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하얀초록도서관 안수영 관장

“아이들이 편견 없이 세상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지역내일 2014-04-28

이름만 들어도 “어떤 도서관일까?” 궁금해지는 하얀초록도서관(이하 하얀초록)은 파주시 금월로 아담한 동네에 위치한 마을 도서관이다. 도시의 번듯한 도서관을 상상하고 찾아갔다간 동네 골목만 몇 바퀴 헛걸음치기 십상일 정도로 작은 도서관. 비록 물리적인 공간은 작지만 이곳에는 누구보다 아이들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 넉넉한 안수영 관장(46세)이 있다. 그는 지난 1월 9일 경기도 주최로 열린 ‘작은도서관 축제’에서 작은도서관의 활성화와 독서문화진흥에 앞장선 공로로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공부방으로 운영하다 도서관으로 개방
하얀초록도서관은 2002년 5월 초대관장 정영심 씨가 파주시 금촌초등학교 앞에 소외계층 아이들을 어린이도서관을 연 것이 그 시작이다. 그러다 2005년 재정적인 어려움 등으로 문을 닫게 된 도서관을 안수영 관장이 맡게 됐다. “초기 어린이도서관은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공부 공간 제공과 식사봉사를 했었어요. 저는 그때 식사 봉사하러 들어왔다가 우연하게 도서관을 맡게 됐지요.” 운영이 어려워 도서관 문을 닫게 되면서 아이들이 당장 갈 곳이 없게 되자 아이들을 위한 식사봉사라도 해야겠다 생각했다는 안 관장. 처음엔 공부방으로 운영하다 그 자신이 독서를 통해 변화하는 경험을 하게 됐고, 아이들에게도 독서의 힘을 전해주고 싶어 2008년 다시 도서관으로 개방하게 됐다고 한다.
‘하얀초록’은 멕스 벨트하우스의 동화 ‘사랑에 빠진 개구리’의 주인공 하얀 오리와 초록색 개구리에서 착안했다. “초록 개구리가 하얀 오리를 짝사랑하는 이야기인데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동화예요. 동화가 주는 메시지처럼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함께 사랑하고 나누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지금의 하얀초록은 안수영 관장 개인의 집. 2005년 공간이 없어질 위기에 놓인 도서관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집을 개방했다. 안 관장은 앞마당이 있는 ㄷ자 한옥을 개조해 서가를 들여 책 읽는 공간을 마련하고, 목련나무가 있는 앞마당은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학습 공간이자 놀이터로 만들었다. 방과 후 마을 아이들은 이곳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고 간식도 먹고, 마당에서 다양한 체험학습도 한다. 이제는 마을에 없어선 안 될 아이들의 쉼터이자 마을 어르신들의 사랑방으로 자리잡은 하얀초록도서관. 10여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문을 닫을 위기에서 지금의 도서관으로 자리 잡기까지 개인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을 터. 하지만 안 관장은 “도서관을 물심양면 도와주는 자원활동가들의 도움이 크다”고 공을 돌린다. “다행히 2011년 파주시우수도서관으로 선정돼 도서구입 지원을 받아 신간도 구비할 수 있게 됐어요. 운영이 쉽진 않지만 늘 보이지 않는 지원의 손길 덕분에 어려운 고비가 있어도 잘 넘기게 되네요.(웃음) 무엇보다 아이들이 많이 들락거려 주변 이웃들 생활에 불편을 줄 수 있는데도 동네에 이런 도서관이 있어 좋다고 하시는 어른들이 제겐 너무 고마운 분들입니다.”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자 마을 어르신들의 사랑방
‘하얀초록’은 아이들 뿐 아니라 동네어르신들에게도 사랑방 같은 공간이다. 처음엔 아이들이 들락거리는 모습을 보고 궁금해 들어왔다 어느 사이 어르신들도 책과 친해졌다. 그래서 안 관장은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해 함께 즐기고 수다도 떤다고. “마을주민들은 이제 ‘하얀초록’의 든든한 후원자예요. 도시에선 꿈꿀 수 없는 일이지요. 넉넉하진 않지만 조그만 것이라도 나누어주는 정이 따뜻한 분들입니다.”
또 하나, 도서관 앞마당에 목련이 피는 4월 열리는 ‘목련제’는 도서관 축제이자 마을축제가 됐다. 안 관장은 아슬아슬 이웃집과의 경계선에 뿌리를 내린 목련에 기적 같은 사연이 있다고 전한다. “목련은 담 넘어 이웃집에 뿌리를 내린 남의 집 나무였는데 매년 봄 도서관 마당에 가지를 뻗어 꽃이 만발하면 그 풍경이 그림 같았지요. 봄이면 그 나무 밑에서 목련제를 열었는데 지금까진 남의 집 나무 아래서 축제를 연 셈이죠.(웃음) 그러다 이웃집이 개발을 하면서 목련이 잘려나갈 위기에 놓여 축제는 이제 끝났다 싶었죠. 기막힌 일은 개발을 하면서 측량을 해보니 목련나무까지 도서관 땅이더라고요. 아슬아슬 뿌리가 경계선 울타리에 있어 나뭇가지도 함께 묻혀버리는 바람에 키 작은 목련이 됐지만 도서관 식구들에겐 기적 같은 기쁨이지요.” 사연 깊은 목련 아래서 지난 4월 6일에도 조촐한 목련제가 열렸다.
“하얀초록이 있는 이곳은 맞벌이 엄마아빠를 둔 아이들이 많아요. 방과 후 집에 와도 돌봐 줄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 책을 읽고 스스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키워 나가길 바랄 뿐이죠.” 아이들에게 독서의 힘을 알리는 일에 열심인 안 관장은 ‘고인돌’(고전을 아이들이 돌아가며 읽는 모임)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에게 끈기 있게 책을 읽는 습관을 길러주기도 하고, 인근 중학교에 직접 찾아가 책을 읽어주는 아침독서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독서습관을 갖게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얀초록도서관이 해야 할 역할도 그것이라 믿고요.” 사실 안수영 관장의 따뜻한 나눔은 이것 뿐 만 아니다. 어린아이부터 고등학생까지 가슴으로 낳은 다섯 아이를 키우고 있고, 어릴 때부터 길러 지금은 대학생 직장인이 된 다 큰 자식도 있다.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니까 함께 사는거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에게서 소중한 것을 깨우쳤다. 힘이 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 http://cafe.daum.net/wgl(하얀초록도서관 다음카페)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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