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대표선수 배출한 고양시청 마라톤부

“나는 달린다”

지역내일 2012-05-28

고양시청 마라톤부 선수들 왼쪽부터 김지훈 은동영 박경인 이두행 선수 김병현 선수는 몸이 아파 이날 야외훈련에 참가하지 못했다


고양시청 마라톤부(감독 윤한원)에는 모두 다섯 명의 선수들이 있다. 김지훈, 은동영, 박경인, 김병현, 그리고 런던올림픽 마라톤 국가대표선수로 선발된 이두행이다. 선수들은 주로 새벽과 오후 시간에 달린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고양시민이라면 한 번쯤은 운동장이나 공원 어딘가에서 스쳐 지나갔을지 모르는 선수들을 소개한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고독한 싸움, 마라톤
달리기는 쉽다. 운동화를 신고 뛰면 된다. 그러나 달리는 일이 직업이라면 어떨까.
“마라톤은 정말 자기 자신과 고독한 싸움이에요. 남들 놀 때 쉬고 싶지만 달려야죠. 목표의식을 갖고 운동하는 게 좋아요. 목표에 의해서 모든 것들이 정화될 수 있어요.”
윤한원 감독의 말이다.
고양시청 마라톤부는 창단 3년째를 맞는다. 신생팀으로 올림픽 대표 선수를 배출한 비결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윤한원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집중이다.
“첫째도 둘째도 집중이에요. 훈련이 힘든 운동이기 때문에 집중하지 않으면 부상 위험이 있어요. 운동할 때나 몸 관리에서도 절도 있는 생활을 강조해요.”


고양시청마라톤부 윤한원 감독
                         고양시청마라톤부 윤한원 감독


42.195km 결승점까지 한 발 한 발
대체로 운동선수들은 말이 없다. 반복되는 고된 훈련을 묵묵히 이기고 결과로 말하기 때문일까. 종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말을 아끼는 선수들이 있다. 마라톤 선수들이 그랬다. 질문을 던져도 선수들은 필요한 말을 간단히 대답할 뿐 긴 설명은 없었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한마디에 열 마디로 답하는데, 이들은 자신의 느낌이나 활동에 미사여구를 붙이거나 꾸미려고 들지 않았다.
마른 몸에 구릿빛 피부, 흡사 수행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선수들은 간단히 몸을 풀고 트랙을 달리기 시작했다. 아침운동을 하러 모인 시민들 사이를 그들은 헤엄치듯 유유히 달려 나갔다.
타닥타닥 코너를 돌아오는 선수들의 발소리를 듣고 윤한원 감독은 조용히 타이머 버튼을 눌렀다. 훈련도 말없이 이루어졌다.
달리는 일이 직업인 이들에게 과거나 미래의 일은 모두 허상이다. 그저 내가 땅에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순간만이 진실이다. 말이 아닌 몸으로 한 발 디뎌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 마라톤뿐일까. 살아가는 일이 그렇다. 묵묵히 42.195km를 달려 결승점에 도착한 후 선수들은 그제야 마음껏 웃고 말할 수 있다. 마라톤은 그래서 지켜보는 이들에게 위로를 준다.


자기 관리 철저, 단합 잘되는 팀
윤한원 감독은 고양시청 마라톤부 선수들이 단합이 잘 된다고 칭찬했다. 이두행 선수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분위기 좋은 팀이란다. 그러나 윤 감독은 평소 선수들에게 칭찬을 아낀다. 선수들이 자만할까 우려해서다. 과묵한 윤 감독에게 선수들 한 명 한 명을 칭찬해 달라고 주문했다. 아래는 윤 감독의 말이다.
“이두행 선수는 육상 중거리 선수 출신으로 마라톤에 입문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올림픽에 출전했다. 자기 관리가 철두철미한 선수다.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강하다. 시합에서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강한 근성을 갖고 있다. 박경인 선수는 아직 더 다듬어야 하지만 스피드가 뛰어나 큰 선수가 될 가능성이 많다. 김병현 선수는 실업 일 년 차로 아직은 부족하지만 체력이나 스피드만 보완하면 이후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라 예상된다. 우리나라 대표 선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김지훈 선수는 얼굴도 잘 생기고 마라톤을 한 번 밖에 안 뛰었는데 지난해 동아마라톤대회에서 3위를 했다. 조금만 더 집중해서 훈련하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많다. 은동영 선수는 생활에서 모범생이다. 밖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오라고 할 정도로 숙맥이다. 마라톤에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진다면 좋을 것이다. 모두 큰 선수가 될 수 있는 유망한 선수들이다.”



성사체육공원에서 훈련하는 선수들


결과보다 과정 응원해주기를
기사가 신문에 실릴 때 쯤 선수들은 중국 땅을 달리고 있을 것이다. 고산지대 훈련을 위해서다. 겨울에는 제주도, 여름에는 속리산, 나머지 시간에는 고양시에서 달린다. 고양시청 마라톤부 선수들을 만나고 싶다면 이른 아침 5시 30분에서 7시 무렵 어울림누리나 인근 공원을 찾아가면 된다. 대회의 결과에 보내는 박수도 좋지만 가장 힘나는 것은 과정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이들의 박수소리다.
김지훈 선수는 “마라톤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지루해도 많이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두행 선수도 같은 마음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시민들이 너무 좋은 성적만 바라고 계시니 부담이 많이 돼요. 처음 스타트에서 떨어진다고 실망하지 마시고 응원하는 선수가 끝까지 달리는지, 어떻게 하고 기록은 어떤지 지켜보고 한 단계씩 발전하는 것을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선수들이 귀띔하는 마라톤 Tip
윤한원 감독은 “가장 중요한 것은 러닝화를 신는 것”이라고 말했다. 달리기 전에 충분히 걸어야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고 부상 위험도 낮기 때문이다. 마라톤을 생활 체육으로 즐기는 시민들에게 박경인 선수는 “외로운 싸움이다. 힘든 걸 참고 이겨내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으니 꾸준히 하라”고 조언했다. 은동영 선수는 “자기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진정으로 해야 건강에도 좋을 것”이라며 마라톤을 즐기면서 하라고 권했다.



런던올림픽 마라톤 국가대표 선발된 이두행 선수
런던올림픽 기준기록 통과를 인정하는 올해 국내 대회는 지난 3월 열린 서울국제마라톤대회와 대구국제마라톤대회 두 개 뿐으로, 기록이 가장 좋은 선수 3명이 대표로 선발됐다.
이두행 선수에 앞서 정진혁(2시간11분48초`22`건국대)과 장신권(2시간14분35초`29`서울시청) 2명의 선수가 국가대표 기준기록을 통과했다.
이두행 선수는 지난달 8일 열린 대구국제마라톤대회에서 지난해 대회보다 2분 48초 앞당긴 2시간 14분 05초의 기록으로 국내 남자부 1위를 차지했다. 늦깎이 마라토너로 중장거리 선수로 활약하던 그가 국가대표로 뽑힐 거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이두행 선수는 “아직 기록이 좋은 편이 아니라 기존 기록을 깨면서 십위 정도 목표로 달리겠다”고 말했다. 최종 목표는 2014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런던올림픽 출전하는 이두행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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