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올려지나요?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예술 작품들이 전시된 곳, 그래서 소위 ‘예술’을 안다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발걸음 하는 곳이라는 부담스런 이미지가 먼저 떠올려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 하지만 우리 동네 ‘갤러리 울’은 다릅니다. 붓과 캔버스로 목소리를 내는 작가들의 순수 예술 작품을 그 어느 곳보다 편안히 만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지나가다 무심코 들려 봐도 좋을 법한 곳. 그래서 관람료도 언제나 무료입니다. 작가와 대중들의 소통의 다리가 되고, 나아가 문화예술의 도시 고양시를 이루는 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는 ‘갤러리 울’ 하종구 대표를 만났습니다.
무료 상설전시, 작가와 시민들의 편안한 소통의 장
갤러리 울은 올 3월 개관했다. 80여 평의 갤러리엔 작가의 개성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들이 상설로 전시되고 있다. 하종구 대표는 미술작품과 대중과의 거리를 줄이고, 편안하게 미술 작품과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갤러리 울을 개관했다고 한다.
“시민들이 좋은 미술 작품을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 많지 않아요. 작가들에게도 대중들에게 다가갈 공간이 부족한 현실이고요. 고양시에서 거주하는 작가가 수백 명이나 되는데, 이들 대부분이 서울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는 실정이니까요”
갤러리 울에선 신선한 감각을 가진 신진 작가들부터 연륜이 작품에 그대로 묻어나는 중진 작가들까지, 작품에 대한 열정을 가진 작가들의 작품을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갤러리 울은 하종구 대표의 오래된 꿈이자 희망사항이기도 했다.
본래 미술을 전공했다는 하 대표는 “현실과 부딪혀 붓을 놓을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언젠가 그들을 위한 작은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지요. 사실 작가가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싶어도 전시회를 열기 위해선 갤러리 대관료를 비롯해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듭니다. 예술가들이 살아가기에 아직도 현실은 척박한 게 사실이니까요”라고 말했다. 갤러리 울(Gallery Wul)이란 이름도 작가와 대중,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이름 지었다.
갤러리 울에선 작품 관람뿐만 아니라, 구매 및 상담도 받을 수 있다. 판매 가격도 낮춰 작가와 구매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구매에 대한 부담을 없애고, 더 쉽게 작품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작품 임대도 해준다. 월 3~6만 원 선이면 원하는 작품을 대여할 수 있다.
진정한 미술 교육은 캔버스에 ‘자유’를 주는 것
한 때 미술 교육 사업에 종사했었던 하 대표는 미술 교육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하 대표는 “왜 한국에선 피카소와 같은 미술 천재라 불릴 만한 예술가가 나오지 않는 걸까요. 미술을 전공하고, 대학에 합격하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미술에 천재성을 가진 아이들이 많지만 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현실, 그리고 그들이 날개를 펼치도록 지지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이 부족해요”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하 대표는 지금 5살 김민찬 군의 미술 멘토로 지내는 지금이 너무 설레고 행복하다고 한다. 선천성 약시를 가진 민찬 군은 하 대표가 ‘미술 천재’라고 감히 칭하는 친구다.
“민찬 군의 그림엔 스토리가 있어요. 5살 아이가 100호 사이즈의 캔버스를 며칠도 안 돼 거뜬히 채울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죠. 미술적인 감각뿐만 아니라, 어떠한 스토리를 담아낼 지 매번 기대가 되죠”
하 대표는 형식에 얽매인 미술 교육이 민찬 군과 같은 미술 영재들이 지닌 능력을 발휘하는 데 오히려 벽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가르치기보다, 진정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이를 캔버스에 풀어낼 수 있도록 멘토 역할만 해주면 된다고 하 대표는 이야기한다. 캔버스에 자유를 주는 것. 그것이 하대표의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미술교육이다. 갤러리 울에서는 민찬 군이 그린 작품들을 선별해 곧 개인전도 열 계획이다.
아울러 하 대표 는 부모들 역시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술교육에서 교재나 교구는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정답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자녀들이 항상 자연과 우주와 교감하며 자라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 하죠”
마을 예술 프로젝트, 1가구 1작품 캠페인 등도 펼쳐
갤러리 울은 마을기업((주)나는)으로 선정돼, 다양한 사업도 펼치고 있다. 마을 벽화 조성과 같은 동네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하고, 방과 후 교육을 비롯한 미술교육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1가구 1작품 캠페인 등을 통해 예술과 함께하는 생활을 장려하고 있다.
“어떠한 작품이든 취향에 맞는 작품 하나만이라도 벽에 걸어 보세요. 작품을 가까이하면 자연히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고, 이는 다시 문화 예술에 대한 욕구로 이어지죠. 예술을 즐기는 작은 시작일 수 있습니다”
하 대표에게는 작고도 큰 바람이 있다. 갤러리 울이 “고양시를 예술의 도시로 성장하는 데 작지만 보탬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시민들 누구나 예술과 호흡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갤러리 울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는 하 대표다.
갤러리 울 위치: 고양아람누리 지하 3층
남지연리포터 lamanu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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