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19일 영국의 하원의원 원내총무이자 무임소 장관으로 내각의 일원이었던 로빈 쿡 의원은 영국이 미국과 함께 이라크 선제공격을 감행하자 이라크전 반대를 외치며 내각에서 사퇴했다. 그 전날 존 데넘 내무담당 국무장관과 보건담당 정무차관 헌트 경도 사임을 발표했다.
비슷한 시기 한국 국회에서 이라크 파병안이 통과된 후 한국 장·차관들이나 국회의원 중에선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미국의 힘 앞에 한국의 반전세력은 실종된 듯 했다.
지난 13일 전투병 파병을 주내용으로 하는 이라크 추가파병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틀후인 15일 민주당 정범구 의원이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고양 일산갑 지역구에서 정 의원은 별다른 경쟁자 없이 유력한 후보자로 꼽혀 온 사람이어서 놀라움은 더했다. 불출마 선언 직전 정 의원은 민주당 단일후보로 확정되기까지 했다.
담담한 표정으로 기자실을 찾은 정 의원은 “지난 13일 이라크추가파병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압도적 다수로 통과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민주개혁세력의 분열이 초래한 자기파멸의 모습을 분명히 목격했다”면서 “명분 없는 전쟁에의 파병을 막아내지 못한데 대해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 깊은 자괴감으로 느낀다”고 불출마 선언의 이유를 설명했다.
정 의원은 또 “더구나 반평화적 반역사적 결정을 내리는 현장에는 누구보다 앞서 개혁을 주창해 왔던 열린우리당의 어처구니없는 변신이 있었다”면서 “이런 분열과 배신의 정치 한자락에 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으로 감내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독일 유학파 출신로 방송 사회자를 거쳐 정계에 입문한 정 의원은 16대 국회의원 중에서도 개혁파 초선의원으로 꼽힌다. 민주당 내에선 ‘정풍운동’ 등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고, 분당 후에는 열린우리당과의 통합운동을 폈지만 결국 좌절하기도 했다. 또 젊은 의원들 중에서도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고민하는 ‘낭만파’ 의원으로 꼽혔지만 결국 현실 정치에 대한 회의는 그의 날개를 꺾고 말았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비슷한 시기 한국 국회에서 이라크 파병안이 통과된 후 한국 장·차관들이나 국회의원 중에선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미국의 힘 앞에 한국의 반전세력은 실종된 듯 했다.
지난 13일 전투병 파병을 주내용으로 하는 이라크 추가파병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틀후인 15일 민주당 정범구 의원이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고양 일산갑 지역구에서 정 의원은 별다른 경쟁자 없이 유력한 후보자로 꼽혀 온 사람이어서 놀라움은 더했다. 불출마 선언 직전 정 의원은 민주당 단일후보로 확정되기까지 했다.
담담한 표정으로 기자실을 찾은 정 의원은 “지난 13일 이라크추가파병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압도적 다수로 통과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민주개혁세력의 분열이 초래한 자기파멸의 모습을 분명히 목격했다”면서 “명분 없는 전쟁에의 파병을 막아내지 못한데 대해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 깊은 자괴감으로 느낀다”고 불출마 선언의 이유를 설명했다.
정 의원은 또 “더구나 반평화적 반역사적 결정을 내리는 현장에는 누구보다 앞서 개혁을 주창해 왔던 열린우리당의 어처구니없는 변신이 있었다”면서 “이런 분열과 배신의 정치 한자락에 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으로 감내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독일 유학파 출신로 방송 사회자를 거쳐 정계에 입문한 정 의원은 16대 국회의원 중에서도 개혁파 초선의원으로 꼽힌다. 민주당 내에선 ‘정풍운동’ 등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고, 분당 후에는 열린우리당과의 통합운동을 폈지만 결국 좌절하기도 했다. 또 젊은 의원들 중에서도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고민하는 ‘낭만파’ 의원으로 꼽혔지만 결국 현실 정치에 대한 회의는 그의 날개를 꺾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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