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추석이 지나면서 계절도 변해 아침저녁으로 차가운 기운이 돌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국물이 생각날 때 수많은 국물 중에 으뜸은 역시 설렁탕입니다. 뚝배기에 담긴 하얀 국물의 힘이란 밥 한 그릇 뚝딱이요, 달달한 깍두기와 김치를 벗 삼아 마지막 국물까지 마시면 세상을 다 가진듯한 포만감이 밀려옵니다. 깊어가는 가을, 10월에 소개할 음식은 설렁탕입니다.
유석인 리포터 indy0206@naver.com
섬김과 나눔의 음식
"병석에 누운 아내는 설렁탕이 먹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김 첨지는 돈이 없다. 김 첨지가 다소 여유가 있을 즈음엔 아내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에서 설렁탕은 가난한 부부의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상징물로 가슴 찡하게 다가온다. 가난했던 시절에는 설렁탕이 그야말로 보양식이었다. 설렁탕은 소의 머리, 내장, 뼈다귀, 족 등을 푹 고아서 우려낸 국물에 밥과 국수를 말아먹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쇠고기와 내장 등 거의 모든 부분을 뼈가 붙어있는 채로 가마솥에 넣고, 하루쯤 푹 고아 연신 기름을 거두어 내면 뽀얀 국물이 우러난다. 여기에 밥을 말아 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 고춧가루와 파를 넣고 김치와 깍두기를 곁들여 먹는다. 설렁탕의 국물에는 단백질과 무기질, 철분, 인 등이 포함돼 있어 성장기 어린이나 허약체질, 고령자, 운동선수, 여성의 건강에 좋다. 또한 칼슘, 마그네슘, 비타민A 등의 영양소는 골다공증과 뼈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설렁탕은 역사가 오래된 음식이다. 봄철에 왕이 선농단(先農檀)에 나가 제사를 지내고 친히 밭을 가는 친경을 행한 뒤 소를 잡아 국을 끓였다. 소는 신에게 바친 신성한 제물로 여겨 어느 한 군데도 버리지 않았는데 이렇게 끓여낸 쇠고기 국물을 상하, 관민, 귀천 없이 모두가 골고루 나눠먹었다고 한다. 풍족하지 못했던 시절, 물을 부어 양을 늘릴 수 있는 국물요리는 서민 가정의 중요한 메뉴였다. 국물을 나눈다는 것은 곧 인정을 나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설렁탕에는 가난한 백성들에게 고기 국물이라도 배불리 먹게 하고 싶었던 왕의 정(情)과 어머니의 정성이 담겨 있다.
오랜 시간 기다림과 정성으로 끓여야 제 맛
설렁탕은 기다림과 정성으로 만들어야 한다. 먼저 뼈와 고기를 물에 담가서 30분 정도 핏물을 빼준 다음 뼈와 고기가 잠길 정도의 물을 붓고 한 번 더 끓여주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불순물을 제거할 수 있다. 그 다음에 물을 솥 가득히 붓고 센 불로 끓여주면 된다. 설렁탕은 단 한번 끓여서 만들어지는 음식이 아니라서 여러 번 뼈와 고기를 끓여야 비로소 진국인 설렁탕을 맛볼 수 있다. 12시간 이상을 푹 고아 삶아 내는 국물은 오랜 기다림 속에서만 얻어 낼 수 있는 보상이요, 대가인 것이다. 이제는 설렁탕이 미국인들의 아침 메뉴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LA타임스 칼럼에 ''설렁탕이야말로 아침에 미네랄을 섭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식사''라며 ‘밤새 술을 마셔 무기물이 몸에서 빠져 나갔을 때 원기회복용으로 그만‘이라고 치켜세웠다. 외국음식을 까다롭게 따지는 미국의 미식가들로부터 건강식으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 쌀쌀한 날씨, 추위에 떨다보면 뜨끈한 탕 한 그릇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깊어가는 가을, 사람과 정이 그리울 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설렁탕 한 뚝배기에 잘 익은 깍두기를 얹어 먹으면 가을의 외로움이 기분 좋게 날아갈 것이다.
우리 동네 맛있는 설렁탕집을 찾아서
20여년 긴 세월 한결 같은 그 맛 ‘유일설렁탕’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20년 전통의 설렁탕집이다. 국물이 진하면서도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설렁탕을 맛볼 수 있으며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먹는 수육도 인기메뉴다. 경기미로 지어 밥이 찰지며 지하냉장고에서 3~4일 익혀낸 싱싱한 깍두기를 곁들이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제 맛이 난다. 긴 세월 한결같은 맛을 자랑한다. 1층에서는 설렁탕을, 2층에서는 불고기를 맛 볼 수 있다.
명절날 3일간 휴무. 주차 공간 있음.
위치: 일산서구 탄현동 8-45
문의: 031-921-3569
24시간 언제든 찾아가도 부담 없는 집 ‘토성옥’
24시간 영업이라 언제든 찾아가도 부담이 없는 집이다. 이곳에서는 사골 60kg을 가마솥에 15시간 이상 푹 고아서 손님상에 낸다. 기름을 걷어낸 뽀얀 국물이 담백하고 고기도 넉넉히 들어가 있다. 대추와 파를 얹은 수육을 촛불에 데워 먹는 건 또 다른 별미. 크지 않은 집이지만 가볍게 한 잔하기에도 좋은 곳이고, 아침식사 집으로 찾아도 손색이 없다.
연중무휴. 주차장 없음.
위치: 일산서구 주엽동 67(그랜드백화점 맞은 편)
문의: 031-912-0090
우리 한우로 끓인 푸짐한 설렁탕 ‘고양한우마을’
정육점형 식당으로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한우를 맛볼 수 있다. 양질의 한우를 사용해 국물이 구수한 전형적인 설렁탕 맛을 낸다. 국물에 양지머리, 설도, 스지 등 다양한 부위를 넣는 것도 이 집만의 특징. 좋은 재료에 양도 푸짐하다. 한우설렁탕 외에도 갈비탕, 우거지국밥, 냉면, 육회비빔밥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메뉴가 다양하다.
연중무휴. 주차장 완비.
위치: 일산동구 설문동 634-1
문의 : 031-976-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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