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은 머슴 같고 한 일은 정승 같다.
도영심(56·사진) 문화협력대사의 근황을 표현할 적당한 말을 생각한 끝에 얻은 결론이다. 그 앞에 놓여있는 일은 늘 태산같이 쌓여있고 그 동안 해낸 일의 성과는 눈부시게 빛나기 때문이다. 그는 대장부 서너 명이 해도 제대로 못할 일을 혼자 해내는 일당백의 여장부다.
“관광시장의 다변화를 통해 우리의 국가이미지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래관광객의 절반 이상이 일본과 중국관광객입니다. 하지만 최근 독도문제와 고구려사 왜곡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들 나라는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와 얽히고 설킨 일들이 너무 많아 이들 나라를 통해 우리의 국가이미지를 형성해 나가는데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도영심 문화협력대사는 우리의 국가이미지는 서구에서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그의 활동은 주로 주한 외교사절들과의 폭넓은 교류에 맞춰져 있다.
새해 첫날부터 캐나다 헝가리 루마니아 덴마크 등 10개국 주한 외국대사 및 가족들과 금강산에서 해맞이 행사를 함께 했고, 3월에는 그동안 템플스테이에 참석했던 51개국 대사들과 경주에서 회의를 한다.
“우리나라는 미·일·중·러 4강 외교가 중심이지만 이들 외에는 정치보다 교역과 관광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지난 6일 관광인 신년인사회에 39개국 외교사절이 참석한 것도 이를 반증하는 것입니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한국방문의 해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할 당시에도 그는 늘 주한 외국인을 가장 중요한 타깃으로 삼았다. ‘관광을 통한 외교’와 ‘외교를 통한 관광’을 동시에 일구어 낸 것이다.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안동 하회마을로 모신 장본인이기도 한 그는 한국적인 정서와 한국인의 정성을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외국인들에게 우리를 알리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한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40만명의 주한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확실한 인상을 심고 떠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템플스테이를 창안했어요.
월드컵을 계기로 직지사 등 44개 사찰이 외국인들을 위해 문을 열었습니다. 사실 서울에만 머물러 있으면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인식보다는 ‘혼돈스러운 아침의 나라’라는 느낌만 받게되지 않습니까. 고요함과 등산의 매력, 문화와 스토리가 있는 템플스테이는 이제 커다란 히트상품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이미지는 얼마나 개선되었나요?
2002월드컵이 국가이미지 형성에 많은 역할을 했지만 월드컵 직후 열린 남아공에서의 세계정상회의 때 설문조사한 바에 의하면 삼성 현대 엘지는 알아도 한국은 모르는 경우가 아직 많았습니다.
세상사람들이 세계를 보는 로드맵에 한국이 어딘가는 끼여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걱정입니다. 국가이미지 개선사업은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사업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일본 중국과 외교적 분쟁이 일어났을 때 세계의 지각 있는 사람들이 우리의 손을 들어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그렇구요. 그런 점에서 한국방문의 해가 2년만에 끝난 것이 아쉽습니다.
17세에 미국으로 유학, 새로운 문화를 접하기 시작하면서 생활의 절반이 관광이었을 만큼 관광이 생활화되어 있는 그는 관광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평화산업이라고 강조한다.
“서로 문화가 다르고 정치 이념이 달라도 관광을 통해 화합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금강산관광이 좋은 본보기입니다. 남북한의 군사적 대립 속에서도 금강산관광은 계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는 아직도 우리 국민이나 정부가 관광을 ‘소주 마시고 춤추는 것’정도로 생각하면서 관광산업을 평가절하 하는 것이 관광대국으로 가는 길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관광산업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습니다. 관광산업을 수출산업에 버금가는 것으로 생각하면 하루가 다르게 변할 수 있는데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관광산업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평균 12%정도입니다. 우리는 4%밖에 안 됩니다. 그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관광진흥, 특히 2008년까지 외래관광객 100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가장 시급히 해야할 일은 무엇입니까?
대통령은 물론 경제 부처, 특히 기획예산처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청와대에서 관광진흥확대회의를 적어도 봄 가을에 한번씩은 개최해야 합니다.
또한 재외공관장 주재의 분기별 지역관광진흥확대회의도 열어야 합니다. 여행사, 코트라, 관광공사 등 한국으로 물건이나 사람이 가는데 관계 있는 사람들이 모여 주기적으로 회의를 함으로써 지역별 관광상품의 경향이나 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지역별 마케팅을 잘 할 수 있도록 외통부가 도와줘야 합니다.
대통령이 관광에 대해 ‘관심 있다, 잘 해봐라, 내가 받쳐주마’하는 의지를 보이고 총리 이하 각 부처 장관이 ‘뭐 도와줄 것 없나’하는 식의 태도를 보이면 280만 관광종사자의 사기가 얼마나 높아지겠습니까?
-다른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관광객을 부르기 위해서는 먹을 것, 볼 것, 쇼핑할 것이 많이 준비돼야 하며 가격이 적당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은 관광 비용이 비싸다는 불평과 함께 말이 통하지 않아 애를 먹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인들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이라는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세계화 대열에서 뒤쳐지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같은 추세를 잘 파악해 틈새시장을 노려야 합니다. 중국 가는 길에 한국을 들르도록 할 필요가 있으며 호주나 뉴질랜드의 많은 관광객들이 유럽 가는 길에 인천공항을 경유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가진 강점은 없나요?
동방예의지국이라 손님모시는 데 탁월하며 행사를 유치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때문에 컨벤션(국제회의)산업을 중심에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회의 참석자들은 대개 가족 동반이 많고 일반 관광객보다 2.5배의 비용을 쓰기 때문에 컨벤션산업은 부가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우리가 살아 남는 길은 선택과 집중을 잘 하는 것입니다. 가족 동반 프로그램을 잘 개발하면 큰 성과를 내리라고 봅니다.
정부수립 이후 처음으로 ‘문화협력대사’라는 지위를 외교통상부로부터 부여받은 그는 각종 국제기구 회의에 참가해 문화와 관광을 통한 외교, 민간차원의 외교활성화를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무보수 명예직은 부담 없이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어 아주 좋습니다. 문화관광부와 외교통상부가 서로 관심을 가지고 잘 협력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겠습니다.”
정부에서 자신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도와주니까 고맙다는 그는 어떤 자리든 탐할 생각이 없다며 지금 하고있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황인혁 기자 ihhwang@naeil.com
도영심(56·사진) 문화협력대사의 근황을 표현할 적당한 말을 생각한 끝에 얻은 결론이다. 그 앞에 놓여있는 일은 늘 태산같이 쌓여있고 그 동안 해낸 일의 성과는 눈부시게 빛나기 때문이다. 그는 대장부 서너 명이 해도 제대로 못할 일을 혼자 해내는 일당백의 여장부다.
“관광시장의 다변화를 통해 우리의 국가이미지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래관광객의 절반 이상이 일본과 중국관광객입니다. 하지만 최근 독도문제와 고구려사 왜곡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들 나라는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와 얽히고 설킨 일들이 너무 많아 이들 나라를 통해 우리의 국가이미지를 형성해 나가는데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도영심 문화협력대사는 우리의 국가이미지는 서구에서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그의 활동은 주로 주한 외교사절들과의 폭넓은 교류에 맞춰져 있다.
새해 첫날부터 캐나다 헝가리 루마니아 덴마크 등 10개국 주한 외국대사 및 가족들과 금강산에서 해맞이 행사를 함께 했고, 3월에는 그동안 템플스테이에 참석했던 51개국 대사들과 경주에서 회의를 한다.
“우리나라는 미·일·중·러 4강 외교가 중심이지만 이들 외에는 정치보다 교역과 관광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지난 6일 관광인 신년인사회에 39개국 외교사절이 참석한 것도 이를 반증하는 것입니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한국방문의 해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할 당시에도 그는 늘 주한 외국인을 가장 중요한 타깃으로 삼았다. ‘관광을 통한 외교’와 ‘외교를 통한 관광’을 동시에 일구어 낸 것이다.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안동 하회마을로 모신 장본인이기도 한 그는 한국적인 정서와 한국인의 정성을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외국인들에게 우리를 알리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한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40만명의 주한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확실한 인상을 심고 떠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템플스테이를 창안했어요.
월드컵을 계기로 직지사 등 44개 사찰이 외국인들을 위해 문을 열었습니다. 사실 서울에만 머물러 있으면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인식보다는 ‘혼돈스러운 아침의 나라’라는 느낌만 받게되지 않습니까. 고요함과 등산의 매력, 문화와 스토리가 있는 템플스테이는 이제 커다란 히트상품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이미지는 얼마나 개선되었나요?
2002월드컵이 국가이미지 형성에 많은 역할을 했지만 월드컵 직후 열린 남아공에서의 세계정상회의 때 설문조사한 바에 의하면 삼성 현대 엘지는 알아도 한국은 모르는 경우가 아직 많았습니다.
세상사람들이 세계를 보는 로드맵에 한국이 어딘가는 끼여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걱정입니다. 국가이미지 개선사업은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사업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일본 중국과 외교적 분쟁이 일어났을 때 세계의 지각 있는 사람들이 우리의 손을 들어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그렇구요. 그런 점에서 한국방문의 해가 2년만에 끝난 것이 아쉽습니다.
17세에 미국으로 유학, 새로운 문화를 접하기 시작하면서 생활의 절반이 관광이었을 만큼 관광이 생활화되어 있는 그는 관광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평화산업이라고 강조한다.
“서로 문화가 다르고 정치 이념이 달라도 관광을 통해 화합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금강산관광이 좋은 본보기입니다. 남북한의 군사적 대립 속에서도 금강산관광은 계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는 아직도 우리 국민이나 정부가 관광을 ‘소주 마시고 춤추는 것’정도로 생각하면서 관광산업을 평가절하 하는 것이 관광대국으로 가는 길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관광산업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습니다. 관광산업을 수출산업에 버금가는 것으로 생각하면 하루가 다르게 변할 수 있는데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관광산업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평균 12%정도입니다. 우리는 4%밖에 안 됩니다. 그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관광진흥, 특히 2008년까지 외래관광객 100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가장 시급히 해야할 일은 무엇입니까?
대통령은 물론 경제 부처, 특히 기획예산처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청와대에서 관광진흥확대회의를 적어도 봄 가을에 한번씩은 개최해야 합니다.
또한 재외공관장 주재의 분기별 지역관광진흥확대회의도 열어야 합니다. 여행사, 코트라, 관광공사 등 한국으로 물건이나 사람이 가는데 관계 있는 사람들이 모여 주기적으로 회의를 함으로써 지역별 관광상품의 경향이나 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지역별 마케팅을 잘 할 수 있도록 외통부가 도와줘야 합니다.
대통령이 관광에 대해 ‘관심 있다, 잘 해봐라, 내가 받쳐주마’하는 의지를 보이고 총리 이하 각 부처 장관이 ‘뭐 도와줄 것 없나’하는 식의 태도를 보이면 280만 관광종사자의 사기가 얼마나 높아지겠습니까?
-다른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관광객을 부르기 위해서는 먹을 것, 볼 것, 쇼핑할 것이 많이 준비돼야 하며 가격이 적당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은 관광 비용이 비싸다는 불평과 함께 말이 통하지 않아 애를 먹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인들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이라는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세계화 대열에서 뒤쳐지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같은 추세를 잘 파악해 틈새시장을 노려야 합니다. 중국 가는 길에 한국을 들르도록 할 필요가 있으며 호주나 뉴질랜드의 많은 관광객들이 유럽 가는 길에 인천공항을 경유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가진 강점은 없나요?
동방예의지국이라 손님모시는 데 탁월하며 행사를 유치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때문에 컨벤션(국제회의)산업을 중심에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회의 참석자들은 대개 가족 동반이 많고 일반 관광객보다 2.5배의 비용을 쓰기 때문에 컨벤션산업은 부가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우리가 살아 남는 길은 선택과 집중을 잘 하는 것입니다. 가족 동반 프로그램을 잘 개발하면 큰 성과를 내리라고 봅니다.
정부수립 이후 처음으로 ‘문화협력대사’라는 지위를 외교통상부로부터 부여받은 그는 각종 국제기구 회의에 참가해 문화와 관광을 통한 외교, 민간차원의 외교활성화를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무보수 명예직은 부담 없이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어 아주 좋습니다. 문화관광부와 외교통상부가 서로 관심을 가지고 잘 협력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겠습니다.”
정부에서 자신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도와주니까 고맙다는 그는 어떤 자리든 탐할 생각이 없다며 지금 하고있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황인혁 기자 ihhwang@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