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좋아하십니까? 전국 캠핑장 1천여 곳, 캠핑 인구 300여만 명. 늘어난 숫자만큼 캠핑을 즐기는 이유도 제각각입니다. 자전거 캠핑, 캐라반 캠핑, 가족 캠핑, 솔로 캠핑 등 방식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에도 캠핑에 빠진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캠핑에 매료되었고 어떤 캠핑을 즐기고 있을까요?
캠핑으로 자녀들과 주말 보내는 백석동 최용현씨
엄마에게 꿀주말 선물하는 부자(父子)캠핑
최용현(44)씨는 남매를 데리고 한 달에 한두 번 캠핑을 떠난다. 간호사로 일하며 3교대 근무를 하는 아내에게 꿀 같은 휴식을 주기 위해 아이들만 데리고 ‘부자캠핑’을 즐긴다.
첫 캠핑은 첫째 현지(9)가 돌 무렵 되었을 때 태안 사목해변으로 떠났다. 하지만 갑자기 쏟아지는 비와 거센 바닷바람까지 몰아쳐 밤새도록 텐트를 붙잡고 있어야 했다. 그나마 낮은 지대처럼 침수는 되지 않았지만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하자 더 버틸 수 없었다. 3박 4일 예약하고 떠난 첫 캠핑은 첫날도 넘기지 못하고 철수해야 했다. 3년 뒤 둘째 현수(7)가 두 살 되던 무렵 최씨는 다시 캠핑을 시작했다.
캠핑장에서 찍는 ‘아빠 어디가?’
첫 장비는 40만 원으로 시작했다. 불편해서 혹은 욕심 때문에 하나둘 장비를 바꾸며 소위 ‘장비질’에 빠져있던 어느 날, 딜레마에 빠진 자신을 발견했다.
“우리나라 텐트 중에 좋다는 건 다 써봤지만 정작 텐트치고 밥 먹고 자면 끝이었어요. 그러다 간단모드캠핑이라는 모임을 알게 됐어요. ‘30분 내에 설치하고 30분 안에 철수하자. 남는 시간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자’는 모토가 저랑 맞았거든요.”
장비를 줄이고 나니 더 여유로웠다. 그래도 가장 아끼는 장비 하나 쯤은 있지 않을까 싶어 최고의 캠핑 아이템이 무엇인지 물었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최고의 아이템은 딱 하나 우리 아이들이에요. 시작한 이유도 아이들이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캠핑을 즐기고 “여기서 열 밤만 더 자자”고 말할 때면 흐뭇하고 뿌듯하다는 최용현씨. 처음에는 엄마 없이 혹시 다치기라도 할까봐 조마조마했지만 요즘은 위험한 일만 금지하고 느긋하게 지켜본단다. 아이들이 크면 배낭 메고 뚜벅이 여행을 떠나고 나중에는 부부 캠핑을 즐기며 살아가는 것이 최용현씨의 소박한 바람이다.
간단모드캠핑 http://cafe.naver.com/compactcamping
양평 금물산하늘소캠프 대표 주교동 표도연씨
곤충에 빠진 아빠, 캠핑장을 열다
"첫 아이 백일 무렵인 2001년에 식구들이랑 섬으로 캠핑을 갔어요. 아이가 어려 위험하다고 다들 말렸지만 막상 가보니 정말 재밌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캠핑은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간 후 본격화 됐다. 매달 이웃들과 캠핑을 다녔다.
표도연(47)씨가 캠핑만큼 아끼는 것이 있으니 바로 곤충이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캠핑장에 가면 좋아하는 곤충을 보면서 아이들 사진도 찍을 수 있어 즐거웠다.
표씨는 출판사 ‘일공육사’를 운영 하면서 곤충 사진 찍는 일에 오랫동안 몰두해왔다. 펴내는 책도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처럼 도감 종류가 주를 이뤘다. 입체로 곤충을 촬영하는 카메라 렌즈를 개발하다보니 다큐멘터리제작에도 참여하게 됐다. 지난해 11월 MBC에서 방영된 <곤충, 위대한 본능> 촬영에는 그가 만든 렌즈가 사용됐다.
희귀 곤충 사는 양평 금물산에 터를 잡다
상도 받고 성취감도 있었지만 생계가 문제였다. 먹고 살 궁리를 하다 동생과 의기투합해 2012년에 양평금물산하늘소캠프 캠핑장을 열었다. 금물산은 오염되지 않은 자연에 유리산누에나방 등 쉽게 보기 어려운 곤충들이 살아가고 있어 일찌감치 캠핑장 부지로 점찍어둔 곳이었다.
캠핑을 사랑하는 형제는 곤충을 테마로 캠핑장을 꾸몄다. 사슴벌레마을, 잠자리마을처럼 구역 이름에도 곤충을 넣었다. 전기 제품은 소형 가전만 가능하며 해먹을 걸려면 나무 보호대를 사용해야 한다. 자연 속 조용한 캠핑을 즐기기 위해 가족 단위로만 예약을 받는다.
“캠핑 가도 뭐 할 게 없다고 하소연하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계곡에 돌 하나만 들어봐도 곤충들이 정말 많아요. 지금쯤 금물산에는 참나무누에산나방이 이파리를 뜯어먹고 있겠네요. 유리산누에나방은 6월 말 쯤 고치를 만들기 시작하죠. 숲속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아요.”
양평금물산하늘소캠프 문의 010-3649-2419 (표종연)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캠퍼에서 캠핑용품 개발하는 사업가로 변모한 캠핑타운 대표 박종원씨
고품질 저렴한 캠핑용품제작으로
캠핑대중화에 앞장서다
덕이동 로데오거리에 전시매장을 갖춘 캠핑타운은 취미로 다니던 캠핑이 좋아 용품을 개발하게 된 박종원(43) 대표의 땀과 노력이 담긴 곳이다. 2009년경 IT업종에 종사하던 박대표는 캠핑을 즐기던 평범한 캠퍼였다. 다만 캠핑용품의 가격이 너무 고가라는 점이 불편했던 터에 지인들과 의기투합해 직접 용품을 개발하게 됐다. “당시 캠퍼들의 로망이었던 IGT(Iron Grill Table)테이블이 백만 원 이상 했어요. 그래서 ‘직접 만들어 보자’라고 맘먹고 고품질의 저렴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애쓴 결과, DIY 형태의 테이블을 만들어 30만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동호회 회원들에게 공동구매형식으로 팔았죠.”
또 실제 캠핑을 하면서 느꼈던 용품들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아이디어를 모아 제품 개발에 힘썼고 하나의 용품을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캠핑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소재의 고급화와 이용의 편리함을 추구해 특허 실용신안 등 다수의 지적재산권을 획득했다. 특히 팰렛 난로를 개발할 때는 제품성능과 보완점을 찾기 위해 두 달이 넘게 집에 가지 않은 채 회사와 캠핑장을 오가기도 했다. 겨울철 캠퍼들이 사용하는 가스난로나 화목난로가 갖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팰렛 난로는 안전하고 편리하면서도 제품의 크기를 작게 해 캠퍼들의 애용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정주택이나 비닐하우스 등에서 난방용으로도 사용가능하다.
은은한 불빛에 고요히 잠든 캠핑장의 밤 풍경
제 에너지의 원천입니다
캠핑용품의 아이디어 구상과 제품화를 위해 바쁜 날들을 보내지만 틈나는 대로 가족과 함께 가평 산마루 캠핑장이나 포천 물소리 캠핑장을 자주 찾는다. “4년 전 포천 물소리 캠핑장을 찾았다가 폭우가 쏟아져 고립된 적이 있었죠. 새벽녘에 겨우 산을 타고 빠져 나온 적이 있는데 한 번씩 생각해보면 아찔했던 순간 이었습니다”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핑장을 찾는 이유는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함이라고 한다. “ 랜턴의 불빛이 은은한 캠핑장의 밤풍경을 참 좋아합니다. 제가 아끼는 용품중 하나가 페트로막스의 랜턴인데 그 불빛이 제 마음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해 줍니다. 밤이 주는 고요함과 숲의 냄새, 차곡차곡 쌓이는 추억까지 캠핑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채워간답니다.”
올어바웃캠핑의 저자 & 캠핑 칼럼니스트 강대현씨
자연을 즐기고 행복을 누려라
초보 캠퍼라면 유용한 정보를 얻기 위해 수시로 캠핑블로그에 들른다. 그 많은 캠핑블로그 중 팔로우가 2만8천명에 이르는 파워 블로그 ‘차칸 늑대의 마주 보는 여행’의 운영자 강대현(47·김포시)씨. 캠핑 칼럼을 쓰고 현대백화점 서울대병원 등에서 ‘초보자를 위한 캠핑 입문 가이드''를 강연하며 방송활동도 활발하다. 작년에 출간한 초보자를 위한 캠핑서적 올어바웃캠핑은 예스24의 베스트셀러에 선정되기도 했다.
사진과 골프가 취미였던 강대현씨가 캠핑과 인연을 맺은 건 2001년경 한 지인의 캠핑에 초대 받으면서부터다.
“주말마다 사진을 찍으러 혼자 돌아다니다보니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거의 없었죠. 그런데 캠핑은 온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아내와 아들이 캠핑을 너무 좋아했어요. 일주일 만에 모든 장비를 갖추고 지금까지 거의 매주 캠핑을 다니고 있습니다. 캠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찍은 사진과 글을 블로그에 기록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호응해 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제 글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재밌게 쓰려고 노력합니다.”
장비의 무게와 캠핑의 즐거움은 반비례 한다
캠핑을 오래 즐기고 싶다면 첫 번째 캠핑의 기억이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고 말하는 강대현씨. 정작 본인의 첫 번째 캠핑은 정식 사이트가 아닌 곳에 텐트를 치는 바람에 밤새 쏟아지는 폭우를 맞으며 물고랑을 파는 고행이었다. 힘들었지만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이 함께했기 때문. 그는 자신의 경험과 초보캠퍼의 궁금증 해소에 도움이 되고자 직접 찍은 사진들로 책을 펴냈다. 책에서 그는 장비의 무게와 캠핑의 즐거움은 반비례한다며 미니멀 캠핑(minimal camping)을 제안했다. “장비들을 설치하는데 2시간 철수하는데 2시간씩 걸리다보면 캠핑의 참 맛을 즐기지 못한 채 초심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캠핑은 자연 속에서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요즘 강대현씨의 가족은 트레핑(트레킹과 캠핑의 합성어)을 즐기는데, 장비를 최소화해서 캠핑장에서 1박하고 아침 일찍 가벼운 등산을 한다. 불편을 감내하면서 자연을 즐길 줄 아는 그의 행보는 진정한 캠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박은전 리포터 jeoni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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