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정책법원 가능성 제시

‘여성 종중 인정 여부’첫 공개 변론 … 여성의 역할 변화 수용 여부 열쇠

지역내일 2003-12-19


실무법원을 강조해 온 대법원이 사회 중요 사건에 관해 방향을 제시할 정책법원의 역할을 담당할까
지난 8월 대법관 제청 파문 당시 본격 제기된 ‘대법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최근 출범한 사법개혁위원회가 주요 안건으로 상정한 가운데 18일 대법원에서 열린 첫 공개변론은 대법원의 변화가능성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
첫 공개변론 사건은 용인 이씨 사맹공파 여성 5명이 종회를 상대로 출가한 여성에게 종원자격을 인정해 달라는 ‘종회회원확인’ 소송.
이 사건이 사회적 관심을 끄는 이유는 호주제 폐지 등 여성 권익이 점차 신장해 가는 시점에서 가장 폐쇄적 제도로 알려진 ‘종회’ 가 여성을 회원으로 인정한다면 가부장적 가족제도 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종중재산의 분배’라는 사회변화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 지가 매우 중대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변화 VS 보수 = 원고측 주장의 핵심은 역시‘변화’다. 황덕남 변호사는 “매장보다 화장비율이 높아지고 전통 제례를 하지 않는 종교인 수가 증가하면서 분묘수호와 봉제사에 관한 종중 역할의 축소는 당연하다”며 “후손들간의 친목도모와 복리증진으로 종중의 역할이 변화하는 만큼 이 부분에서 여성 제외는 자의적인 차별”이라고 말했다.
또한 황 변호사는 “이 사건 청구 역시 시대적 변화에 따른 경제적 이해관계의 충돌이 발단”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피고측 민경식 변호사는 “세상은 늘 변한다”며 “그러나 바뀌더라도 급하게, 천천히 바뀔 것이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바뀌지 말고 유지될수록 좋은 것도 있다”며 “종중은 관습법에 의해 형성돼 왔으므로 모든 사람의 생각이 바뀌지 전에 인위적으로 바꿀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큰 줄기의 대립구도에서 ‘종중과 종회의 개념 구분’,‘여성을 인정하는 종회의 사례’등 구체적인 공방이 이어졌다.
◆대법관 ‘사회변화’ 여부 질문 = 사건을 진행하는 13명의 대법관은 참고인(전문적 식견을 가진 사람)의 진술이 끝나자 활발한 질문을 펼쳤다. 처음에는 무뚝뚝하게 사건을 관망하던 대법관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쟁점에 빠져들었다.
많은 질문 중‘여성의 역할 변화’에 대한 사회적 현상을 알아보기 위한 질문들이 눈에 띄었다.
참고인인 성균관 전례연구위원장 이승관씨가 진술에서 “사회가 변화하고 있지만 남성만이 종회에 참석해야 한다”고 발언한데 대해 윤재식 대법관은 “남성중심의 종회를 바꾸기에는 아직 변화가 미흡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이것이 변하지 말아야 할 개념인지를 구분해 달라”고 물었다. 이씨는 “다양한 형태의 분묘 수호와 제사봉행은 나올 수 있지만 개념은 바뀔 수 없다”고 답했다.
또 ‘얼마나 많은 종회에서 여성을 중종으로 인정하는 지’시대적 변화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강국 대법관은 “안동 종중 70%가 종회에 여성이 참석한다고 했는데 중요 결정에 참여한 것인지 아니면 단지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덕승 안동대 교수는 “복리증진 분야에는 활동이 활발하지만 ‘봉제사나 분묘수호’에는 출가여성의 참여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절차 따라 쟁점 부각 = 약 3시간 20분에 걸쳐 진행된 이번 공개변론은 절차에 따라 큰 무리없이 진행됐다. 충분한 상호간의 의견제시로 쟁점도 자세히 드러났다.
공개변론은 원고측 변론 후 대법관 질문 30분 → 피고측 변론 후 대법관 질문 30분 → 참고인 진술 각 15분 후 양측 의견진술 및 대법관 질문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최종영 대법원장은 변론시작 전 “사회 각층의 이해가 충돌하고 일반 국민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듣게 됐다”며 “개정된 민사소송법에 따라 사회적 이슈가 되는 중요사안을 선택해 공개변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개변론은 한차례로 종결됐고 재판부가 기록검토를 거쳐 합의가 이뤄지면 선고를 하게된다.
대법원은 공개변론을 위해 지난 10월부터 대법정 개·보수 공사를 했으며 이날 취재진 50명과 방청객 200명이 참석해 높은 사회적 관심을 반영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