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초등학교 방과후 ‘바둑교실’
“집중력 향상에 좋은 바둑, 알까기보다 재밌어요”
바둑은 흑백(黑白)의 돌을 교대로 놓으며, 집의 크기에 따라 승부를 겨루는 전통놀이다. 7, 8세 어린이부터 80세 노인까지 함께 즐길 수 있어 세대를 아우른다. 바둑의 정확한 기원은 찾을 수 없지만, 처음 생겨난 곳은 중국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에 널리 보급돼 지금껏 이어왔다.
가온초등학교에도 바둑의 재미에 흠뻑 빠진 친구들이 있다. ‘알까기보다 바둑이 재밌다’고 말하는 그들은 ‘집중력과 바른 자세, 수리력이 좋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가온초등학교 방과후 바둑 교실을 찾아 고사리 손의 진지한 한 수를 배워보았다.
이야기가 있는 ‘바둑교실’
목요일 오후 두시, 가온초등학교 특기적성 교실에서 바둑 수업이 한창이다. 29명의 학생들은 자리를 지키며, 꼼꼼히 문제를 풀고 있다.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가온초등학교의 방과후 바둑교실을 이끌고 있는 장영규 강사는 “바둑은 좋은 친구를 얻을 수 있는 놀이로 즐겁게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을 배우든 재미가 있어야 하죠. 바둑도 마찬가지예요. 학생들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재미있게 다가가야 해요. 단순히 바둑의 기술만 가르치기보다 바둑과 관련된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고, 흑돌과 백돌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실제 장영규 강사는 바둑천재를 잘 알아보기로 유명하다. 지금껏 4명의 바둑천재를 발굴했다. “바둑 천재들은 눈빛부터 달라요. 나이가 어려도 높은 집중력을 보이죠.”
오늘의 주제는 ‘끝내기’다. 끝내기는 바둑을 두고 나서, 누가 더 많은 집을 차지했는지 계산하는 것이다. “흑집의 수와 백집의 수를 세어서 집을 더 많이 차지한 쪽이 이기게 됩니다. 계산하기 편하게 사각형을 만드세요.”
바둑수업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100분 동안 계속됐다.
고사리 손의 진지한 한 수
문제풀이가 끝나고, 바둑 두기가 이어졌다. 장영규 강사와의 대국은 학생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앞에서 바둑을 두는 학생은 신이 나고, 앉아있는 학생들은 높은 집중력을 보이며, 대국에 참여했다. 한 수 한 수 둘 때마다 바둑 고수들의 평가도 이어졌다.
“잘 뒀나요?” “네, 잘 둔 수, 짝짓기”
장영규 강사와 학생들 간의 호흡이 척척 맞았다.
“일렬로 늘어선 쪽 학생들은 나름 고수예요. 스스로 문제를 풀고, 한 판 바둑을 둘 수 있는 친구들이에요. 시작 단계 학생들은 바둑의 기본자세부터 익힐게 많아요.”(장영규 강사)
장영규 강사가 바둑을 두는 이유는 좋은 친구를 얻기 위해서란다. 또, 화목함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경찰이 꿈이라는 경민찬 학생(1학년 1반)도 친구와 함께 두는 바둑이 재밌다. “바둑은 예의가 중요해요. 반칙을 쓰면 안 되고, 이겼다고 자랑해도 안돼요. 바둑알을 던지거나 튀겨도 안 되죠.”
이민서 학생은 “집에서 아빠랑 언니랑 두니까 너무 좋다”며, “바둑은 좋은 점이 정말 많다”고 한다. 금창휘 학생(3학년 2반)은 2학년 때 바둑을 시작했다.
“그 전에는 알까기만 했는데, 바둑을 배워서 아빠 엄마랑 두니 더 재밌어요.”
김대영 학생(3학년 2반)은 “바둑은 예절이 중요하다”며, “바둑은 집을 짓기 쉬운 순서대로 두면 된다”고 알려준다. 신윤 학생(1학년 2반)은 또래보다 빨리 바둑을 습득하고 있다.
“바둑을 두면 똑똑해지는 거 같아요. 집에서 형이랑 바둑을 둘 수 있어 좋아요.”
수리력과 집중력 길러
바둑은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리력과 집중력을 길러준다. 수를 읽으며, 공간 감각도 좋아진다. “바둑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높여 집중력을 향상시킵니다. 바둑의 예절과 규칙을 알아가면서 창의력도 키울 수 있지요. 바둑의 진짜 재미는 18급 이상 돼야 알 수 있어요. 그 때가 되면 정말 눈빛이 달라지죠.”
멋진 건축가가 꿈인 이민서 학생은 “바둑은 상대와 같이 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길러진다”며, “수학성적도 95점, 100점으로 좋아졌다”고 자랑한다.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이자윤 학생(2학년 2반)은 바둑을 배우면서 수업 시간에 집중이 잘된다고 한다. 운동을 잘한다는 이민환 학생도 바둑의 좋은 점으로 집중력을 꼽았다.
이서준 학생(3학년 3반)은 형(이현석 5학년 2반)과 함께 수업을 듣고 있다.
“바둑을 두면서 자세가 바르고, 수학을 잘 하게 됐어요. 바둑은 두뇌 게임이에요. 큰 집을 짓고, 그 집을 지켜내야 하기 때문에 생각하는 힘도 길러지죠. 앞으로 프로게이머가 꿈인데, 전략적으로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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