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11번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영민씨

“소신 버리고 공권력에 순종 못해”

지역내일 2004-01-29
지난 1월 26일 새해 벽두부터 한 명의 젊은이가 자신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하며 입대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번에 입대 거부를 선언한 사람은 노동문화방송 ‘JOY삶.net’에서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영민(26·본명 전영민)씨다. 영민씨는 전통적인 기독교 평화주의와는 조금 다르게 반전평화와 사회변혁의 신념을 가지고 병역을 거부한 것. 그는 일상적인 폭력으로 가득한 대한민국의 중심에는 ‘진학 신드롬’에 빠져 있는 학교와 ‘진짜 사나이 증후군’을 앓고 있는 군대가 있다고 본다.
영민씨는 “폭력은 인간에게 두려움을 주며 그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사람들은 또 폭력을 행사한다”며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낳는 고리를 끊고 싶다”고 말했다.
병역 거부를 하기까지 마음 고생이 많았을 영민씨는 주위의 격려가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고등학교때 학생들 권익을 위해 함께 일했던 친구들이나 병역 거부 모임 회원들은 영민씨가 병역거부를 선언하기 전이나 결단을 한 후에 “그 용기에 감탄한다”고 입을 모았다. 친구들은 그에 대한 기사나 나오면 빠짐없이 모았다가 영민씨 미니 홈페이지(www.cyworld.com/mean16)에 올려준다.
하지만 보수적인 아버지와 너무나 진보적(?)인 영민씨 사이에서 마음 고생이 심한 어머니를 생각하면 자신이 잘 됐나 싶기도 하다. 그는 “고등학교때 학생 인권을 위해 ‘중고등학생 복지회’(학복회)를 한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며 “그때도 공부 안하고 쓸데 없는 짓을 한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나중에 다들 격려하고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 폭력적인 학교에 실망= 영민씨가 병역거부라는 쉽지 않은 결단에 이르게 된 것은 어릴 때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영민씨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갓 중학교에 들어가서 있었던 일을 잊을 수 없다.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교사가 학생들을 때리면서 얼굴까지 짓밟는 것을 본 것.
내성적인 그는 이 광경을 보고 학교가 학생에 저지르는 폭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던 많은 것들이 문제로 다가왔다.
강제적인 야간 자율학습, 자율을 무시한 두발제한, 교복입기, 교사폭력, 획일적인 입시 위주의 강제 교육들이 ‘거대한 폭력’인 것을 깨달은 것. 여기에 어린 학생들끼리 자행하는 폭력까지 겹쳐 영민씨는 점점 더 내성적이고 수동적인 인간이 돼갔다. 그는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에게도 주먹질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일상화된 학교 폭력에도 피폐해졌는데 친구들 관계도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복회’경험이 병역거부 밑거름= 영민씨는 일상화되고 다양한 학교 폭력에 맞서기 위해 고등학교 3학년이던 지난 96년 1월 ‘하이텔 학생복지회’(학복회)를 만들었다. 학복회는 학교의 비민주적인 운영 방식과 학생에 대한 인권 탄압 사례를 수집·공개해 여론화함으로써 학생이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되는 풍토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학복회는 만든지 3개월만에 전국에서 45명의 학생들이 모였으며 당시 나우누리에도 모임이 더 생기기도 했다.
처음 학복회가 결성됐을 때 곱지 않던 학교 시선 때문에 교무실에 몇번 불려가서 문초(?)를 당하기도 했다. 영민씨는 “시간이 지나자 선생님들이 ‘너희들이 이런 일을 한다면 우리나라 학교는 더 좋아지게 될 것’이라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이번에 결정한 병역 거부 결정도 시간이 흘러 좋은 평가를 받게 되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병역 거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지금은 부정적이고 냉소적이지만 국가 공권력에 무조건 순종하는 것 사회발전에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았면 합니다. 저를 포함한 11명의 병역 거부자들이 언제고 인정받겠죠.”



/김남성 기자 kns1992@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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