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학습, 자기주도적 생활 습관이 먼저다

선배 엄마들의 생활 습관 들이기 성공 · 실패담

지역내일 2011-07-18

부모들이라면 누구나 자녀를 ''어떻게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공부캠프에 보내 볼까, 자기주도학습법 학원에 보낼까 등등. 서초구에 A씨는 "학기 중에 공부캠프에 자녀를 보냈지만 아이는 예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아 실망스러웠다"고 말한다. 자기주도학습은 사실 아이의 자기주도적인 삶을 목적으로 한다. 공부 캠프 한 번 다녀온다고 자기주도학습자가 될 것이란 믿음은 지나친 기대이다. 선배 엄마들은 자기주도학습도 자기주도적 생활 습관이 바탕이 됐을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초등 엄마들은 아이가 중, 고, 대학생이 되고 사회에 나갔을 때까지 뒷심을 발휘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을 키워주고 싶어 한다. 선배 엄마들이 말하는 생활 습관들이기 성공과 실패담을 통해 배워보자.


 


아이의 운전기사를 자청한 결과는?


신은아씨(대학생 자녀 둔 엄마)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이 무서운 진리라는 걸 애들 키우며 뼈저리게 느꼈다는 대치동 사는 신은아씨(48세). "자기 주변 정리정돈이나 학습습관, 생활습관은 적어도 초등 저학년 때 제대로 길을 들여야 아이도 편하고 엄마도 편하다"고 말한다. 이보다 더 바람직한 것은 초등학교 입학 전에 생활 습관을 들여 놓는 것이라고.


서울대 1학년에 재학 중인 신은아씨의 아들은 대학 입학 때까지도 전철이나 버스를 혼자 타고 다닌 적이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엄마가 아이의 운전기사를 자청했기 때문이다. 자식 잘 돌보려고 신의 직장이라는 교사까지 관둔 신씨는 ''운전기사 정도야 못 하겠는가''라는 생각으로 오나가나 아들을 차에 태우고 다녔다. 여기에는 엄마의 트라우마가 한 몫을 했다고. 어릴 때 아이를 잠시잠깐 잃어버린 경험이 있어 엄마는 아이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밖에 아이를 혼자 내놓으면 행여 잃어버리지나 않을까 불안하고 초조하다고 한다. 


"학교에서 소풍이나 체험학습 갈 때는 모임 장소까지 태워주고 학원갈 때는 심지어 10분 거리도 차로 날랐어요. 당시는 학원 종료 시간이 제한이 없던 때라 자정 넘어 끝나는 경우도 흔해서 학원 앞에 차를 대놓고 기다렸어요."


중학교는 버스로 15분 거리에 배정되었다. 이웃집 아이들은 대부분 버스나 셔틀을 이용했지만 극성 엄마는 아이가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도 로드매니저를 자청했다. 


"대학 입학 후 학교에서 새내기 모임이 있었어요. 아이 혼자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가야 하잖아요. 그런데 학교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가는 길을 막막해 하더라구요. 그때 ''아차'' 했습니다. ''내가 버릇을 잘못 들였구나''."


 


책 읽히기 위해 회유에 감시까지 해보았지만 허사


김선아 씨(대학생· 직장인 자녀 둔 엄마)


아들, 딸 두 자녀가 다 성인이 되어 돌아보니 어릴 때 들여야 할 생활습관을 제대로 들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말하는 김선아(53세)씨. "여러 가지 습관 중에서도 ''책 읽는 습관'' 만큼은 반드시 어려서 잡아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씨는 첫아이인 딸아이를 키울 때 직장생활을 했다. 아이로 인해 내 일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교만함에 시어머니께 아이를 전적으로 맡기고 직장에 전념했다고 한다.


"큰 딸이 어렸을 때는 책 한 번 제대로 읽어주지 못했어요. 그런데도 천성이 차분하고 학구적인 딸 은 혼자 책 읽는 즐거움을 알아가더군요. 자기 전에는 누가 말 안 해도 꼭 책을 읽고 자고 어떤 날엔 새벽까지 책을 읽어서 오히려 성장발육에 해가 될까 걱정을 해야 될 정도였죠. 그런데 문제는 아들이었어요."


딸이 스스로 책 읽은 즐거움에 빠져 있었고, 엄마, 아빠 모두 책 읽는 것을 즐기는 집안 분위기라 아들 역시 책을 좋아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어릴 때 책 읽는 습관을 들이지 않은 탓인지 아들은 학창시절 책을 전혀 가까이하지 않아 애를 태웠다고 털어놓았다.


중학교 국어시간에 독후감 쓰기 같은 책을 읽어야만 하는 숙제가 있어 논술학원에 보내 보기도 했고, 그룹을 짜서 독서지도를 시키기도 했지만 아들은 건성으로 읽는 시늉만 할뿐 진득하게 앉아 책을 읽지 못했다는 것. 실망스러웠지만 습관을 고치기엔 이미 늦어 있었다. 권장 도서 중 몇 권을 읽으면 선물이나 용돈을 주겠다는 식으로 회유까지 해봤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나중에는 다 큰 녀석을 옆에 끼고 지키고 앉아서 책 읽는 것을 감시하기까지 했다.


"본인도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책만 보면 집중이 안 되고 졸음이 쏟아진다고 하소연을 하더라고요"


김선아씨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초등학교 시절엔 책 읽는 습관을 꼭 길러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초등 때 일찍 일어나는 습관 고교생이 되서도 계속된다


이선희씨(고2 엄마)


초등학교 때 한번 확실하게 습관을 들여 놓으면 대개는 그때 형성된 습관으로 커서도 일관된 행동을 유지한다. 그런 걸 보면 습관이란 것이 참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선희(44세)씨.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들었는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힘들어도 초등학교 때 생활 습관을 바르게 잡아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인다.


이선희씨 아들 김세창 군(가명)도 처음부터 아침형은 아니었다.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 다녀야 할 학원이 점점 많아졌고 그러다보니 학교나 학원 숙제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버릇이 생겼다. 아침마다 깨우기 힘들어졌고, 늦게 일어나면 입맛도 없어서 아침밥도 먹는 둥 마는 둥 지각 직전에 턱걸이로 등교하기를 반복했었다고 한다. 이씨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습관을 들이려고 잔소리도 하고 당근과 채찍을 써봤지만 소용없었다고 한다.


"초등 4학년 때 성당에서 복사(미사 중 신부님 보조 수행)를 하게 됐어요. 평일 6시 새벽 미사에 복사를 하기 위해서는 5시 30분까지 성당에 가야하는데 그 당시 보통 1주일에 한 번은 복사를 했어요."


이상하게 늦잠 자던 아이가 복사하는 날만 되면 일어나라는 한 마디에 벌떡 일어나서 신기할 지경이었다. 이때 2~3년간 만들어진 생활습관이 중, 고등학교에 가서도 이어져 아침 일찍 일어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이씨는 자녀의 경험이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지만 일찍 일어날 수 있는 동기가 주어진다면 아이들은 충분히 이겨내는 힘이 있다고 조언한다. 이씨는 특히 방학 때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 들곤 하는데 아이가 좋아하는 운동을 아침 일찍 시작할 수 있게 등록해 놓으면 하루의 활력이 붙고 개학 전과 같은 리듬이 이어져 습관이 흐트러지는 것을 잡을 수 있다고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게임 조절능력 어릴 때부터 심어줘야


송미애 씨 (고3 엄마)


요즘 아이들에게 게임은 무엇일까. 단순히 놀이, 오락으로 시작한 게임이 중독이 되고 게임으로 인해 학령기는 물론 어른이 되어서까지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인생의 성공과 실패가 게임 하나에 좌우 되는 느낌이다.


송미애(47세)씨는 게임만 생각하면 아이의 초등시절이 떠올라 아찔하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게임중독에 빠진 아들이 한밤중에 몰래 게임하다 들켜서 혼내기를 수차례, 분명히 정해진 시간 외에 안 한다고 약속했는데 새벽 2시에 게임하다 발각돼 화가 난 아빠가 아이를 내쫓는 사태까지 빚어졌었다. 사실 송씨는 아이들에게 관대한 편이었다. 게임도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용인해 주는 편이었고, 주변의 친구가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사귀려면 게임도 어느 정도 하게 해야 한다고 해서 숙제 끝내면 게임을 해도 내버려뒀다.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서 게임 수준도 달라지더군요. 어디서 알고 왔는지 폭력적인 게임을 하기에 못하게 했더니 반 친구들이 다 이 게임 하는 데 왜 나만 못하게 하냐고 오히려 화를 내요."


송씨는 그 순간 아들이 말로만 듣던 게임중독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겁이 덜컥 났다고 한다. 몸이 아파서 아이들을 한 달 정도 방치하다시피 했는데 그 때 아이가 완전히 게임에 빠져서 지낸 것이다. 학교 갔다 오면 숙제도 안 하고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학원 빼먹고, 밥도 안 먹으면서 게임에만 몰두하는 것이었다. 결국 송씨는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아들은 치료 기관에서 석 달 간 치료를 받은 후에야 간신히 게임 중독에서 헤어 나왔다고 한다.


송씨는 "어릴 때부터 게임의 유해성을 심어주어 게임할 때는 일정 시간을 정해서 그 시간을 넘기지 않게 하는 습관을 들이고, 정해진 규칙을 어겼을 때는 부모가 단호한 태도로 일관해야 자녀가 게임 조절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하루 일과, 아이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하민경 씨(대학생, 직장인을 둔 두 딸의 엄마)


초등학생의 자기주도학습은 자기주도적 생활이 밑받침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하민경(53세)씨. 그녀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초등 단계에서는 생활과 학습 두 가지의 비중을 동일하게 두거나, 생활에 비중을 더 두고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초등 시기에 자기주도적 생활의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면 중?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학습이나 생활 모두 체계가 잡히지 않아 고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의 정서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엄마도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하씨. 아이가 엄마의 하루 일과를 예상할 수 있어야 아이도 생활에 안정감이 생긴다는 것. 특히 부모는 자녀의 학습이나 생활 계획을 세울 때 자녀가 소화할 수 있고, 책임 질 수 있는 수준의 양을 시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학원 스케줄이 복잡해 하루에 여러 가지를 소화해야 하거나 매일 매일 불규칙하거나 자주 바뀌면 아이들은 엄마가 시키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


하씨는 두 딸 중 큰 딸을 키울 때는 학원 시간을 매일 매일 일러주고, 숙제할 시간도 매번 지시하고, 테스트 준비도 엄마의 지시에 따르게 했다. 이렇게 키운 딸은 자신의 일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조차 잘 몰랐고, 숙제나 시험에서도 주인의식이 없어 성취감이 떨어졌다고 한다. 늘 엄마의 간섭을 받다보니 결국에는 엄마와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다.


"중?고등학교로 갈수록 아이들은 학습 부담이 늘기 마련이죠. 큰 딸은 점점 공부에 치여서 그런지 심하게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더군요.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학원이나 과외 스케줄에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어요."


첫째 딸의 시행착오를 둘째 딸까지 답습할 수 없다는 생각에 둘째 딸에겐 교육 방법을 달리했다고 털어놓는 하민경 씨. 둘째 딸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일주일 일과를 아이가 분명히 인식할 수 있게 지도했다. 학교 등하교 시간, 요일별로 학원가는 날, 학습지 하는 날, 피아노 연습하는 시간, 놀토에 하는 일, 텔레비전 보는 시간, 산책 가는 시간 등 아이가 자신의 일과를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인식만 시켜도 시간이 지나면서 능동적인 아이로 성장해 가더란다. 현재 하씨의 둘째는 대학생이 되어 자기주도적인 생활인이자 자기주도 학습자가 되어 대학 생활을 잘 이끌어 가고 있다.


김지영 리포터 happykykh@hana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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