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옥천 출신 실미도 부대원 형 이광석씨

“동생은 사형수도 흉악범도 아니다”

지역내일 2004-02-09
“영화 ‘실미도’를 보면 부대원 모두가 사회 밑바닥 쓰레기 인간으로 나옵니다. 이는 가족들 역시 사형수의 부모, 형제가 되는 것인데 제 동생을 비롯해 실종된 옥천 젊은이들 모두 파출소 한 번 안 가본 사람들이었어요. 국가가 이들을 꾀였고 죽였습니다. 이들의 찢어진 인격, 떨어진 명예를 이제 국가에서 회복시켜야 하는 것 아닙니까.”
최근 국방부는 지난 68년 당시 충청북도 옥천에서 실종된 5명의 젊은이들이 이른바 ‘실미도 부대’부대원인 것을 공식 확인해줬다. 71년 이 부대 부대원들의 서울 난동 사건이 발생한지 무려 33년만에 ‘행방불명’된 옥천 젊은이들의 ‘행방’이 비로써 확인된 것이다.
이는 실종자 가족 중 한 명인 정 모씨가 모 방송사가 확보한 사진 속에 나타난 군복 차림의 훈련생 행렬에 68년 3월 충북 옥천에서 무더기로 행방불명된 정기성, 박기수, 이광용씨등 3명이 끼어 있었다며 지난 2일 국방부에 실미도 희생 여부 확인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낸 결과다.
결국 행방불명된 가족을 찾으려는 유족들의 끈질긴 노력이 30년 넘게 국방부 캐비넷에서 잠자고 있던 진실을 파헤친 것.
실종된 5명 가운데 한 명인 이광용씨의 친형인 이광석(사진)씨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동생은 결코 사형수도 사회의 밑바닥 인생이 아니었다’고 절규했다.

◆30년간 ‘행불자’남아= 이광석씨와 옥천 실종자 가족들은 지금까지 밝혀진 것을 볼 때 실종된 옥천 출신 실미도 부대원들이 정부의 꾐에 빠져 실미도로 간 것으로 믿고 있다.
이씨는 그 증거로 실종자들이 남긴 편지 내용을 들었다. 실종자 가운데 한 명인 장 모씨는 실종되기 전 집에 편지를 보내 “살아 돌아온다면 나라에서 5000만원을 주고 죽게되면 1억원을 집으로 보내준다”는 편지를 받았다. 장 씨는 이어 동생에게 “형을 대신해 부모님을 잘 모시”고 덧붙였다고 한다.
이광석씨 동생인 광용씨도 실종되기 전에 “돈 많이 벌어와 가수가 돼서 어머니께 효도하겠다”는 편지를 남겼다.
이씨는 또 “당시 함께 가려다 남은 마을 친구 현동준씨에 의하면 군 관계자가 월 3만원씩 주고 2∼3년만 고생하면 평생 먹고살게 해주겠다고 해 차에 탔는데 한번 가면 못 올 수도 있다는 말에 내렸다고 한 것도 이를 뒷받침해준다”고 주장했다.
형 이광석씨는 “가족들은 얼마 전까지도 실미도에 갔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며 “30년 넘게 행방불명된 것인 줄만 알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진실 외면하는 정부에 실망= 이씨는 얼마 전 다른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실미도를 찾아 막사에서 위령제를 지내고 돌아왔다. 그는 실미도에서 동생이 사용한 듯한 헌 냄비 하나와 신발 하나를 찾아 집으로 가져왔다. 그와 그의 처는 누가 남겼는지도 모르는 유품을 보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 울음은 국가에 대한 원망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씨는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가고 나서 제대로 진실조차 밝히지 않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동생의 호적이 누군가에 의해 변조됐다고 밝혔다. 그는 동생 실종 후 얼마 후 우연히 호적등본을 뗐다가 동생의 생일이 달라진 것을 발견했다. 더구나 동생의 주민등록 뒷자리가 ‘2’로 시작하는 여자 주민등록번호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이상해서 동생의 친구 현동준 박세옥 조덕수씨 세 명과 함께 동생이 졸업한 옥천 삼양초등학교 졸업증명서를 떼서 비교해보니 고곳에는 생년월일이 제대로 적혀있었다.
그는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조직적으로 실미도 부대원들을 이 사회에서 영영 실종시키려 한 것 아니겠냐”고 조심스레 의혹을 제기했다.



/김남성 기자 kns1992@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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