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예술치료사 성효숙 씨

아이가 원하는 건 ‘부모의 지지와 공감’

지역내일 2011-09-01

 


요즘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사춘기가 길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짜증이 늘고 작은 일에도 날카로워지며, 고집은 세고 반항이 늘어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해도 여전하다는 점이다.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는 듯하다. 그만큼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를 대하기가 조심스럽고 어렵다. 초중고를 순회하며 학교 안팎에서 미술을 매개로 아이들의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예술치료사 성효숙 씨를 만나 요즘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갈수록 마음 아픈 아이들 많아져


“학교에 미술치료 수업을 나가보면 마음이 건강한 아이들이 별로 없어요. 겉보기엔 덩치도 크고, 아는 것도 많아 멀쩡해 보이죠. 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뭔가 불안정하고 위태롭다는 느낌이 들어요. 실제로 별 것 아닌 일로도 무서울 만큼 폭발하는 경우도 많구요. 아이 스스로도 왜 화가 나는지 모르겠는데 자꾸만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얘기해요. 이유를 모르니 스스로 제어하고 마음을 가라앉히기가 더 힘들죠.”


성 씨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보면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고 말한다.


“일단 굉장히 거칠고 뭔가에 잔뜩 화가 나 있는 아이들이 있어요. 이런 아이들은 반항도 심하고 자신의 생활이나 주변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무질서한 게 특징이죠. 또 다른 부류는 아무런 의욕이 없이 매사 심드렁하고 무기력한 아이들이에요. 열정도 없고 삶의 의미도 없죠. 이런 아이들은 게임 말고는 재밌는 게 없다고 대놓고 말하죠.”


그 어느 때보다 아이들 교육에 올인하는 요즘, 부모들은 넘치도록 사랑을 준다고 하는데도 아이들이 이렇게 엇나가는 이유는 뭘까?


 


자기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성 씨는 위에 언급한 두 가지 부류의 아이들 문제 모두 원인은 하나라고 말한다.


“요즘 아이들은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진 경우가 드물어요. 스스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자아존중감도 부족하고요. 스스로를 믿지 못하죠. 이는 아이들이 자기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 볼만한 기회도 여유도 없이 쫓기듯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성 씨는 명상이나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자기내면을 잘 탐색해야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조언한다.


“스스로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찾아내고 구별하게 되면서 스스로의 능력과 한계를 깨달아야 해요. 부족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만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질 수 있죠.”


이러한 자존감은 스스로 선택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고 힘들어도 묵묵히 끝까지 참아내는 힘으로 연결된다는 게 성 씨의 지론이다.


“수업하면서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면 섬뜩할 때가 많아요. 싸우고 죽이는 공격적인 그림도 많고 피가 철철 흐르는 잔인한 그림도 많지요. 그런 그림을 볼 때마다 상처받은 아이들의 고통이 느껴져 마음이 아파요.”


하지만 성 씨는 아이를 이해할 때 그림만 가지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일부분을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건 절대 금물이고,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오류 역시 조심해야 한다. 항상 주의 깊게,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얘들아, 너희는 모두 ‘보물’이란다


상처받은 아이들, 여러 가지 이유로 마음의 문을 닫은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열게 해야 할까?


“아이가 자신의 상처를 직접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어요. 사실 처음엔 마음을 여는 것만도 어렵죠. 이럴 땐 그림이나 음악 같은 예술행위가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처음 문을 열게 만드는 일종의 열쇠인 셈이죠. 특히 그림은 자신도 모르던 내면의 무의식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요. 자기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많은 상처들이 그림이나 예술행위를 통해 의식화되고 외면화되는 것이죠. 그림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표현하고 스스로 인정하게 되면서 보다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나아가 치유할 수 있게 됩니다.”


성 씨는 예술치료를 진행하면서 모든 아이들이 ‘보물’이라는 생각이 커졌다고 한다.


“아이들과 그림을 통해 소통하다 보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가능성과 잠재력에 깜짝 놀라곤 해요. 아이가 가진 능력을 얼마만큼 발휘할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부모에게 달렸다고 생각해요. 부모는 아이가 만나는 가장 절대적이고 근본적인 존재에요. 부모에게서 절대적인 지지와 사랑, 인정을 받은 아이라야 더 넓은 사회와 세상 속에서 두려움 없이 설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아이와 소통하고 싶은 부모들을 위한 조언 한 마디를 부탁했다.


“아이가 세상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길러줘야 해요. 부모가 옆에서 조언해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반드시 아이의 몫으로 남겨둬야 합니다. 아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래야 무슨 일을 하더라도 아이가 마지못해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신명나서 하게 됩니다. 무언가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할 때만 창의성이 발현됩니다.”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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