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실제로는 도움이 절박한 위기의 가정이지만 법과 제도의 테두리 밖에서 복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다양한 사회안전망이 가동되고 있지만, ‘복지의 사각지대’가 엄연히 존재한다.
경기도는 지난 2010년도부터 지역 곳곳에 ‘무한돌봄센터’를 설치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정들이 어려움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다방면의 통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는 파주시청 내 ‘무한돌봄희망센터’와 그 산하 지역네트워크팀들이 위기에 처한 우리의 이웃을 찾아 현장 곳곳을 누비고 있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절망하지 말고 ‘무한돌봄센터’의 손을 잡으세요
기존의 복지시스템은 현금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금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복잡한 위기상황에서 긴밀한 대처가 어려운 면이 있었다. 무한돌봄센터는 복지의 사각지대, 위기에 처한 가정을 대상으로 경제적 지원 뿐 아니라 주거, 의료, 교육, 고용 등과 관련된 복합적인 서비스를 통해 위기가정이 빠르게 생활의 안정을 찾도록 돕고 있다.
파주시청 주민생활과 서동준 팀장은 “우리 주변에는 조손가정인데 할머니가 누워있고, 엄마가 외국인인데 자녀가 학교를 안다니고, 또 돈이 있어도 몸이 불편해 제대로 밥을 챙겨 먹을 수 없는 경우 등 돈으로만 해결되지 않는 다양한 사례들이 있다”고 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라면 생계비 지원이라도 되지만 그 이외 차상위계층 중에 생계의 위기를 겪는 이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사회안전망의 손길이 미처 미치지 않는 곳에 대한 세심한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파주시 무한돌봄센터는 다양한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위기가정을 신속히 발굴하고, 거미줄 같은 지역복지자원과의 연계를 통해 위기가정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각각의 사례에 맞는 원스톱, 맞춤형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도움이 필요한 곳에 효율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현재 파주시문산사회복지관과 파주시장애인복지관, 파주시노인복지관에 네트워크팀을 두고 운영 중이다.
위기가정의 빠른 자활을 돕기 위해서는 대상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필수다. 이를 위해 센터는 시,군이 연계된 현장방문 및 상담과 아울러 사례별 면밀한 논의를 거쳐 솔루션을 도출한다. 현장 방문은 대상자가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지역 통장이나 이장 등, 친숙한 지역주민과 함께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사례가 단순해 당장 먹을 쌀이 없다면 쌀을 지원하고, 치료가 시급하다면 병원과 연계해 치료를 지원한다. 단순사례가 아니고 복합적이고 장기적인 지원과 관리가 필요한 사례라면 공공기관, 민간단체, 기업등과 연계해 다방면의 통합적인 지원과 관리를 지속한다. 이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지원을 진행하기 보다는 대상자에게 여러 가지 선택의 여지를 주고 함께 진행해 나감으로써 대상자가 자활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현장 뛰며 지원 대상자 발굴 구슬땀
파주시 무한돌봄센터의 지원대상은 도내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실제거주자 중, 소득은 최저생계비 170%이하, 재산기준 9천500만 원이하, 금융재산 300만 원이하의 기준을 모두 충족한 위기가정으로 현행 법,제도상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가정, 긴급복지지원법에 의한 지원을 받은 후에도 위기상황이 해소되지 않은 가정이다. 여기서 위기상황이란 주 소득자가 사망, 가출, 행불, 구금 등으로 생계가 곤란하게 된 때, 중한 질병, 또는 부상을 당한 때, 가구구성원으로부터 방임, 유기, 학대, 가정폭력, 성폭력 등을 당한 때, 화재, 자연재해, 경매, 공매 등으로 거주주택에서 생활하기 곤란하게 된 때, 주 소득자와 이혼의 사유로 생계가 곤란하게 된 때, 실직, 사업실패로 소득을 상실해 생계가 곤란하게 된 때, 최저생계비 120%이하 빈곤가구가 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게 된 때 등이다.
파주시 무한돌봄센터는 숨겨진 지원 대상자를 발굴하기 위해 제보와 신청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 곳곳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읍, 면, 동 담당자, 또는 통장이나 이장 등의 무한돌보미로 편성된 합동발굴단과 함께 가가호호 찾아다니기도 하고, 지역 주민이 많이 모이는 주민센터, 마을회관, 경로당, 아파트 단지 등을 정기적으로 순회하며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대상자 발굴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김정화 통합사례관리사는 “시골 동네의 경우, 이장님이 이웃주민들을 잘 알아 제보할 수 있지만, 아파트의 경우에는 일단 문을 걸어 잠그면 그 안의 상황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위기가정이 많다”며 "가까운 곳에 어려운 이웃은 없는지 돌아보는 관심이 절실하며 해당가정에 대해서는 제보를 해줄 것”을 부탁했다.
제보, 신청 및 문의 : 콜센터 120, 파주시 무한돌봄희망센터 031-940-8581
홈페이지 : http://muhan.gg.go.kr
>>> 사례1.
생계의 위험과 열악한 환경에 놓인
노모와 지적장애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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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는 곳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열악한 환경의 집. 그곳에는 노모와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이 살고 있었다. 방에는 온갖 음식 썩은 냄새와 분뇨냄새가 뒤섞여 나고 있었고 바닥은 발을 딛기 힘들 정도로 지저분했다. 겨울동안 수돗물이 얼어 씻을 수 없었고 양변기도 깨져, 노모와 아들은 대소변을 요강에서 해결한 후 마당에 버리고 있었다.
노모는 알콜중독이 의심될 만큼 술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아들은 인력사무소를 들락거렸지만 변변한 일감을 찾지 못해 생활고가 심각했다. 운이 좋아 막노동 일자리를 얻더라도 어눌한 말과 이해 부족으로 하루, 이틀 만에 욕을 먹고 일자리를 잃기 일쑤였다. 공과금은 밀리고 휴대폰은 끊기고 은행압류채권이 법원에서 날아왔다. 노모의 정서상태도 피폐했다. 상담을 위해 집을 찾은 무한돌봄센터 직원들에게 “가지마, 외로워!”라고 말할 정도로 적적함과 외로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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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무한돌봄센터는 일단 차상위신청을 통한 자활사업 참여에 합의하고, 가장 시급한 주거환경문제와 자활, 의료비, 취업 등과 관련해 우선순위를 정해 지원절차를 밟기로 했다.
시급한 주거환경 개선은 지역 내 봉사단체 등과 연계해 이틀간 집수리를 실시했다. 곰팡이 핀 벽지를 뜯어내고 내려앉은 거실을 들어냈다. 양변기를 설치하고 창틀과 거실을 만들었다. 노모의 정서안정과 소일거리 제공을 위해 마당에 닭장을 만들어 주었고 오골계와 토종닭을 사다 넣어 주었다. 아들에게는 파주지역자활센터 희망나르미 쌀 배달 자활사업에 참여토록 해 고정적인 수입을 통해 공과금과 생활비 충당이 가능하도록 했다.
일련의 지원을 통해 일상의 안정을 찾게 된 아들은 “이 세상이 외롭고 힘들어 나 혼자라고 비관하며 살아왔지만 지금은 산다는 것이 즐거워졌다. 언제든 전화하면 달려와 주는 선생님들과 집수리를 통해 알게 된 형님들까지 생겨 든든하고 하루하루가 즐겁다”며 변화된 생활을 전했다.
>>> 사례2.
남편폭력에 풍비박산 난 가정
생활고에 우울증, 집마저 쫓겨날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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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홀로 집을 나온 A씨는 결국 남편과 이혼했다. 얼마지 않아 그녀의 중, 고생 아들, 딸도 아버지의 폭력을 이기지 못해 가출, 그녀의 집으로 와 함께 살게 됐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지 못한 A씨는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게다가 친권, 양육권, 모두 남편에게 있어 한 부모로서의 학비나 자녀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월세와 공과금은 계속 밀리고, 결국 살던 집에서까지 쫓겨날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A씨는 심한 우울증도 있었다. 매일 ‘죽고 싶다’는 생각 속에 삶의 의지마저 잃은 채, 상황은 악화일로로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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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무한돌봄센터는 우선 파주시정신보건증진센터와 연계해 A씨가 자녀와 함께 우울증 치료를 받도록 도왔다. 그리고 LH공사와 연계해 취약계층주거지원으로 연립주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아울러 해피월드복지재단과 연계해 그동안 밀린 월세를 갚고 무한돌봄성금지원으로 밀린 공과금도 갚도록 도왔다. 시에서는 자녀를 위한 장학금도 지원했다. 또한 무료가정법률서비스와 연계해 친권과 양육권도 돌려받았다. A씨는 학교 조리사로 취직해 안정적인 직장도 구할 수 있었다.
한때 한없는 절망의 그늘 속에 있었던 A씨는 지금 새로운 삶의 의지와 희망을 되찾고 열심히 살고 있다. 한때 힘들었던 그녀의 자녀들도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고 있으며,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첫째는 견실한 직장에 취업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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