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희망이다] - "수요자 중심 교육, 폐교막아”
시골학교에 학생 몰려들어 … 공교육에도 희망의 싹이
지역내일
2004-01-12
(수정 2004-01-12 오후 1:33:36)
경기 가평 마장초등학교 최일성 교장
불법 대선자금, 무더기 구속, 극한 정쟁 등 우울한 뉴스로 새해를 열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는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내일의 희망이 있다. 신기술 개발로 미래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기술.경제인들,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솔선해서 지워내는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죽었다는 공교육에서도 희망의 싹을 튀우는 교육자들이 한국 사회를 굳건하게 떠받치고 있다. 내일신문은 묵묵히 일하는 희망의 사람들을 발굴, 소개하는 연중기획을 싣는다. / 편집자 주
“수요자 중심 교육을 할 의지만 있다면 더 이상 시골학교가 폐교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 폐교를 눈앞에 뒀던 한 시골학교에 아이들이 몰려드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이 기적의 원동력이 학생·학부모 등 교육수요자를 중심으로 문제해결에 나선 한 노 교장의 노력이라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마장초등학교는 2000년 학급 수 3학급, 학생수 34명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였다. 당시 가평교육청은 분교장 격하는 물론 폐교까지 검토했다.
기적이 시작된 건 1999년 최일성 교장이 부임하면서다. “신입생이 단 두 명이라 입학식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정말 난감했다”고 최 교장은 당시 학교 분위기를 설명했다.
최 교장은 올해로 교육계에 몸담은 지 43년이다. 이 긴 세월의 마지막 기억 대상인 마장초등학교의 폐교위기를 방치할 수 없었다.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희망을 잃어버린 학부모들을 설득, 영어 원어민 교사 초빙을 제안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최 교장은 “이런 시골까지 학원버스가 왔다”며 “아이들은 영어·미술·음악을 배우러 읍내 학원으로 달려갔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학생·학부모가 바라는 교육수요를 학교가 해결해주는 것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후 최 교장은 인근 춘천의 학원가를 직접 돌며 원어민교사를 찾아 나섰다. 이렇게 초빙된 ‘원어민교사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도시 같으면 한달에 수 십 만원을 투자해야 학원에서 만날 수 있는 원어민교사를 학교에서 만날 수 있는 마장초등학교 소문은 금새 군 전역으로 퍼졌다. 이 결과 읍내로 전학 갔던 아이들의 U턴이 시작됐고, 학생수도 단숨에 100명대를 회복했다.
이후에도 최 교장의 수요자중심 교육은 중국어, 미술, 무용, 수영 등으로 이어졌고, 마장초등학교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시골학교가 됐다.
최 교장은 앞으로 계획에 대해 “현재 131명인 학생 수를 정년인 오는 8월까지 160명까지 늘릴 생각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여건 탓하는 교장·교감들이 많은데 이들이 변하지 않으면 많은 시골학교가 문을 닫을 것”이라며 “예산이 먼저가 아니라 교장의 의지가 학교를 살릴 수 있느냐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불법 대선자금, 무더기 구속, 극한 정쟁 등 우울한 뉴스로 새해를 열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는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내일의 희망이 있다. 신기술 개발로 미래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기술.경제인들,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솔선해서 지워내는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죽었다는 공교육에서도 희망의 싹을 튀우는 교육자들이 한국 사회를 굳건하게 떠받치고 있다. 내일신문은 묵묵히 일하는 희망의 사람들을 발굴, 소개하는 연중기획을 싣는다. / 편집자 주
“수요자 중심 교육을 할 의지만 있다면 더 이상 시골학교가 폐교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 폐교를 눈앞에 뒀던 한 시골학교에 아이들이 몰려드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이 기적의 원동력이 학생·학부모 등 교육수요자를 중심으로 문제해결에 나선 한 노 교장의 노력이라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마장초등학교는 2000년 학급 수 3학급, 학생수 34명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였다. 당시 가평교육청은 분교장 격하는 물론 폐교까지 검토했다.
기적이 시작된 건 1999년 최일성 교장이 부임하면서다. “신입생이 단 두 명이라 입학식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정말 난감했다”고 최 교장은 당시 학교 분위기를 설명했다.
최 교장은 올해로 교육계에 몸담은 지 43년이다. 이 긴 세월의 마지막 기억 대상인 마장초등학교의 폐교위기를 방치할 수 없었다.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희망을 잃어버린 학부모들을 설득, 영어 원어민 교사 초빙을 제안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최 교장은 “이런 시골까지 학원버스가 왔다”며 “아이들은 영어·미술·음악을 배우러 읍내 학원으로 달려갔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학생·학부모가 바라는 교육수요를 학교가 해결해주는 것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후 최 교장은 인근 춘천의 학원가를 직접 돌며 원어민교사를 찾아 나섰다. 이렇게 초빙된 ‘원어민교사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도시 같으면 한달에 수 십 만원을 투자해야 학원에서 만날 수 있는 원어민교사를 학교에서 만날 수 있는 마장초등학교 소문은 금새 군 전역으로 퍼졌다. 이 결과 읍내로 전학 갔던 아이들의 U턴이 시작됐고, 학생수도 단숨에 100명대를 회복했다.
이후에도 최 교장의 수요자중심 교육은 중국어, 미술, 무용, 수영 등으로 이어졌고, 마장초등학교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시골학교가 됐다.
최 교장은 앞으로 계획에 대해 “현재 131명인 학생 수를 정년인 오는 8월까지 160명까지 늘릴 생각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여건 탓하는 교장·교감들이 많은데 이들이 변하지 않으면 많은 시골학교가 문을 닫을 것”이라며 “예산이 먼저가 아니라 교장의 의지가 학교를 살릴 수 있느냐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