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버스 파주 한가람초등학교 빙상부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 우리한테 맡겨요!”

지역내일 2014-01-06

교육은 백년지대계라지만 백년을 내다보고 교육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눈앞의 시험, 행사, 크고 작은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 않던가. 여기 남다른 소신으로 앞날을 준비하는 교육 현장이 있어 소개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내다보고 창단한 파주 한가람초등학교 빙상부 이야기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평창동계올림픽을 꿈꾸며 창단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릴 때면 이 아이들이 고등학교 3학년, 대학교 1학년 나이가 됩니다. 기량이 피어나는 가장 좋은 때죠. 그때 국가대표 선수로 한가람초 빙상부 출신 한 명이라도 배출하고 싶어요.”
파주 한가람초등학교 박성식 교장이 힘주어 말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몸과 마음이 튼튼하고 꿈을 향해 도전하는 어린이’라는 교훈을 걸고 하는 말이다. 한가람초등학교는 탁구 피구 스태킹 발야구 씨름 연식야구교실 줄넘기 등 27개의 교내 스포츠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경기도교육청에서 시행한 체력 평가에서 5.4%의 학생만이 저체력으로 평가 받아 교육감 표창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저체력 학생이 7% 정도만 나와도 우수한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한가람초등학교 학생들의 체력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인정받을 만하다.


논에 얼음 얼려 스케이트 선수 키우던 선생님
박성식 교장은 평교사 시절부터 체육에 관심이 높았다. 파주에 있는 빈 논에 물을 채워 얼음을 얼려가며 재능 있는 학생들을 길렀다. 그러다 십여 년 전쯤 선수의 맥이 끊겼다. 갈수록 학교에서 운동부 운영을 기피하는 현상이 커졌던 것도 이유였다. 박성식 교장은 “초중고 교장 징계의 반절 이상이 운동부로 생긴 문제 때문”이라며 탄식했다. 그가 한가람초등학교로 부임하던 2010년, 평창이 동계올림픽 장소로 확정됐다. 앞뒤 재지 않고 빙상부를 창단했다.
“당시 축구부 학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나서 해체되는 일이 있었어요. 주변에서는 정년까지 못가고 옷 벗으려고 하냐고 만류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30여년 넘게 교직생활 했는데, 열심히 교육 시키다가 잘못되면 옷을 벗겠다는 각오로 창단했죠.”


전임코치 없어 교사들이 훈련 차량 운행
현재 파주에서 동계스포츠부를 운영하는 학교는 한가람초등학교 한 곳 뿐이다. 한가람초등학교 빙상부는 올림픽 국가대표를 목표로 하는 엘리트 운동부라 옛날처럼 논에 얼음을 얼려 훈련 할 수도 없다. 가장 가까운 곳이 고양시에 있는 어울림누리인데, 그곳은 한가람초등학교 빙상부가 하는 스피드스케이팅이 아닌 쇼트트랙에 적합한 곳이다. 어쩔 수 없이 서울 태릉에 있는 태릉스케이트장이나 고려대 아이스링크에 가서 훈련해야 했다.
한가람초등학교 빙상부는 6학년 유정인 김종우, 5학년 최창완 김명지, 4학년 김혜린, 3학년 김지연, 2학년 김재훈 모두 7명의 학생이 소속돼 있다. 이 중 유정인, 김명지, 김혜린 학생이 스피드스케이팅 꿈나무 선수로 활약 중이다.
빙상부 학생들은 오후 3시 30분에 학교에서 출발해 서울에서 훈련을 마친 뒤 밤 10시쯤이 되어야 파주에 돌아온다. 훈련은 박성식 교장이 길러낸 전 국가대표 출신 오민지 코치가 맡는다. 오민지 코치는 성남시청 실업팀 소속이었던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 출전했고 2011년 은퇴해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문제는 전임코치가 없다는 사실이다. 차량 운전할 사람이 없어 8명의 남자 교사들이 번갈아가며 빙상부 학생들을 실어 나른다. 빙상부 때문에 개인 승용차를 승합차로 일부러 바꾸는 교사도 있다.
“전임코치를 실적에 따라 배정 해주기 때문이에요. 12인승 승합차를 구입할 비용이 있는데도 차주가 없어서 승인이 안 떨어져요.” (박성식 교장)


공교육에서 엘리트체육 구현하다
차를 살 돈이 있는데 운전할 사람이 없어서 교사들이 동원되는 상황이라니. 하지만 교사들은 이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안하던 일이라 다들 힘들어 했죠. 하지만 주변에서 만류하는데도 운영하시는 교장 선생님의 마음을 알아요. 학생들하고도 정이 많이 들었어요. 어려워도 우리 제2의 자식 같은 마음으로 헌신하고 있어요.” (이혁 체육부장교사)
엘리트 체육이라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한가람초등학교 빙상부는 일곱 가정에 부담을 넘기지 않는다. 학생들도 이런 보살핌과 기대를 알기에 어려운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다른 학생들보다 한 시간 일찍 나와서 교사들과 함께 1시간 동안 아침 운동을 합니다. 오후 운동은 지상 훈련과 체력훈련 등 6시간동안 하고나서 파주에 오면 10시죠. 집에 가서 씻고 숙제하고 12시 넘어 잠들어요. 벅찬 생활인데도 아이들 의지가 대단한 것 같아요.” (이혁 체육부장교사)


스피드스케이팅 꿈나무 선수 배출
모두의 노력 끝에 한가람초등학교 빙상부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12년 동계체전 경기도대표선발전에서 개인 1, 2, 3위를 차지했고 단체에서 은메달, 종합에서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올해 1월 열린 빽곰기 전국 초등학교 스피드 스케이팅대회에서는 금메달 3, 동메달 3, 단체 동메달과 여초부 종합 3위를 차지했다. 43회 전국 남녀 스피드스케이팅대회, 28회 전국 초등학교 스피드스케이팅대회, 36회 도내 초중고 대상 빙상경기대회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뽐냈다.
스피드 스케이팅이 주 종목이지만 여름 시즌에는 쇼트트랙 경기에도 출전하고 있다. 지난해 2천 미터 경기에서는 일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한가람초등학교 빙상부의 바람은 하나, 전임코치를 배정받는 일이다. 8년 뒤, 아니 멀리 스포츠를 통한 교육의 꿈을 품고 창단했던 팀. 무에서 유를 창조해 온 한가람초등학교 빙상부에 전임코치가 온다면 호랑이 어깨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되지 않을까 미리 상상해 본다.


>>>미니인터뷰 

대한빙상경기연맹 스피드스케이팅 꿈나무 선수
유정인, 김명지 양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될래요”


“전에는 다른 목표 같은 게 없었는데 빙상부 하고 나서 달라졌어요. 나한테 만족하지 못하는 경기를 할 때, 다음 대회 때는 실력을 더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요. 자라서는 국가대표가 되고 싶어요. 5학년 때 국가대표들이 스케이트 타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정인 양)
“그냥 집에 있을 때는 애들하고 놀거나 학원만 다녔는데 빙상부 하면서 게임이나 핸드폰도 별로 안하게 되고 다른 애들보다 뭔가 좋은 걸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선생님이 힘든 운동을 시킬 때는 너무 힘들어요. 스케이트 오래 탈 때는 허리가 아프고 허벅지도 뜨거워지는 기분인데요, 하다보니 체력이 많이 올라갔어요. 부모님이 관심을 더 가져 주셔서 예전보다 가족하고 대화도 많이 해요. 나중에 자라서 코치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김명지 양)


>>>미니인터뷰 

한가람초등학교 박성식 교장

“저희 빙상부가 어렵지만 이런 것도 해낼 수 있다는 것 보여주고 싶어요. 콩나물처럼 자라서 학원만 다니고 외톨이처럼 친구도 없이 살다가 목표 달성이 안 되면 우울증에 빠지는 건 어렸을 때 강인한 정신력을 키워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것이 교육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희 학교는 교사나 아이들이나 마음껏 꿈을 펼치도록 도와요. 선생님들이 즐겁고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받아요. 가정하고 똑같죠. 아이들이 많은 경험을 하고 꿈을 펼치도록 도와줘야 나중에 유능한 인재가 나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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