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안산문화원 향토사박물관 학예사 전미영
안산에 선사시대 유물이 있다는 거 알고 있나요?
2500점 넘는 유물 보유, 알면 알수록 역사가 느껴지는 안산
생활수준 향상은 문화에 대한 욕구를 높인다. 시민들의 이러한 욕구에 부응하고자 지자체는 공연장을 짓고, 박물관을 설립한다. 이제 도시의 힘은 단순히 인구나 경제활동 지표를 넘어 문화에 대한 향유와 안목이 도시의 색깔을 결정짓는다. 특히 박물관은 지역의 생활사와 도시의 ‘뿌리’를 알 수 있는 원천적인 곳. 계획도시로 출발, 발전한 안산에게 꼭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안산에는 문화원 내에 있는 향토사박물관과 안산어촌민속박물관 등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박물관의 중요성과 함께 조명되고 있는 것이 학예사. 자료와 유물를 수집ㆍ보존ㆍ진열하고 기획하는 학예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요즘, 안산 향토사박물관 학예사 전미영씨를 만났다.
박물관은 고장의 뿌리가 살아 있는 곳
‘안산에 훌륭한 학예사 선배님들이 많은데 부족한 제가 나설 수 없다’는 그녀를 설득하는데 가장 주효한 것은 두 가지. 장래에 학예사를 희망하는 청소년들에게 꿈을 현실화하는데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시민들에게 학예사의 존재를 알려 박물관을 홍보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리포터의 달콤한 설득에 조심스럽게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대답이 왔다.
대학의 국학, 역사계열 1학년에 입학한 전학예사는 2학년이 되면서 ‘민속학’을 전공으로 선택 했다. 학교에 사학과 역사학과가 개설돼 있었지만 1학년 때 학교 인근의 고장을 답사 하면서 민속학의 매력에 빠졌다. 동네 어르신들에게 듣는 옛날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그 중에서 고교시절을 보낸 강원도와 다른 ‘가신신앙’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집을 지켜 주는 신의 존재를 믿고 섬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현장에서 지역마다 집집마다 다른 신앙, 민속이 존재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대청마루에 ‘성주’를 모셔놓은 할아버지, 부엌신과 측간(화장실)신을 모셔놓은 할머니의 소박한 믿음이 좋았다. “그런 광경을 보면서 엄마가 떠올랐어요. 제가 서 너 살 때 동생이 태어났는데 엄마가 흰 쌀 가득 담은 그릇을 베란다에 놓고 기도를 드리던 모습이 생각났어요. 비록 장독대에서 달빛 가득 받으며 치성을 드리던 옛날과는 달랐지만 왠지 모르는 숭고함이 느껴졌거든요.”
옛 선비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전학예사는 안동 하회동 탈박물관 등에서 일하다 2008년 향토사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8년은 향토사박물관이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의하여 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된 해. 박물관에는 선사시대 토기에서부터 근현대 민속품에 이르기까지 총 1640종 2517점의 유물을 수집하여 소장하고 있다. 2009년에는 전시실을 리모델링 해 최고의 시설에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안산이란 지명이 고려시대부터 있었다는 것을 아세요? 일제 때 지명이 잠시 사용되지 않았던 적이 있지만, 그만큼 안산은 전통이 있는 도시입니다. 선사시대 유적이 출토된 것으로 보아 사람 살기에도 좋은 곳이었던 것 같아요”
학예사의 가장 큰 보람은 기획한 전시가 의도대로 진행되어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에게 호평을 들을 때. 올해는 자체 기획전시인 ‘옛 선비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의 성공적 전시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옛날 선비들이 살던 집 모형에 있는 맷돌 돌리기와 방망이 다듬이질은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것 중 하나. 이 전시는 자체 유물을 가지고 테마를 정해 이뤄진 전시로 어린이 대상 ‘병아리 서당’(매주 금요일 10시~12시)을 운영하고 하기도 한다. 전시기간은 7월 말까지.
향토사박물관 이용 관람객은 작년 기준 1만5000명 선. 박물관은 선사시대와 삼국시대 안산의 유적에 대한 소개와 삼국시대 토기들을 전시하고 있다. 농업 관련 유물과 일상에 사용되었던 의식주 관련 유물도 전시하고 있으며 지역에서 출토된 토기와 옛 안산의 모습의 고지도를 퍼즐로 제작하여 어린이들이 직접 조립하도록 하는 체험 공간도 있다. 전학예사가 올해 중점으로 해야 할 일은 박물관 유물 도록 만들기. 유물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다. 안산을 알고 나니 안산이 더 자랑스럽다는 전학예사. “효과적인 도록을 만들기 위해 소장 유물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어요. 학예사는 늘 공부를 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훌륭한 전시와 교육프로그램 개발로 시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박물관이 되도록 노력하는 학예사가 되고 싶어요.”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tip-박물관과 기념관의 차이점
안산에는 박물관 외에 성호기념관, 최용신기념관이 있다. 그렇다면 박물관과 기념관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박물관이 고고학적 자료, 역사적 유물, 예술품, 그 밖의 학술 자료를 수집ㆍ보존ㆍ진열을 목적으로 만든 시설이라면 기념관은 뜻 깊은 일이나 훌륭한 인물 등을 기념하고 여러 가지 자료나 유품을 진열하기 위해 세운 건물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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