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아람누리 무대에 올려지는 <궁리>는 조선시대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의 ‘역사적 실종’을 다룬다. 천문학자 이순지 김담 등과 함께 찬란한 조선시대 과학문명-세종 르네상스를 이룬 장영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장영실에 대해 잘 모른다. 특히 인간 장영실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다. 장영실의 출생과 성장, 가족사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장영실이 남긴 발명품만 장영실이란 이름과 함께 남았다. <궁리>는 관노비 출생 장영실의 역사적 실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21세기 지금 이곳의 시점에서 인간 장영실을 복원시킨다.
장영실은 1442년 세종 24년 임금이 타고갈 수레를 잘 못 만들어 태형 80대를 맞고 쫓겨났다는 마지막 기록(조선왕조실록)을 남기고 역사 속에서 사라져 버린다. 당시 장영실과 함께 했던 인물들은 그 후 여전히 역사적 기록을 남기고 가문을 이어갔다. 그러나 유독 장영실만 완전히 역사 속에서 삭제되었다. 그는 어디서 죽었고 그의 후손은 누구인지도 모른다. 당대 최고의 천재 과학자이자 당시 대호군이란 종 3품 벼슬을 지닌 고급관리에게 어떻게 임금이 타고 갈 수레(연)를 만들게 했는지, 하필 그 수레가 왜 부서졌는지, 수레 제작에 관여한 책임자는 처벌 받지않고 풀려났는데, 왜 장영실은 태형 80도를 맞고 쫓겨났는지 이해할 수 없는 역사적 미스터리가 존재한다.
-10년 만에 선보이는 이윤택 신작 연극 <궁리>
이윤택. 그는 이름만으로 한국 공연예술계의 브랜드다. <궁리>는 그가 <조선선비 조남명>이후 10여년 만에 선보이는 연극 신작이다. <궁리>는 이윤택의 철저한 동시대,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 장영실과 세종이라는 인간을 통해 현재 한국의 정치적, 국제적 상황을 투영시킨다. <궁리>의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작품은 복잡한 스토리텔링대신 뚝심 있게 ‘인간’을 선택, 집중했다. <궁리>는 정사와 야사 ‘사이’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실록에는 기록되어 있으나, 조용히 자취를 감춘 인물 장영실. 그는 진정한 의미에서 미래 지향형 지식인이었다. 세종 또한 장영실의 천재성을 믿고, 조선의 과학경영을 펼쳐나갔다. 이윤택은 이 둘을 통해 현대를 넘어 미래까지 유효한 인간상을 보여준다.
-충분한 볼거리, 26명의 빛나는 앙상블
이윤택 만큼 무대, 관객, 예술가의 삼각관계를 잘 아는 극작 연출가가 있을까? <궁리>는 작품성과 대중성면에서 어느 하나 놓칠 것이 없는 작품이다. 그간 이윤택이 주력해온 한국적인 정서와 공연양식 무대화의 완성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장영실의 해시계를 연상케하는 이태섭의 무대, 현대와 조선을 잇는 이유숙의 의상, 웅장함과 세밀함을 갖춘 최우정의 음악, 물질성을 움직임으로 풀어낸 김남진의 안무가 이윤택의 진두지휘 하에 26명 배우의 앙상블과 어우러져 종합예술의 연극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일시: 5월 24일~6월 3일,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7시, 일요일 오후 3시
*장소: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티켓: 전석 2만5000원
*예매문의: 1577-7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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