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돈 정치’ 이번엔 끝장내자
임재경 언론인
지난 해 16대 대통령선거 당시 재벌급 기업을 대상으로 하여 이루어진 정당들의 모금 행각은 범죄조직의 수법을 방불케 한다. 그런데도 반성은커녕 눈곱만큼의 가책도 느끼지 않았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총장의 말대로라면 올 안에 기업 쪽 수사가 마무리된다고 하니 이른바 불법 대선 자금의 규모와 모금 방식 전모가 머지않아 밝혀질 모양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법률고문을 지낸 서정우 변호사가 어제 검찰에 구속되면서 드러난 ‘검은돈 트럭인계작전’은 첩보영화를 뺨칠 정도로 경악스럽다. 그럼에도 원내 제1당의 총무는 “역대 정권들 가운데서 패자에게 이렇게 가혹하게 나오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논평했다. 음미해 볼만한 반응이다.
이 말은 정치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더욱이 큰 선거를 치르려면 큰돈이 들어가게 마련인데 지나간 일은 덮어두는 것이 정권을 잡은 쪽의 아량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하긴 여태까지는 그렇게 지냈다. 요긴할 적마다 이따금 으름장을 놓는 일이 있어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세 사람은 대통령선거에서 진 쪽 후보자와 정당의 불법정치자금문제를 적당한 선에서 봉합했다. 그것은 물론 검찰이 권력의 충실한 시녀로 움직였던 때만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검찰이 집권당 대표와 현직 대통령 총무비서관의 불법행위(뇌물 혹은 정치자금 수수)에 손을 댔다면 거기서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이나 진배없지 않을 터이다.
한나라당, 첩보영화 뺨친 ‘검은돈 인계작전’
지난 2개월 남짓한 기간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제의, 야당들과 청와대의 <대통령측근 비리="" 특검법=""> 공방, 그리고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단식 및 국회 보이콧 등 일련의 대치극들은 이회창씨의 불법 대선 자금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함에 따라 모두 지나쳐 버린 장면이 된 꼴이다.
천재지변이나 전쟁과 같은 재앙이 일어나지 않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각 정당이 불법적으로 거두어들인 정치 자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1987년 이후 대선 때마다 수 조원으로부터 수 천 억원에 이르는 불법 정치자금의 오갔다는 항간의 풍설을 이제는 누구의 힘으로도 덮어 둘 수 없게 되었다.
안기부, 보안사, 검찰 등의 기구가 집권당의 창과 방패노릇을 할 적이면 몰라도 문민정부가 등장한지 10년이 된 시점에서 한 재벌이 어떻게 백억대의 불법정치 자금을 조성하여 야당 측에 제공할 수 있었는지가 궁금하다면 궁금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2002년 연초부터 12월 18일 대통령 선거의 투표가 있던 날까지 1년 내내 재벌급 기업의 열의 아홉은 이회창 후보의 승리를 의심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심지어 상당수는 앞을 다투어 이 후보 진영에 줄을 대려했다는 설이 유력했다.
위협적인 언행 끝에 돈을 반 강제로 모아 주었던지, 아니면 자발적으로 가져다바쳤든지 어느 쪽이건 간에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돈은 모두 불법이기는 마찬가지지만 양대 후보간의 선거 자금 규모에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가 숨어 있었던 셈이다. 그럼으로 예상이 빗나간 대통령 선거 결과에 낭패한 재벌들이 뒤늦게나마 성의 표시를 하기 위하여 백방으로 당선자 주변에 맴돌았던 흔적이 나타났으며 SK의 경우가 그 적나라한 사례라 할 것이다. 정경유착의 원초적이며 동시에 전형적 모습이다.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어제까지 관례 혹은 관행으로 굳어진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새삼스럽게 문제삼느냐고 묻는 사람이 적지 않으며 특히 내년 4월의 총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그런다는 것이 야당들의 주장이다.
정경유착 먹이사슬 단절못하면 ‘남미’된다
대통령이 선거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의회민주주의 근본을 모르는 소리고, 적어도 이 순간부터라도 돈 덜 드는 정치를 하겠다는 결의를 대통령이 표명하였다고 하여 누가 손가락질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엄혹한 내외 현실에서 지난날과 같은 불법 정치자금의 수수 관행을 이제라도 일소하지 않으면 나라의 장래가 위태롭다는 생각이 국민 저변에 널리 퍼져 있는 사실이다. IMF 이후에 빈부격차가 더 벌어졌고 그 결과로 신흥 공업국사이에서는 비교적 양호하였던 중산층의 비중이 급격히 흔들리는 사회적 양상들을 주목해야한다. 이런 현실에서 부패사슬의 가장 큰 고리인 정경 유착을 끊지 않는다면 아무리 번지르한 경제 정책도 결국은 실효를 걷기 힘들다는 것은 자명하다. 억지로 건, 순순히 건간에 백억대의 돈을 낸 재벌에 불리한 정책과 행정을 선택할 장사는 없는 법이다.
이번에 검은 정치자금의 큰 고리를 끊지 못하면 우리는 다시 30년 전으로 돌아가고 만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를 보라.대통령측근>
임재경 언론인
지난 해 16대 대통령선거 당시 재벌급 기업을 대상으로 하여 이루어진 정당들의 모금 행각은 범죄조직의 수법을 방불케 한다. 그런데도 반성은커녕 눈곱만큼의 가책도 느끼지 않았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총장의 말대로라면 올 안에 기업 쪽 수사가 마무리된다고 하니 이른바 불법 대선 자금의 규모와 모금 방식 전모가 머지않아 밝혀질 모양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법률고문을 지낸 서정우 변호사가 어제 검찰에 구속되면서 드러난 ‘검은돈 트럭인계작전’은 첩보영화를 뺨칠 정도로 경악스럽다. 그럼에도 원내 제1당의 총무는 “역대 정권들 가운데서 패자에게 이렇게 가혹하게 나오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논평했다. 음미해 볼만한 반응이다.
이 말은 정치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더욱이 큰 선거를 치르려면 큰돈이 들어가게 마련인데 지나간 일은 덮어두는 것이 정권을 잡은 쪽의 아량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하긴 여태까지는 그렇게 지냈다. 요긴할 적마다 이따금 으름장을 놓는 일이 있어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세 사람은 대통령선거에서 진 쪽 후보자와 정당의 불법정치자금문제를 적당한 선에서 봉합했다. 그것은 물론 검찰이 권력의 충실한 시녀로 움직였던 때만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검찰이 집권당 대표와 현직 대통령 총무비서관의 불법행위(뇌물 혹은 정치자금 수수)에 손을 댔다면 거기서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이나 진배없지 않을 터이다.
한나라당, 첩보영화 뺨친 ‘검은돈 인계작전’
지난 2개월 남짓한 기간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제의, 야당들과 청와대의 <대통령측근 비리="" 특검법=""> 공방, 그리고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단식 및 국회 보이콧 등 일련의 대치극들은 이회창씨의 불법 대선 자금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함에 따라 모두 지나쳐 버린 장면이 된 꼴이다.
천재지변이나 전쟁과 같은 재앙이 일어나지 않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각 정당이 불법적으로 거두어들인 정치 자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1987년 이후 대선 때마다 수 조원으로부터 수 천 억원에 이르는 불법 정치자금의 오갔다는 항간의 풍설을 이제는 누구의 힘으로도 덮어 둘 수 없게 되었다.
안기부, 보안사, 검찰 등의 기구가 집권당의 창과 방패노릇을 할 적이면 몰라도 문민정부가 등장한지 10년이 된 시점에서 한 재벌이 어떻게 백억대의 불법정치 자금을 조성하여 야당 측에 제공할 수 있었는지가 궁금하다면 궁금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2002년 연초부터 12월 18일 대통령 선거의 투표가 있던 날까지 1년 내내 재벌급 기업의 열의 아홉은 이회창 후보의 승리를 의심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심지어 상당수는 앞을 다투어 이 후보 진영에 줄을 대려했다는 설이 유력했다.
위협적인 언행 끝에 돈을 반 강제로 모아 주었던지, 아니면 자발적으로 가져다바쳤든지 어느 쪽이건 간에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돈은 모두 불법이기는 마찬가지지만 양대 후보간의 선거 자금 규모에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가 숨어 있었던 셈이다. 그럼으로 예상이 빗나간 대통령 선거 결과에 낭패한 재벌들이 뒤늦게나마 성의 표시를 하기 위하여 백방으로 당선자 주변에 맴돌았던 흔적이 나타났으며 SK의 경우가 그 적나라한 사례라 할 것이다. 정경유착의 원초적이며 동시에 전형적 모습이다.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어제까지 관례 혹은 관행으로 굳어진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새삼스럽게 문제삼느냐고 묻는 사람이 적지 않으며 특히 내년 4월의 총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그런다는 것이 야당들의 주장이다.
정경유착 먹이사슬 단절못하면 ‘남미’된다
대통령이 선거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의회민주주의 근본을 모르는 소리고, 적어도 이 순간부터라도 돈 덜 드는 정치를 하겠다는 결의를 대통령이 표명하였다고 하여 누가 손가락질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엄혹한 내외 현실에서 지난날과 같은 불법 정치자금의 수수 관행을 이제라도 일소하지 않으면 나라의 장래가 위태롭다는 생각이 국민 저변에 널리 퍼져 있는 사실이다. IMF 이후에 빈부격차가 더 벌어졌고 그 결과로 신흥 공업국사이에서는 비교적 양호하였던 중산층의 비중이 급격히 흔들리는 사회적 양상들을 주목해야한다. 이런 현실에서 부패사슬의 가장 큰 고리인 정경 유착을 끊지 않는다면 아무리 번지르한 경제 정책도 결국은 실효를 걷기 힘들다는 것은 자명하다. 억지로 건, 순순히 건간에 백억대의 돈을 낸 재벌에 불리한 정책과 행정을 선택할 장사는 없는 법이다.
이번에 검은 정치자금의 큰 고리를 끊지 못하면 우리는 다시 30년 전으로 돌아가고 만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를 보라.대통령측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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