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노란색 불빛이 흘러나오는 중산동 근린공원 앞 작은 카페 ‘HALF''. 네모난 유리창 너머 커피를 내리고 있는 한 남자와 빵을 굽는 한 여자의 모습이 보입니다. 훈훈한 온기와 향기로운 커피, 사람들의 웃음과 이야기가 가득한 이곳, 김상애 명기선 씨 부부의 행복은 커피 볶는 향기로부터 시작합니다.
유석인 리포터 indy0206@naver.com
서로의 빵 만드는 모습에 반해 시작된 사랑
지난해 2월 중산동 근린공원 앞에 문을 연 카페 ‘HALF’. 주위에선 이미 커피가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대로변에서 길을 건너 공원 쪽으로 걷다보면 아늑한 느낌의 카페가 나타난다. 빵을 구우며 손님과 이야기꽃을 피우는 하얀 조리복 차림의 여자와 커다란 로스팅 기계 옆에서 묵묵히 커피를 내리고 있는 검은 앞치마의 남자. 말없이 자기 일에 몰두하고 있는 두 사람은 부부다. 24시간 365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함께 있지만 둘 다 말이 없다. “부부 아닌 것 같다”는 말에 둘은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다”며 살며시 웃는다.
두 사람은 일본 동경제과학교에서 처음 만났다. 각자의 빵 만드는 모습에 반해 사랑에 빠지게 된 두 사람은 2005년 1월 부부의 연을 맺었다. 함께 카페를 여는 꿈을 가졌던 부부, 베이커리&로스팅 카페 ‘HALF''는 제빵과 커피에 관심이 많은 남편 명기선(42) 씨의 아이디어였다.
“처음 일본에 갔을 때는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했어요. 그러다가 제과학교에 들어가 제빵, 제과 과정을 거쳐 파티시에가 됐죠. 한국으로 돌아와 빵집을 운영하는데 도움이 될 거 같아 바리스타 공부를 시작했고, 커피 맛에 푹 빠져 로스팅부터 본격적으로 배웠어요.”
김상애(44) 씨는 부산에서 처음 서울에 올라와 맛본 빵맛을 잊지 못한다. “교회에서 나온 지적장애인들이 건네준 빵이었는데 너무 따뜻하고 맛있었어요. 빵에 온기가 있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죠.” 그 후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제과학교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됐다. 디저트 카페가 발달한 일본은 부부가 공부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주말이면 시간을 맞춰 여러 빵집을 찾아다녔다. 명기선 씨는 “시골 작은 마을에 가도 레시피를 철저히 지키면서 자기만의 빵을 만들어 내는 그들이 부러웠다”고 말한다.
공존과 나눔의 카페 HALF
‘HALF’라는 이름에는 빵과 커피가 공존한다는 뜻과 늘 이웃과 함께 하겠다는 부부의 나눔 의지가 담겨있다. 아기자기한 카페를 둘러보면 이곳저곳 부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내부 디자인부터 메뉴판까지 둘이 머리를 맞대고 꾸몄다. 프로방스풍의 창문과 회벽, 원목가구, 황토색 타일, 따뜻한 갓 조명으로 인해 안팎이 아늑한 그림 같은 공간이다. 매장 안은 유리케이스 대신 빵 선반을 설치해 손님들이 직접 빵을 고를 수 있게 했다. 특히 매장에서 직접 볶는 원두는, 생두 고유의 향과 풍미를 살려 진하면서 깊은 커피를 맛볼 수 있다. 빵은 차와 함께 먹기 좋은 작은 사이즈로 매장에서 매일 아침 굽는다. 주인장이 좋아한다는 드립커피, 그 중에서도 예가체프와 만델링을 추천했다.
“예가체프는 과일의 상쾌한 신맛과 초콜릿의 달콤함이 묻어나는 독특한 맛과 향 때문에 커피의 귀부인으로 불려요. 반면에 만델링은 수마트라섬의 특별한 토양으로 인해 흙냄새가 나는데, 쓴 맛과 단 맛이 조화를 이룬 묵직한 남성적인 커피죠. 드립커피는 커피의 맛과 바리스타의 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데 물맛, 물의 온도, 로스팅 정도, 물을 어떤 속도로 얼마만큼 부어 커피를 내리는가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져요. 원두를 바로바로 볶아야 좋은 향과 맛이 나기 때문에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합니다.”
우리는 행복한 동업자
“처음에는 손님이 없어서 힘들었어요. 커피를 아무리 맛있게 내려도 사람들이 모르면 소용없잖아요. 아내를 괜히 힘들게 만든 건 아닌지, 미안한 마음도 들고. 하지만 아내는 괜찮다고, 언젠가는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고 격려해줬어요. 아내와 함께라면 설사 망하더라도 툴툴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렇게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힘든 시간을 이겨냈죠. 지금도 일하다 틈이 나면 둘이서 미래를 이야기해요. 이런저런 얘기가 나와도 결국 둘이 같이 하는 걸로 결론이 나요.”
고생한 덕분에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매장을 찾기 시작했다. 한 번 먹어본 사람은 꼭 다시 찾아왔다. 카페를 오픈한 지 2년 남짓, 대부분 단골이고 입소문이 나면서 조금씩 손님들이 늘어났다. 고진감래를 경험한 탓인지 부부는 유독 좋은 빵과 커피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다. “남편은 빵 만들던 친구라서 빵에 대한 고집이 대단해요. 빵이 이상하게 나오거나 하루라도 지나면 다 버리죠.” 그는 새로운 빵 레시피가 생각날 때마다 틈틈이 메모를 한다. “손님이 맛있다고 해줄 때가 가장 행복하죠. 그 한마디에 보람을 느끼고 더 열심히 하게 돼요.”
서로의 역할을 잘 나누는 것이 시너지 효과
외모만큼이나 성격도 극과 극인 부부. 아내는 외향적이고 활달한 반면 남편은 내성적이고 낯을 가린다. 손재주가 좋은 아내가 새로운 메뉴나 아이디어를 내면 행동력 있는 남편이 계획을 세우고 이끌어나간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일하면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상애 씨는 “일단 뒤통수 맞을 일은 없다”며 웃었다.
“아마 두 사람의 분야가 겹쳤다면 트러블이 있었겠죠. 각자의 역할이 다르니까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아요. 서로 예민한 부분을 직접 피드백 할 수 있다는 건 장점이에요. 부부끼리는 편하니까 막 대할 수도 있잖아요. 단점은 다른 사람과 동업했으면 공사 구분이 있을 텐데 부부라 그게 확실하지 않아요. 그래서 최대한 서로의 역할을 잘 나누려고 노력하죠.”
부부는 앞으로 이곳을 한층 더 의미 있는 공간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남편은 바리스타 교실을 통해 주부들에게 다양한 커피를 알려주고 아내는 한 달 과정으로 머핀이나 쿠키, 파운드케이크 등을 만드는 홈베이킹 강좌를 구상 중이다. 주인장 부부는 카페를 운영하는 지난 2년여 동안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 둘 중 한 명이 아프면 대신할 사람이 없으니 정신력으로 버틴다며 웃는다. 이들의 진짜 힘은 ‘사람’으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커피를 기다리는 사람들만큼 소중한 존재는 없을 테니까. 한 잔의 커피에 담긴 소소한 일상, 그 행복의 가치를 아는 부부는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힘차게 카페의 문을 연다.
위치 일산동구 중산동 1564번지 (중산동 근린공원 옆)
이용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주말은 9시까지), 연중무휴
문의 031-975-3754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