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정달영 2003.12.29)

지역내일 2003-12-29 (수정 2003-12-29 오전 10:54:15)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정달영 언론인

2003년이 이제 사흘이면 다 저무는 때, 28일자로 천주교 서울 대교구에서 특별담화문 하나가 발표됐다. 그 제목이 “한국 사회의 신빈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라는 질문형, 또는 비탄형의 문장이다.
내용이 범상치 않아 보인다. 발표 명의는 사회사목 담당 교구장 대리 김운회 주교다. 세밑에 몰아치는 찬바람을 더 춥고 스산하게 만드는, 국가적 난제인 신빈곤을 교회가 안에서 또 밖에서, 우리 사회의 공개적 담론으로 진지하게 끌어안고 나오는 장면이다.
빈곤 문제에 대해, 특히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시장질서 아래서 나날이 심화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대해, 그로써 빈곤의 나락으로 하염없이 빠져드는 서민들의 처지에 대해서, 교회가 관심을 표시하고 대책을 촉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기적으론 오히려 늦었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400만명에 육박하는 신용불량자가 ‘쫓기고’ 있다. 기초생활보장법 수급권자는 137만 명이지만, 이른바 차상위계층이라고 하는, 언제라도 최저생계수준 이하로 떨어질 수 있는 불안정 빈곤층이 460만 명쯤이다. 독거노인, 저소득장애인, 소년소녀가장에다 점심 굶는 아이들까지 합치면 그 숫자 믿기 어려울 정도다.

세밑 천주교가 제기한 ‘한국사회의 신빈곤’
주택보급률은 106%나 되는데도 제 집에 사는 국민은 절반 정도(자가점유율 54.2%, 2000년 통계)에 지나지 않는다.
집 3채 이상 소유자가 100만 명을 넘는다는 통계 한편에 단칸 셋방 거주자가 서울에만 300만을 넘는다는 숫자도 있다. 말이 단칸이지 지하셋방, 비닐하우스, 쪽방 등을 사람 사는 집이라 할 수 있겠는가.
김 주교의 특별담화문은 그래서 “거주하지도 않으면서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2채 이상 소유하는 행위는 집 없는 이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단죄해야 할 대죄(大罪)” 라고 단언한다. 죄 값 받아 마땅한 일이라는 것이다.
김 주교는 또 “빈곤의 악순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감에서 하루 평균 30여 명이 귀중한 목숨을 끊는 가슴 아픈 현실”을 지적한다. 자살자 통계를 보면 빈곤이 원인인 ‘생계형 자살’은 2000년 3.9%에서 올 들어 6.8%로 급증 추세다. 연간 자살자 총 숫자도 외환위기 때 4자리로 진입한 이후, 해마다 기록을 바꾸고 있는 중이다. 2002년 경우 하루 36명꼴이었다.
2003년은 ‘사회적 타살’로서의 자살이 시대의 열쇠 말(이른바 키워드)이 된 해였다. 충격적인 자살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던 지난여름 ‘자살증후군’을 보도한 어느 신문의 제목은 ‘간밤엔 또 누가…’였다.
30대 주부 3자녀 동반 자살의 비보에 이은 현대 정몽헌 회장의 투신자살, 손배가압류와 비정규직차별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잇단 자살과 분신, 농민 대표의 멕시코 원정자살, 고3생들의 수능 성적비관 자살에 이어 강제추방 위협에 쫓긴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의 자살에 이르기까지, 2003년이 세상에 드러내 보여준 것들은 우리 사회 모순이 일시에 표출된 듯한 충격적인 경연장이다.
빈곤 자살들에선 치유할 길 없고 위로받을 길 없었던 상대적 박탈감, 죽음보다 더 깊었던 절망감이 묻어난다.

가난 대물림하는 나라 ‘사랑의 승리’가 희망
서울시는 ‘임대주택 10만 가구’ 보급 목표를 채우기 위해 강남권 등 4개 권역의 그린벨트 지역을 해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빈곤의 대물림’이 특징인 신빈곤의 3대 요인이 주거, 의료, 교육비라고 할 때 임대주택 보급은 그 중에도 국가가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 펼칠 수 있는 가장 사활적인 중요정책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임대''는 지역주민들이 제일 먼저 ‘반대’하고, 지자체가 제일 먼저 ‘기피’하는 것이 현실이다. ‘임대’는 동네 ‘수준’과 집값을 떨어뜨린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이 많아져 세수보다 지자체 지출이 더 많다…등 가당찮은 이유가 거기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처럼 영악하고 천박해졌다. 민주주의 할 자격에서 아직 한참 먼 것인지 모른다.
2004년 1월 1일 ‘평화의 날’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 - 옴니아 빈치트 아모르(Omnia Vincit Amor)’를 메시지로 전했다. 새해에는 국민 모두가 벼랑 끝에 몰린 우리 이웃들에게 손을 내밀어, 마침내 절망을 이겨내는 사랑의 승리자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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