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사람들 작은 지구촌 ‘UN글로벌FC’
“국가 드리블, 언어 슛, 행복 골~인”
축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인 국민스포츠 중 하나로 꼽힙니다. 각 지역마다 축구동호회가 없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니까요. ‘화합’을 이끌어내는데 축구만큼 좋은 도구가 또 있을까요? 여기 축구 때문에 행복하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국가와 언어를 뛰어넘어 외국인과 한국인이 함께 어우러져 축구를 즐기는 그 현장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유석인 리포터 indy0206@naver.com
승패에 상관없이 축구 즐겨
“자, 자! 길게 차야지, 길게!” “센터링해~ 왼쪽이 비었다, 빨리 들어가. 크게 한번 외치자. 원 투 파이팅!”
무더위가 절정을 이루고 있는 요즘, 일요일 오후가 되면 금촌 하지석리 체육공원은 더 뜨거워진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축구를 즐기는 ‘UN글로벌FC’가 바로 그 주인공.
UN글로벌FC는 매주 일요일 오후 6시면 어김없이 모여 공을 찬다. 고양시에 거주하는 외국 남성 및 외국인근로자를 중심으로 10여 개국 60여명이 팀을 이뤄 매주 일요일 오후 고양, 일산, 파주지역에서 축구경기를 진행한다. 베트남 캄보디아 스리랑카 중국 몽골 카메룬 등 나라와 피부색, 언어가 다르고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형성하고 있지만 축구를 통해 하나가 되었다. 시작은 다문화센터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던 외국인의 제안이었다. 이주여성들을 위한 정책은 많은데 외국인 남성을 위한 것은 없다, 뭔가 구심점을 만들어보자고 해서 몇몇이 모임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고양시를 중심으로 외국인 축구단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많은 이들이 호응을 해 주어 2010년 결성됐다. UN글로벌FC는 형식이나 승패에 상관없이 팀원들이 함께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실력보다는 화합과 자유로움을 지향한다. 승부욕에 치우치지 않도록 마음의 평정을 찾고 즐기며, 경기를 원활히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고장영 단장은 “축구를 하다보면 승부욕이 앞서 자칫 부상을 입을 수 있어요. 한국에서 일하는 것도 힘든데 다치면 얼마나 서럽습니까. 매 경기마다 팀원들 부상없이 즐거운 축구 경기를 만들고자 노력합니다”라고 말했다. 축구는 몸과 몸이 부딪히는 과격한 운동이다 보니 공식대회는 물론 친선경기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하곤 한다. 그러나 UN글로벌은 승부욕 보다는 즐거운 축구를 지향하는 덕분에 지금껏 단 한 건의 불미스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팀 창단 이래 한 주도 빠짐없이 주말마다 연습을 하고, 매년 한두 차례씩 친선경기를 치르며 파주지역 목회자팀 및 고양FC와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축구로 건강과 생활에 활력 찾아
고 단장은 UN글로벌FC의 장점을 세 가지로 꼽았다. 다른 동호회와 마찬가지로 첫 번째는 건강이고, 두 번째 다양한 국가 간의 연합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힘든 한국 생활에서 활력을 찾게 해준다는 점이다.
“UN글로벌 유니폼에는 한쪽엔 태극기, 다른 한쪽엔 각 나라의 국기가 새겨져있습니다. 축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서로를 알아가면서 한국 사회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UN글로벌은 앞으로 각 국가별 팀을 조직해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김세영 대표는 “축구 기술을 연마해 각종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팀원들이 축구를 통해 부상 없이 몸과 마음을 건강히 가꿈으로써 친목을 더욱 돈독히 하고 활기찬 한국생활을 하도록 돕는 게 가장 큰 역할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UN글로벌은 여러 분들의 사랑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도움의 손길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자치단체나 주변 기업들의 더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UN글로벌 축구팀은 올 하반기에 미니 월드컵을 계획하고 있다. 각 지역 다문화교육센터와 연계해 국가별 축구팀을 구성해 친선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이들의 멋진 경기를 기대해 본다.
◆ UNGFC(UN GLOBAL FOOTBALL CLUB)-유엔 글로벌 축구단
주소: 일산서구 주엽동 110-2번지 가람빌딩4층
<인터뷰>
김세영 UN글로벌FC 대표
친구들과 함께해서 행복합니다.
외국인들이 이곳에서 공을 차며 쉼을 얻고, 한국사회를 이해하고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마음껏 한국을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들은 이방인이 아니라 우리 친구이니까요. 친구들과 함께 해서 행복합니다.
부영낫탄(29세 베트남)
다른 운동보다 축구가 최고
부영낫탄(29세 대학생)씨는 주중엔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주말엔 일산에 와서 공을 차는 UN글로벌의 주력 멤버. “축구를 좋아해요. 축구를 하면 몸도 건강해지고 사교성이 좋아져요. 팀웍을 중시하기 때문이죠. 고민이 있거나 머리가 아플 때도 축구를 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정리가 돼요. 탁구도 치고 태권도도 배우고 있지만 역시 축구가 최고에요.”
팔라(29세 캄보디아)
일요일을 손꼽아 기다려요
한국에 온 지 1년 된 팔라(29세)씨는 축구를 하는 일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축구가 재미있어요. 축구하면서 여러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아요. 일이 힘들고 말도 안 통해 답답했는데 축구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어요. 덕분에 일하는 것도 즐거워졌어요. 월요일이 되면 벌써 일요일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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