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8개월만에 복직한 철도노동자 이창환씨

“산업재해로 죽는 노동자 없어야”

지역내일 2004-02-11
지난 94년 6월 23일 새벽 철도청 소속 각 기관차 사무소에 공권력이 투입됐다.
기관사 검수원들로 구성된 전국기관차협의회 소속 노동자들이 비번자들을 중심으로 농성을 벌였기 때문이다. 농성자들이 검거를 피하다보니 ‘파업 아닌 파업’을 벌이게 됐고, 그 대가는 가혹했다.
구속자 30명, 직위해제 734명, 파면자 54명 등 숱한 이들이 구속·중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그리고 대법원에서 해고 확정 판결이 떨어졌던 40여명은 ‘정신 공황’상태에서 10여년을 살아야 했다.
동료들 앞에선 부끄러울 것 없는 (부당)해고자였지만, 가족들 앞에선 한없이 부끄러운 그런 해고자였다. 기자가 지난 99년 12월 2일 철도해고노동자회 사무실에서 만났던 이들은 “하루종일 머리가 멍하다”며 “가장(家長) 역할 못한 지 5년째나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후 또다시 5년의 복직투쟁 과정을 거쳐 9년 8개월만에 속속 현장복직이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이 투쟁의 선봉엔 이창환 철도해고노동자회 회장이 우뚝 서 있다.
2000년 2월 부산에서 서울까지 19일간 도보행군을 시작으로 노사정위원회 농성투쟁, 대전 철도청 앞의 200일간 집회투쟁, 2003년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 1인시위 등 안해 본 것이 없다.
2003년 4.20 철도 노사합의를 통해 94년 징계해고자들을 상대로 ‘자격증 특별채용’을 실시키로 하기까지 이 회장 등은 고행의 길을 걸었다.
지난 2월 7일 9년8개월만에 용산차량사무소에 돌아온 이 회장을 10일 만났다. 해고자 시절 생계를 위해 엿장수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는 복직 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9년 8개월만의 복직을 축하한다. 어떤 느낌인가.
첫날은 그냥 담담했는데, 월요일 다시 출근하고 나니, 정말 복직했다는 느낌이 다가왔다. 만약 철도노조 집행부가 민주화되지 않았더라면, 아무리 열심히 투쟁해도 힘들었을 것이다. 조합원 동지들에게 정말 감사한다.

아직도 복직하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은데.
원래는 자격증 취득교육을 청에서 직접 해서 지난 해 7월까지 다 특채하기로 합의했었는데 제대로 지켜지질 않아 개별적으로 자격증을 따야 해서 못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안에 모두 복직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복직한 지 얼마 안됐지만, 돌아와 보니 어떤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것을 고려해 볼 때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10년 전 일할 때는 퇴근 후 동료들과 함께 낚시나 등산들을 잘 다녔는데 요즘은 공동여가 활동의 폭이 많이 줄었다고 들었다. 또 용산차량은 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인력재배치 문제로 조합원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 생각인지.
무조건 공동체 활동을 하자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닐 것이고 한 사무소 차원을 떠나 서울지역 등 다양한 생활문화 공동체를 꾸려 보고 싶다. 그럴 때 인간적인 교류도 활발해지고 노조도 튼튼해질 것 같다. 그리고 인력재배치 문제는 용산차량 문제만이 아닌데,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이야기에 이미 해법이 있고, 잘 단결하여 헤쳐나가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현장 노동자들을 만나보니 기대가 크던데 어떻게 생활할 생각인가.
글쎄, 10년만에 복직해서 사실 조합원들의 분위기가 어떤지 잘 모른다. 하지만 눈빛에선 반가움이 넘치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잘 모를 수록 솔직하게 물어보면 한가지씩 풀려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시 한번 조합원동지들과 애써주신 노조 간부들에게 감사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산업재해로 죽는 이가 없는 직장을 만드는데 앞장서고 싶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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