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스타쌤] 최준채 잠신고 교사

교사를 가르치는 역사의 달인

지역내일 2011-07-18

 최준채(53세) 잠신고 교사의 즐겨찾기 넘버원은 국사편찬위 사이트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조선왕조실록 등 주요 역사서가 다 국역되어 있어요. 틈날 때마다 원본과 대조해 가며 행간의 의미를 살피죠.” 교단 경력 30년차인 베테랑 교사는 아직도 역사책을 끝없이 파고 있다. “역사적 사건에는 반드시 원인과 결과가 있어요. 스토리텔링 식으로 풀어내죠. 반만년 역사 속에 얼마나 흥미진진한 ‘사람 이야기’가 많이 숨어 있겠어요. 그걸 배경설명으로 곁들이죠.” 외울 것 많아 국사를 질색하는 학생들에게 그는 우리 역사를 구조화해서 가르친다.




 걸어 다니는 ‘유적 답사 지도’


 대학시절 맛들인 답사여행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그의 취미이자 특기다. 젊은 시절에 전북 익산의 미륵사석탑을 보러 완행버스 타고 한겨울에 벌판을 헤매고 다니는 등 전국 방방곡곡에 다양한 에피소드를 뿌리고 다녔다. 덕분에 최고의 맛집을 줄줄 꿰고 있는 ‘걸어 다니는 맛 지도’란 별명까지 얻었다.


“막걸리 맛집 이야기로 아이들 호기심을 자극해요. 그런 다음 통도사 답사 도중 겪었던 고생담에 운주사 미륵불상이 누워있는 사연을 들려주며 예언사상과 농민봉기까지 짚어보죠.” 전국을 발품 팔아 돌아본 답사 내공은 국사시간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학생들에게 수업의 깊이와 재미를 더해준다.




 학생들이 뽑은 ‘국사의 달인’


 최 교사는 서울대 역사교육학과 78학번이다. 대학 3학년 무렵 교직으로 좌표를 정한 뒤 흔들림 없이 달려온 30년 세월이다. 국사와 세계사, 근현대사를 가르치고 있는 그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스타 선생님’이다. 수능시험 출제와 검토 위원, 수능모의평가 출제위원 여기에 중고교 교과서를 비롯해 각종 참고서를 집필하고 EBS 수능 강의까지 하고 있는 화려한 이력의 주인공이다.


 “86년부터 방송 강의를 했어요. 제가 EBS 최고참급 강사인 셈이죠. 사실 스튜디오에서 카메라만 쳐다보고 강의하려면 준비를 꽤 많이 해야 하죠. 조횟수도 신경 쓰이구요.” 그의 인터넷 강의를 보고 전국 각지의 고교생들이 공부법이나 진로 상담을 위해 이메일을 보내온다. “대전의 한 남학생과 몇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았죠. 서울 오면 밥 사 줄테니 한번 들르라고 했더니 진짜 날 보러 왔어요. 기특했죠. 고민거리도 들어주고 전공 선택에 조언도 해주었죠.” 졸업한 제자들과도 격의 없이 함께 술잔을 기울인다.


 그는 학생들에게 늘 ‘따뜻한 사람이 되라’고 강조한다. “아이들에게 가급적 공부 스트레스는 주지 않으려고 해요. 사실 공부는 ‘타고난 소질’이 있어야 잘해요. 대신 따뜻하고 성실한 사람이 되라고 말하죠. 중소기업 CEO 가운데는 서울대 출신이 별로 없어요. 엘리트주의의 한계가 있거든요. 망해도 보고 어려울 땐 주변 도움도 받아가며 끈기로 깡으로 버텨서 그 자리까지 오른 거지요. 틈날 때마다 이런 이야기 들려주면 아이들이 귀를 쫑긋 세워요.”


 50줄에 접어든 베테랑 교사는 당장의 대입시 보다 훨씬 중요한 ‘인생 사용 설명서’를 제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한다. “시험지 받아들고 5분도 안되어 덮어 버리거나, 수업시간엔 단골로 엎드려 자는 아이들 보면 참 안타깝죠. 최소한의 성실성 없이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갈 수 있겠어요. 저는 사석에서는 격식을 따지지 않지만 교실에서는 규칙과 규정을 엄하게 강조해요.”




교사를 가르치는 교사


 최 교사는 교과부가 수업의 전문성을 가진 교사를 발굴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765명을 선정한 ‘수석 교사’ 중 한 명이다. 그의 스케줄 표는 쉴 틈 없이 빼곡하다. 각종 시험 문제 출제와 검토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교사 연수 강의와 수업 컨설팅 일정이 빡빡하게 잡혀있다. “평가문항 특히 서술형 문제 내는 방법을 궁금해 하는 교사들이 많아요. 그동안 출제했던 유형을 보여주면서 좋은 문제 내는 노하우를 공개하죠.” 이 중에서도 최 교사는 특히 교수법 강의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교수법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교사들이 꽤 많아요. 수업 준비에 앞서 철저하게 학생수준을 분석하라 해요. 그런 다음 도입부와 클라이맥스 등을 리드미컬하게 짜라고 조언하죠.” 수업의 달인인 그도 늘 교수법을 공부한다. “최근에 이 분야 전문가인 조벽 교수의 강의를 들었어요. 몸동작 하나까지 철저하게 계산해서 수업 시나리오를 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재계, 학계 등에 인맥이 두터운 그에게 교사란 직업에 회의를 가져본 적이 없냐고 질문을 던지자 “쟁쟁한 친구 녀석들이 다들 나를 부러워해요. 20대부터 지금까지 교사란 직업을 택한 걸 후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앞으로 할 일도 많아요. 젊은 시절부터 모아온 역사 자료며 답사 사진들이 무척 방대한데 이걸 모아서 근사한 답사 여행서를 펴내고 싶어요.” 환한 미소와 함께 산뜻한 대답이 돌아왔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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