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 인문학 미풍은 열풍으로 거세지고 있는 느낌이다. 곳곳에서 인문학 강좌가 열리고 관련서적도 붐을 이룬다. 하지만 그런 인문학 바람이 불기 훨씬 전부터 조용하고 실속 있게 인문학을 공부하는 모임이 있다.
아람누리도서관 인문학모임 ‘누리뷰플러스북’(이하 누리뷰)이 바로 그곳. 이 모임은 지난 2009년 아람누리도서관에서 진행된 학술진흥재단 지원 ‘시민인문 강좌 지원 사업’의 인문학 강좌를 계기로 수업에 참가했던 수강생 10여 명이 의기투합, 후속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누리뷰 인문학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정은형 씨는 “2009년 3월부터 3개월 여 진행된 강좌가 너무 인상적이고 좋았다. 그래서 그때 함께 들었던 10여 명의 수강생들이 계속 강좌를 듣기 원해 교수님께 특별히 부탁을 드렸고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지금껏 강좌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이후 아람누리도서관 프로그램으로 현재까지 매월 1,3주 금요일 오전 10시~12시까지 ‘조우호 교수와 함께 고전읽기’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배움의 즐거움
매주 금요일 오전 아람누리도서관 2층 회의실에는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배움의 즐거움에 푹 빠진 사람들이 모여든다. 지난 금요일 강의 주제는 중국 작가 위화의 ‘인생’. 장예모 감독의 영화로도 잘 알려진 이 작품은 어느 늙은 노인 ''푸구이(극중 후우꿰이)''의 인생 역정을 회고식으로 다룬 이야기다. 누리뷰 인문학 모임은 상하반기로 나누어 미리 공부할 책을 정하고 그 책을 주제로 조우호 교수의 강의를 듣는 식으로 진행된다.
정은형 회장은 “책을 정하고 미리 읽어오면 이해가 더 쉽겠지만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강의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조우호 교수가 나직나직 푸구이의 인생과 대비한 우리 삶의 지침들을 풀어내는 동안 20여 명의회원들이 경청하는 모습은 마치 대학교 강의실 분위기. 나이와 성별은 다르지만 강의를 듣는 2시간 동안은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진지하게 몰입한다. 누리뷰는 그동안 2009년 다니엘 켈만의 <세계를 재다>,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등을 시작으로 2013년 하반기에 ‘세계문학과 인문사상’을 주제로 강좌를 진행했다. 하반기에는 김승옥의 ‘무진기행’, 이청준의 ‘매잡이’, 임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등을 함께 읽었다.
누리뷰 원년멤버인 송예진 씨는 “그동안은 관심분야의 책만 읽는 독서의 편식 현상이 있었다면 인문학 모임을 통해 개인적으로 찾아 읽기 힘든 고전과 다양한 분야의 인문서적을 일게 돼 독서의 폭도 넓어졌다. 책 제목만 보면 굉장히 어려운 강의인줄 지레 짐작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책을 읽지 않아도, 또 처음 강의에 참여하더라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교수님이 잘 이끌어주신다”고 한다. 정은형 회장도 “사실 조우호 교수님은 학계에서도 인정받는 학자 중의 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여러 곳에서 강의 요청이 많은 분이라 시간을 내기 쉽지 않았지만 우리 회원들의 요청이 하도 간절해 뿌리치지 못했다, 교수님에 대한 고마움을 말하려면 할 말이 너무 많다(웃음). 교수님의 철학은 자신이 독일에서 배운 방식대로 배운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되돌려주고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또 대가를 받고 강의를 한다는 것도 학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이다”라고 한다. 그는 또 “우리 주부들이 어디서 이런 좋은 강의를 듣겠는가. 바쁜 일상을 보내다가도 2주에 한 번 강의를 듣다보면 마치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활기가 솟는다. 되도록 많은 이들이 함께 강의에 참여해서 ‘사람은 무엇으로 살까? 나는 누구일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에 대한 해답을 터득해 가는데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누리뷰는 12월 20일 톨스토이의 ‘인생론’, 2014년 1월 3일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 체험’ 진행했으며 1월 17일 토마스 만의 ‘마의 산’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강좌는 누구나 들을 수 있으며 수강료는 무료다. http://cafe.daum.net/viewplusbook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누리뷰플러스북’
조우호 교수
누리뷰플러스북 조우호 교수는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예나대학교에서 독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문화연구와 독일문학에 나타난 문화담론>, <독일문학의 자연과학 담론에 나타난 문화적 토포스> 등 많은 논문을 발표했으며 「책: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교양」(공역),「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공역) 등을 번역했다. 현재 덕성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조 교수는 바쁜 강의 일정에도 격주 금요일 서울에서 일산까지 달려와 ‘누리뷰플러스북’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조 교수는 왜 인문학이어야 하는가에 “인문학은 자기를 성찰하고 세계를 이해하는 폭을 넓히는 질 높은 교양이다. 또 인문학은 삶을 살아가는데 지침과 지혜를 얻고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공부다. 인문학적 지식은 세계화 시대에 다른 나라와 문화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에 대한 소통의 방법을 터득할 수 있는 지식”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서 누리뷰플러스북 강의는 고전문학 뿐 아니라 사회과학, 예술, 철학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며 광범위하게 우리의 관심을 자극하고 인문학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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