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과 함께 하는 박철의 금융교실] - 집안형편을 말해주자

지역내일 2004-01-28
가뜩이나 좋지않은 경기가 광우병과 조류독감 탓에 꽁꽁 얼어붙은 듯하다. 그래서 모두들 “살림살이가 어렵다.”는 말을 더욱 실감하는 모양이다. 주부들은 물가가 올라 장보기가 겁난다고 울상이고, 상인들은 또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사오정(45세 정년)’,‘오륙도(56세까지 직장을 다니면 도둑)’에 이어 ‘삼팔선(38세 정년이면 선방)’이란 말까지 유행하고 있으니 직장인들도 어렵긴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어른들의 어깨는 처져 만 가는데 아이들은 이런 어려움을 모른다. 실제 IMF때 보다 더하다는 최악의 불경기속에서도 아이들을 주소비층으로 하는 시장은 불황을 모른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집안사정과는 전혀 별개로 소비를 하기 때문이다. 마치 태어날 때 부모에게 돈을 맡겨놓은 것처럼 미안하거나 고마운 기색 없이 너무도 당당히 용돈을 요구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것이 아이들만을 탓할 문제일까? 언제 부모들이 제대로 집안형편을 말해 준 적이 있었던가? 아니 어쩌다 자녀가 묻기라도 하면 “넌 그런 쓸데 없는 문제에 신경 쓸 필요 없어.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하면 돼”라고 핀잔을 주지는 않았는가?
물론 자녀들이 세상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챙겨주고 싶은 부모의 애틋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하는 조건으로 너무도 많은 것들을 손쉽게 얻는 현실은 아이의 미래나 장래를 위해 심사숙고 해야 할 문제이다.
손만 벌리면 돈을 주는 부모는 언젠가는 세상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안 형편에 신경 쓰지 않는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할 것 이라는 것도 그저 부모들의 기대일 뿐이다.
또 많은 부모들이 집안형편을 말해주는 데 인색한 것은 너무 아이들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런 얘기를 뭐 하러 하나”, “얘기를 해준들 이해나 할까”식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미 부모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집안 형편을 알아야 비로소 아이들도 가족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아이들에게 가정의 어려움과 생활을 어떻게 꾸려 나가는지를 알려주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금융교육이 된다.
특히 불쑥 던져지는 집안형편과 관련한 자녀들의 질문을 무시하거나 건성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자녀들이 가정의 재무상태에 관해 물으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사실대로 알려주는 것이 좋다. 그것도 실제보다 더 비관적이거나 낙관적으로 얘기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알려주도록 해야 한다.
가계부를 앞에 놓고 설명해 주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계부에 적힌 숫자만을 들여다보면 아이가 실감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지출 내역별로 봉투를 준비해서 가정의 한 달 수입을 현금으로 그 봉투에 나눠서 넣은 것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집안에 넘쳐 나는 영수증, 고지서 등을 자녀와 함께 정리해 보는 것도 가계의 수입과 지출에 관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부모들이 흔히 걱정하는 것처럼 아이들의 어깨가 무거워지거나 돈을 쓰는 데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집안의 수입과 지출, 경제형편을 아이들과 함께 얘기 하다 보면 아이들은 부모가 무한정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 아니며, 계획적 지출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녀의 절약과 검소는 덤으로 얻는 선물이 된다.
집안 형편을 솔직하게 이야기 함으로써 갖고 싶은 걸 참을 줄도 알고 부모의 걱정을 덜어주려 애쓰는 든든한 아이로 키울 수 있는 것이다.



/ 국민은행 연구소 금융교육 TF팀 박철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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