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다른 인생도 살아보고, 봉사도 하니 보람 있어요
아람누리도서관 ‘아람 은빛 연극동아리’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아람누리도서관 지하 1층 자료실에는 멋진 실버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자리를 잡은 15~20여 명의 회원들은 민대식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대본 리딩 연습에 여념이 없다.
이들은 아람누리도서관 소속 ‘아람 은빛 연극동아리’(이하 은빛동아리, 회장 김윤중) 회원들. 은빛동아리는 지난 2010년 동아리를 조직해 어린이와 성인 대상 연극을 제작, 관내 지역아동센터와 장애인시설 등을 찾아 자원봉사를 펼치고 있다. 그동안 이들이 제작한 연극은 토끼의 재판, 아씨방 일곱 동무, 新 심청전, 돼지꿈 등이 있다.
-2010년 경기도 어르신 동화구연대회에서 우수상 수상
은빛동아리는 지난 2010년 경기도 노인일자리 창출사업의 일환으로 교육계 퇴직자를 대상으로 모집한 독서도우미에서 시작됐다. 김윤중 회장은 “현재 은빛동아리 회원들은 당시 같이 했던 1기생들이 대부분이다. 독서도우미 교육과정 중에 동화구연도 있었고, 동화구연 활동을 하다 자연스럽게 연극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들 은빛동아리는 2010년 경기도 어르신 동화구연 대회 공연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초창기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들은 제작한 연극으로 일산병원, 홀트타운, 은혜의집, 동녘지역아동센터, 고양치매노인주간보호센터 등 관내 지역아동센터 장애인시설 병원 등을 찾아 공연을 펼쳤다. 또 <화정 동네북>, <제2회 고양시 책잔치> 등 지역 축제와 <2012 경기도 은빛 독서 나눔이 수료식> 등 고양시 뿐 아니라 경기도 주최 다수의 행사에 초청되어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은빛동아리 회원들은 “봉사를 다니면서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자신이 인격적으로 더 성숙해지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또 회원들은 기존의 실버교육이나 동아리 활동과는 차별성이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성과 위주의 보이기 위한 동아리가 아니라 동아리 대상 전문 교육을 통해 아마추어지만 프로다운 실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2012년 상반기에 연극배우 초빙 교육을 받았고 작품 ‘新 심청전’을 제작했다. 2012년 하반기에는 연극 놀이 강사를 초빙해 연극 지도를 받았으며, 올 상반기에는 민대식 연극배우를 초빙해 작품 ‘돼지꿈’을 제작했다. ‘돼지꿈’은 황석영 원작으로 프로배우들 사이에서도 ‘쉽지 않은 연극’이라고 정평이 난 작품. 동아리 회원들은 상반기 내내 연습에 몰입해 ‘돼지꿈’을 완성시켰다.
김윤중 회장은 “기존의 실버연극단 하면 대부분 잠시 활동하다 회원이 바뀌고 그러면서 유야무야 활동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 은빛은 1기 수료생들 대부분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고 무엇보다 아람누리도서관의 지원이 힘이 많이 된다. 특히 담당 박정은 씨는 맡은 업무 이상으로 우리의 힘이 되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다”라고 칭찬한다.
이들을 담당하고 있는 아람누리도서관 박정은 씨는 “은빛 동아리는 실버라는 수식어를 붙이기가 무색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사회활동을 오랫동안 하셨던 분들이 대부분이라 연극 하나를 하더라도 회원 모두 정말 프로 못지않게 열심히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실력 있는 동아리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 회원들은 앞으로 2~3개의 공연을 더 준비해서 초청 공연은 물론 직접 찾아가는 공연을 더 자주 가질 계획이라고 한다.
-동아리 활동 통해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기쁨 커
“퇴직 후 인생2모작은 다른 사람에게 귀감이 되는 실버가 되고 싶었다. 독서지도 봉사와 연극동아리 활동을 통해 무대 위에서 다른 인생을 살아보니 배우는 점이 더 많다.” (김윤중 회장)
“지역아동센터 등 소외된 곳을 찾아 독서지도를 하면서 보람을 많이 느꼈다. 독서지도의 힘이 크다는 것도 봉사활동을 하면서 더 깨달았다.” (이연자 씨)
“동화구연과 연극이 손자를 키우는데도 도움을 많이 받는다. 교육받은 것을 되살려 동화책을 읽어도 표현을 다양하게 하면서 들려주니 이젠 할머니를 더 찾을 정도로 인기다.” (김재숙 씨)
“2010년 경기도에서 퇴직자 대상 독서지도교육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당시 경쟁률이 치열했다. 교보문고에서 나와 교육을 진행했는데 그 교육을 개인적으로 받으려면 100만원이 넘는 회비를 내야하는 수준 높은 교육이었다. 내가 될까 하는 마음으로 지원했는데 운 좋게 교육기회가 주어져서 너무 기뻤다. 사실은 집안 일로 오랫동안 동아리 활동을 못했다. 그동안 치매를 앓고 있던 친정어머니를 간호하느라 나올 수가 없었는데 이제 다시 활동을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그동안 치매 어머니에게 ‘토지’ 만화 36권을 꾸준히 읽어드리면서 독서트레이닝의 힘이 크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덕분에 어머니는 행복한 마음으로 돌아가셨고 이제 그 경험을 살려 어머니 같은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박미희 씨)
“당시 교육 퇴직자들 지원자가 대부분이라 지원은 했지만 내게 기회가 주어질 줄은 몰랐다. 퇴직 전 대기업에 오랫동안 근무했는데, 그곳과는 또 다른 노년의 관계형성에 이보다 좋은 곳이 없다. 실버동아리라고 하지만 교육내용은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독서토론, 극본발표 등 수준이 높았다.(웃음) 지식으로 배운 것을 가슴으로 전달하는 동아리 활동이 인생 후반기에 기쁨이고 보람이다.”(박춘자 씨)
“지난해에 입단해 늦깎이 회원이다. 입단 당시에는 그냥 동네극단이려니 했는데 들어와서 보니 프로배우의 수준 높은 지도도 그렇고 회원들이 연습에 빠지는 일이 거의 없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 긴장도 되고(웃음), 부지런히 따라가야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하고 있다.”(박기준 씨)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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