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5907@aol.com
4년전인 2000년 대선에서 녹색당 후보로 출마해 민주당 앨 고어 후보에게 악몽을 안겨주고 공화당 부시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소비자 권익 운동가 랠프 네이더가 22일 올해 대선에 다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또다시 어부지리를 안겨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네이더는 이날 NBC방송 일요토론인 언론과의 만남(Meet the press)에 출연해 “신중한 숙고 끝에 올해 대통령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네이더는 “현재 워싱턴은 기업이익에 묶인 영토로 변질됐으며 공화당이나 민주당 모두 보통 사람들을 외면하고 기업 로비스트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어 누가 낙제생인지만 문제가 될뿐” 이라고 비난하고 양당 독점 구도 타파를 위한 출마임을 내세웠다.
네이더는 두달전부터 선거탐사위원회를 구성하고 15만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아 재출마를 예고해왔으며 민주당 지도자들은 물론 그의 과거 지지층까지 나서 불출마를 강권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대선출마를 공식 발표한 것이다.
네이더 변수에 부시 공화당진영은 겉으로는 상관없다면서도 내심 반색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 진영은 4년전과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며 애써 외면하면서도 우려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4일 유타주등 3군데 예선과 오는 3월 2일 수퍼 화요일 10개주 최후 승부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의 두 대선후보, 존 케리와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은 이날 “네이더가 우려해온 국민 관심사를 해결하겠다는 캠페인을 펼쳐왔기 때문에 그가 우리의 지지자들을 빼앗아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애써 태연해 했다.
이에비해 개인적으로 불출마를 강권해왔다는 테리 맥클리프 민주당 전국위원장은 “네이더의 훌륭한 경력이 부시시대 8년에 기여하게 된다며 극히 불행한 일이 될 것”이라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민주당 러닝 메이트(부통령후보)로 꼽히는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민주당원들은 물론 그의 과거 지지자들 까지 불출마를 강하게 요구해왔다”면서 “네이더의 출마결정은 전적으로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네이더의 재출마 결정에 이같은 반응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4년전과 마찬 가지로 격전이 될 올해 대선에서도 민주당 후보에겐 악몽을, 부시에겐 어부지리를 안겨줄 가능성이 즉각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더는 2000년 대선에서 녹생당 후보로 출마, 전국 43개주와 워싱턴 D.C.에서 280만표, 전체의 2.8% 득표에 그쳤으나 백악관 주인을 가리는데 최후 승부처였던 플로리다주와 뉴햄프셔주등에서 민주당표를 상당부분 잠식, 앨 고어의 낙선과 조지 부시의 당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바 있다.
하지만 올해 대선에서도 네이더가 핵심 변수가 될 것인지에 대해선 전망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워싱턴의 일부 정치 분석가들과 언론들은 네이더의 재등장은 분명 민주당 후보에게는 우려할 만한 변수이지만 올해 대선에선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네이더가 4년전과 달리 이번에는 무소속이란 점에서 파괴력이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네이더 후보의 4년전 지지자들은 “부시 낙선을 막아주는 방해꾼 역할을 또다시 해서는 안된다”면서 불출마를 강권해왔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