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도둑’과 ‘작은 도둑’의 차이는?
안병찬 경원대학교 초빙교수·언론학
‘빈 배’(虛舟)의 빈소. 세 정권의 실세로 화려한 정치인생을 산 김윤환 전의원이지만 죽음은 허망하다. 그 영정 앞에서도 정치인들은 정치자금 문제를 놓고 입씨름을 했다고 한다. 청와대와 여·야는 불법 대선자금에서 죄질의 경중을 놓고 다투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상대평가’의 전술을 쓴다. 우리 편의 ‘상대적 비교우위’를 역설하는 것이다. 얼마 전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원내 대표는 관훈클럽 조찬 간담회에서 고백성사와 정치 도덕성에 관한 필자의 질문에 다음 ‘요지’로 답했다.
질문 :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하고 보조를 맞춰서 새로운 세력은 도덕적으로 완벽해야 된다, 이걸 내세우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도덕적으로 여기저기 흠이 간 흔적들이 나타나는데, 겨 묻은 것하고 똥 묻은 것하고 어떻게 다르냐, 오십보백보냐, 차이가 있는 거냐, 이것에 대해서 대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답변 : 정치지도자가 사과하고 고해성사를 할 때는 구체적인 진상을 밝히고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겨 묻은 개하고 똥 묻은 개가 어떤 차이가 있느냐, 저는 그게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늘 높은 데서 보면 다 같은 똥개일지 모르겠지만 겨하고 똥은 굉장한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이것을 주관적으로 주장해서는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제도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덕적 자부심 없이 시민사회의 리더십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추가 질문 : 기득권 세력은 과거에 썩어 삼정문란의 지경이 돼서 밀려서 지금 이렇게 정권을 놓쳤지요. 새로운 세력은 도덕성을 천명한 마당에 그 얘기는 접어두고 우리는 좀 덜 먹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낫다. 이런 논리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지 않으냐 그런 생각을 갖는데요.
‘검은돈’ 비교우위론, 작은 도둑은 도둑 아닌가
답변 : 이건 양보하고 싶지 않습니다. 해방 이후 일제 하에서 친일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느냐 이런 얘기에 대해서 저는 단호히 반대합니다. 역시 친일한 사람보다는 독립운동한 사람이 훨씬 나은 거고요, 독립운동 하다가 중간에 탄압 때문에 다소 중단했더라도 독립운동 한 분들이 나은 것처럼 명백하게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보다 낫습니다. 그리고 똥은 냄새도 나고요. 그래서 이 차이를 구별하는 것이야말로 저는 분별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근태 원내대표의 말은 설득력이 없다. 지나치게 자기 옹호적이다. 독립지사와 친일파, 탄압에 굴복한 독립운동 중단자의 구별을 작금의 불법 정치자금이나 정치부패의 상대적 비교론과 한 축에 놓고 보는 것은 무리하다. 그렇다면 대도(大盜)의 대탐과 덕인(德人)의 소탐을 어떻게 판별할 텐가. 금주 초의 열린우리당 최고지도부회의 석상도 불법 대선자금을 상대평가하는 말재간의 자리였다고 한다. 열린우리당의 ‘상대적 비교우위론’을 중계하면 이렇다.
“오십보 백보는 같을지 모르지만 십보와 백보는 다르다.”(노무현 대통령의 10분의 1 정계은퇴론을 두둔하면서) “범죄집단보다 더한 수법으로 돈을 뜯어 선거 치른 사람과 돈 안 쓰려고 발버둥쳤던 사람을 오십보 백보로 보면 안 된다.” 이런 발언은 많은데 반성하고 사과하는 말은 한 마디도 없었다는 것이 현장 취재를 한 기자의 지적이다. 이를테면 작은 도둑은 도둑도 아니라는 식의 자가당착적 궤변으로 들렸다는 말이다.
노 대통령의 최 측근인 ‘좌 희정 우 광재’에 이어 여택수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까지 불법대선자금을 받은 것이 드러났다. 그러나 청와대 일각에서는 비난여론에 맞서 공격적 변호를 하고 있다고 들린다. 한 청와대 인사는 어떤 의미에서는 그들이 불법자금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제물이 돼서 시대적 소명를 달성하려 한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우리당 말장난 그만, ‘절대평가’ 받으라
전 청와대 정책수석실 행정관은 대통령 측근 인물들이 불법 대선자금에 연루된 것을 옹호하면서 과거 수천억 수백억에 비해 형편없이 작은 액수이며 이런 양적 차이는 단지 10분의 1로 줄었다는 관점에서만 볼 수 없는 혁명적 변화로, 기존 정치권의 불법 대선자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항변이다. (내일신문 12월 18일자)
사람들을 평가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상대평가는 사람들이 행한 결과를 상호 비교하여 그 우열을 비평하는 방법이다. 이와 달리 절대 평가는 개개인만 보고 평가한다. 이 사람과 저 사람의 상호간 우열은 비교하지 않는다. 목표를 어느 정도로 달성했나를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원동력이 ‘깨끗하고 자발적인’ 지지자의 성금인 ‘돼지 통장’이라고 믿고 있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얘기하다가 우리들이 얼마나 바보였는지 모른다며 실소했다. 이미 소탐대실 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지금이라도 ‘말장난’을 중단하고 불법자금의 ‘절대평가’를 받아야 옳다.
안병찬 경원대학교 초빙교수·언론학
‘빈 배’(虛舟)의 빈소. 세 정권의 실세로 화려한 정치인생을 산 김윤환 전의원이지만 죽음은 허망하다. 그 영정 앞에서도 정치인들은 정치자금 문제를 놓고 입씨름을 했다고 한다. 청와대와 여·야는 불법 대선자금에서 죄질의 경중을 놓고 다투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상대평가’의 전술을 쓴다. 우리 편의 ‘상대적 비교우위’를 역설하는 것이다. 얼마 전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원내 대표는 관훈클럽 조찬 간담회에서 고백성사와 정치 도덕성에 관한 필자의 질문에 다음 ‘요지’로 답했다.
질문 :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하고 보조를 맞춰서 새로운 세력은 도덕적으로 완벽해야 된다, 이걸 내세우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도덕적으로 여기저기 흠이 간 흔적들이 나타나는데, 겨 묻은 것하고 똥 묻은 것하고 어떻게 다르냐, 오십보백보냐, 차이가 있는 거냐, 이것에 대해서 대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답변 : 정치지도자가 사과하고 고해성사를 할 때는 구체적인 진상을 밝히고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겨 묻은 개하고 똥 묻은 개가 어떤 차이가 있느냐, 저는 그게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늘 높은 데서 보면 다 같은 똥개일지 모르겠지만 겨하고 똥은 굉장한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이것을 주관적으로 주장해서는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제도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덕적 자부심 없이 시민사회의 리더십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추가 질문 : 기득권 세력은 과거에 썩어 삼정문란의 지경이 돼서 밀려서 지금 이렇게 정권을 놓쳤지요. 새로운 세력은 도덕성을 천명한 마당에 그 얘기는 접어두고 우리는 좀 덜 먹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낫다. 이런 논리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지 않으냐 그런 생각을 갖는데요.
‘검은돈’ 비교우위론, 작은 도둑은 도둑 아닌가
답변 : 이건 양보하고 싶지 않습니다. 해방 이후 일제 하에서 친일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느냐 이런 얘기에 대해서 저는 단호히 반대합니다. 역시 친일한 사람보다는 독립운동한 사람이 훨씬 나은 거고요, 독립운동 하다가 중간에 탄압 때문에 다소 중단했더라도 독립운동 한 분들이 나은 것처럼 명백하게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보다 낫습니다. 그리고 똥은 냄새도 나고요. 그래서 이 차이를 구별하는 것이야말로 저는 분별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근태 원내대표의 말은 설득력이 없다. 지나치게 자기 옹호적이다. 독립지사와 친일파, 탄압에 굴복한 독립운동 중단자의 구별을 작금의 불법 정치자금이나 정치부패의 상대적 비교론과 한 축에 놓고 보는 것은 무리하다. 그렇다면 대도(大盜)의 대탐과 덕인(德人)의 소탐을 어떻게 판별할 텐가. 금주 초의 열린우리당 최고지도부회의 석상도 불법 대선자금을 상대평가하는 말재간의 자리였다고 한다. 열린우리당의 ‘상대적 비교우위론’을 중계하면 이렇다.
“오십보 백보는 같을지 모르지만 십보와 백보는 다르다.”(노무현 대통령의 10분의 1 정계은퇴론을 두둔하면서) “범죄집단보다 더한 수법으로 돈을 뜯어 선거 치른 사람과 돈 안 쓰려고 발버둥쳤던 사람을 오십보 백보로 보면 안 된다.” 이런 발언은 많은데 반성하고 사과하는 말은 한 마디도 없었다는 것이 현장 취재를 한 기자의 지적이다. 이를테면 작은 도둑은 도둑도 아니라는 식의 자가당착적 궤변으로 들렸다는 말이다.
노 대통령의 최 측근인 ‘좌 희정 우 광재’에 이어 여택수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까지 불법대선자금을 받은 것이 드러났다. 그러나 청와대 일각에서는 비난여론에 맞서 공격적 변호를 하고 있다고 들린다. 한 청와대 인사는 어떤 의미에서는 그들이 불법자금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제물이 돼서 시대적 소명를 달성하려 한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우리당 말장난 그만, ‘절대평가’ 받으라
전 청와대 정책수석실 행정관은 대통령 측근 인물들이 불법 대선자금에 연루된 것을 옹호하면서 과거 수천억 수백억에 비해 형편없이 작은 액수이며 이런 양적 차이는 단지 10분의 1로 줄었다는 관점에서만 볼 수 없는 혁명적 변화로, 기존 정치권의 불법 대선자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항변이다. (내일신문 12월 18일자)
사람들을 평가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상대평가는 사람들이 행한 결과를 상호 비교하여 그 우열을 비평하는 방법이다. 이와 달리 절대 평가는 개개인만 보고 평가한다. 이 사람과 저 사람의 상호간 우열은 비교하지 않는다. 목표를 어느 정도로 달성했나를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원동력이 ‘깨끗하고 자발적인’ 지지자의 성금인 ‘돼지 통장’이라고 믿고 있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얘기하다가 우리들이 얼마나 바보였는지 모른다며 실소했다. 이미 소탐대실 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지금이라도 ‘말장난’을 중단하고 불법자금의 ‘절대평가’를 받아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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