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트장애인합창단 ‘영혼의 소리로’ 지휘자 박제응 교수 “힘닿을 때까지 아이들과 함께 하기로 한 약속, 지켜야지요.”

지역내일 2013-04-21

홀트장애인합창단 ‘영혼의 소리로’ 지휘자 박제응 교수
“힘닿을 때까지 아이들과 함께 하기로 한 약속, 지켜야지요.”


10여 년 전 홀트장애인합창단 ‘영혼의 소리로’를 처음 만나던 날, 연습실을 쩌렁쩌렁 울리던 박제응 교수의 노래 소리를 기억한다. 그리고 박 교수의 입 모양을 보고 열심히 따라 부르던 30여 명의 단원들. 그들의 합창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 불완전한 화음이 오히려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었다. 10여 년이 지난 오늘, 박제응 교수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고 단원들의 합창도 때때로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목소리가 아닌 마음으로 부르는 그들의 노래는 여전히 듣는 이의 마음을 감동시켰다.
‘영혼의 소리로’ 30여 명의 단원들은 모두 뇌병변, 지적장애, 정신장애, 언어장애, 다운증후군, 간질 등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가진 이들. 악보를 보기는커녕 목소리를 내기도 힘든 이들은 창단 이후 지금까지 400여 차례 국내외 크고 작은 무대에 오르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들이 이뤄낸 기적은 1999년 5월 합창단 창단 이후 지금까지 자원봉사로 단원들을 지도하고 있는 박제응 교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학 신입생 시절 봉사활동 펼쳤던 홀트, 귀국 후 다시 그곳으로
박제응 교수는 이탈리아에서 G.Verdi 국립음악원 성악과와 노바라시립음악원 연주자 과정, 국제 아카데미 A.C.I.S 오페라과를 졸업했으며 밀라노시립학교 성악교수로 재직했다. 이탈리아 유학시절 현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박제응 교수는 1998년 초 10년 동안의 유학생활을 접고 돌연 귀국했다. 당시 집안에 일이 생겨 그가 돌아와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귀국해 심신이 지쳐있던 때 집에서 동생과 앨범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한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어요. 대학 신입생 시절 홀트에 봉사활동 갔다 9살 우혜경이란 아이와 찍은 사진이었죠. 혜경이는 당시 제가 후원결의를 맺은 아이였어요.”
혜경이는 대두증을 앓고 있어서 12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란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아이. 홀트일산복지타운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던 막내 여동생 박꽃송이 씨는 혜경이가 20살의 어엿한 아가씨로 성장했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고, 그 소식에 그는 이끌리듯 다시 홀트복지타운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1999년 홀트장애인합창단 ‘영혼의 소리로’를 창단했다. 합창단 창단 당시 아무도 그들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 해 연말평가에서 합창단은 경기도 전체 장애인 지원 프로그램 중에서 최우수프로그램으로 뽑혔다. 


-내 노래를 듣고 자신만의 소리를 내는 아이들, 힘들지만 행복해
박 교수는 악보는 물론 제대로 음정을 따라 하는 것조차 어려운 이들이 ‘You raise me up'' ''오! 쏠레미오’ ‘물망초’ 등 노래 한 곡을 완성하기 까지 수백 번 아이들 앞에서 노래를 반복한다. “아이들은 저의 노래를 듣고 자신들의 소리를 냅니다. 노래를 부르는 입을 보고 반복해서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이 아이들이 노래를 익히는 방법이죠. 그러다 보니 한 곡을 제대로 부르기까지 한 달도 걸리고 때로는 그 이상도 걸리죠. 비장애인들도 매주 꼬박 3번씩 연습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들이야 말할 것도 없죠. 몸이 불편하고 산만한 아이들을 집중시키려면 잘 먹고 목소리도 더 크게 내야합니다”라는 박제응 교수.
그의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 십 수 년 간 ‘영혼의 소리로’는 400여 차례 무대에 올랐고 매번 무대에 오를 때마다 사람들에게 박수갈채를 받았다. 방송 출연도 수십 차례, 예술의 전당이나 호암아트홀 등 국내 큰 무대는 물론 2009년에는 세계 합창 올림픽 조직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대표로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열리는 대회에 초청받아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악보를 볼 줄 아는 단원 이 한 명도 없는 ‘영혼의 소리로’가 국가대표로 세계 대회에 정식 초청을 받았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국제 합창대회 역사상 장애인 팀이 공연을 하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라 당시 이들의 공연은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제 ‘영혼의 소리로’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장애인합창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덕분에 매년 새로 단원을 선발하는 오디션은 경쟁도 치열하다. 그런 만큼 이들 단원들은 자부심도 크다.  이번 주만 해도 고양시의 크고 작은 행사가 있고, 4월 23일은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밀알재단 주최 음악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렇게 공연을 통해 모아진 후원금은 복지타운 내 다른 장애인들의 치료비로 사용되기도 한다.
일주일에 세 번 연습을 하고, 공연이 있을 때는 일주일에 거의 매일 시간을 내야 하는 일, 때로 지칠 때도 있지 않을까? “단원들은 제 손짓과 제 목소리를 따라 노래를 부릅니다. 비장애인처럼 한 번 배우면 언제나 부를 수 있는 아이들이 아니에요. 물론 힘들 때도 있지만 힘닿을 때까지 아이들과 함께 하기로 한 약속, 지켜야지요.”
장애인의 손을 잡고 10년 넘는 긴 시간을 함께 걸어온 박제응 교수. 단원들이 부르던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l can be(당신이 나를 일으켜 나보다 더 큰 내가 되게 합니다)’ 란 노래 말, 박 교수에게 바치는 헌사처럼 느껴진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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