쓴다고 하고는 가격이 저렴한 몇 개만 유명 제품을 쓰고 나머지는 값싼 중국산을 사용하는 것이 관행이다. 이렇게 제작된 보장구는 정품만 사용한 데 비해 수명이 훨씬 짧고, 중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보장을 받을 수가 없게 된다.
환자들은 보장구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 업체에서 좋은 부품이라며 비싼 값을 부르면 그대로 믿을 수 밖에 없다.
절단장애인협회 김진희 회장은 “독일의 오토복 제품의 경우 5년 동안 품질보증을 하지만 다른 부품을 섞어 쓰는 경우 문제가 생겨도 보상을 받을 수가 없다”며 “제작업체가 독일제를 사용했다고 해서 보상을 받으려고 업체를 찾은 분들중 중에 이런 경험을 한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환자가 직접 업체를 선정하고 싶어도 그렇게 하기 어렵게 돼있다. 각 병원이 지정한 업체만 병원에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은 이 업체를 통해서 보장구를 제작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절단 장애인들은 엄청난 비용을 무릅쓰고 보장구를 맞추러 해외로 나가고 있다. 보장구 선진국에서는 제작과정이 훨씬 더 정밀하고 정확하게 진행된다. 국내에서는 하루나 이틀만에 의수족을 제작하지만 영국이나 독일에서는 정확한 제작을 위해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
김진희 회장은 “절단장애인 커뮤니티 ‘데코’ 사이트에도 해외제작을 희망하는 회원들이 상당수 있다”며 “한 해에 수백명이 의수족을 맞추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경우 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었으며 영국에서 보장구를 맞췄다. 김씨는 의족을 하고도 짧은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고 다닌다. 의족으로도 스키를 타는 데 불편함이 없다고 한다.
건강보험이 거의 안되는 것도 환자들에게 큰 부담이다. 장애인 보장구에 대한 건강보험에서 지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헐값의 보장구 정도만 지원이 된다. 무릎 위가 절단된 경우 161만원 상당의 제품만 보험이 된다. 그러나 이 정도 장애인이 보통 쓰는 제품은 약 450만원이고 좋은 것은 700만원의 넘는다.
비현실적인 보험수가 때문에 보장구가 필요한데도 구입하지 못하는 장애인도 많다. 2000년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 보장구가 필요하지만 보유하지 못한 장애인이 약 15만5300명에 이른다.
김진희 회장은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가격의 제품은 품질이 너무 나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착용하면 아파서 쓰지 못하고 장롱속에 방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사용중 고장나더라도 복지부에서 정한 내구연한이 되기 전에는 수리에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것도 환자들의 부담을 무겁게 하고 있다.
/ 하채림 기자 chaerim@naeil.com
팔이나 다리가 절단된 장애인들은 의족이나 의수를 맞추면서 또 한 번 고통을 겪는다. 몸에 맞지 않는 보장구 때문이다. 제작한 의수나 의족이 맞지 않아 멀쩡한 뼈를 깎아 내는 일이 허다하다.
의수족(의수와 의족을 한꺼번에 부르는 말)은 팔다리를 대신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몸에 정확하게 맞지 않으면 통증이 생기고 그 상태가 지속되면 2차 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진모(28, 서울 송파구)씨는 2001년 지하철 플랫폼에서 시비가 붙어 선로로 떨어졌고 이 사고로 무릎 바로 윗부분이 절단됐다. 진씨는 어려운 형편에도 1300만원을 들여 의족을 맞췄다. 그리고도 진씨는 겨드랑이에 목발을 끼고서야 걸을 수 있었다.
진씨는 2년도 지나지 않아 통증이 심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지경이 되자 독일에 본사를 둔 한 보장구 업체를 찾았다. 상태를 확인한 결과, 몸에 제대로 맞지도 않고, 부품도 싸구려들로 돼있어 새로 맞춰야 할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진씨는 몸이 아픈데도 다시 그런 비용을 어디에서 구할지 난감한 상태다.
장애인 입양아 김모(7, 대전시) 어린이. 이 어린이도 어려서부터 의족을 사용했다. 비전문가인 양부모가 보기에도 의족의 양쪽 균형이 맞지 않아 보였다. 어머니는 밤마다 통증을 호소하는 아이가 안쓰러워 전문 기술자를 찾아갔다. 무릎용 제품을 써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양쪽의 균형이 맞지 않아 통증을 유발했다는 답을 들었다.
절단 장애인들에게 이런 일은 흔하게 일어난다. 큰 비용을 부담하고도 몸에 맞지 않는 의수족으로 고통받는 이유는 국내에 선진 제작기술이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대부분 서른 평도 안되는 작업장에서 의수족을 제작한다. 해부학 등 기초부터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이수 받은 기술자는 극소수이며 대체로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운 사람들이 보장구를 만들고 있다.
업체들이 싸구려 부품을 쓰는 것도 문제다. 환자들에게는 고급 부품을 쓴다고 하고는 가격이 저렴한 몇 개만 유명 제품을 쓰고 나머지는 값싼 중국산을 사용하는 것이 관행이다. 이렇게 제작된 보장구는 정품만 사용한 데 비해 수명이 훨씬 짧고, 중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보장을 받을 수가 없게 된다.
환자들은 보장구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 업체에서 좋은 부품이라며 비싼 값을 부르면 그대로 믿을 수 밖에 없다.
절단장애인협회 김진희 회장은 “독일의 오토복 제품의 경우 5년 동안 품질보증을 하지만 다른 부품을 섞어 쓰는 경우 문제가 생겨도 보상을 받을 수가 없다”며 “제작업체가 독일제를 사용했다고 해서 보상을 받으려고 업체를 찾은 분들중 중에 이런 경험을 한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환자가 직접 업체를 선정하고 싶어도 그렇게 하기 어렵게 돼있다. 각 병원이 지정한 업체만 병원에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은 이 업체를 통해서 보장구를 제작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절단 장애인들은 엄청난 비용을 무릅쓰고 보장구를 맞추러 해외로 나가고 있다. 보장구 선진국에서는 제작과정이 훨씬 더 정밀하고 정확하게 진행된다. 국내에서는 하루나 이틀만에 의수족을 제작하지만 영국이나 독일에서는 정확한 제작을 위해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
김진희 회장은 “절단장애인 커뮤니티 ‘데코’ 사이트에도 해외제작을 희망하는 회원들이 상당수 있다”며 “한 해에 수백명이 의수족을 맞추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경우 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었으며 영국에서 보장구를 맞췄다. 김씨는 의족을 하고도 짧은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고 다닌다. 의족으로도 스키를 타는 데 불편함이 없다고 한다.
건강보험이 거의 안되는 것도 환자들에게 큰 부담이다. 장애인 보장구에 대한 건강보험에서 지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헐값의 보장구 정도만 지원이 된다. 무릎 위가 절단된 경우 161만원 상당의 제품만 보험이 된다. 그러나 이 정도 장애인이 보통 쓰는 제품은 약 450만원이고 좋은 것은 700만원의 넘는다.
비현실적인 보험수가 때문에 보장구가 필요한데도 구입하지 못하는 장애인도 많다. 2000년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 보장구가 필요하지만 보유하지 못한 장애인이 약 15만5300명에 이른다.
김진희 회장은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가격의 제품은 품질이 너무 나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착용하면 아파서 쓰지 못하고 장롱속에 방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사용중 고장나더라도 복지부에서 정한 내구연한이 되기 전에는 수리에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것도 환자들의 부담을 무겁게 하고 있다.
/ 하채림 기자 chaer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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