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매주 월요일~목요일 정발산동에 위치한 고양시새마을회관 3층에서는 ‘드르륵 드르륵’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로 하루를 여는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아침에 일하러 나오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이들은 고양시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인 고양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할머니와 재봉틀’ 소속 어르신들. 일주일에 두 번 씩 12명이 2개조로 나뉘어 활동하는 ‘할머니와 재봉틀’ 작업실은 여고시절 교실 안 풍경처럼 활기차고 즐거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한쪽에선 패턴을 뜨고 천을 재단하느라 바쁘고 또 한쪽에선 재봉틀을 돌리는 손길이 분주하지만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어서 너무 좋다는 이들.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만든 가방, 파우치, 앞치마, 봉제인형 등은 요즘 한양문고 주엽점에 당당히 입점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박음질 하나에도 연륜 더해, 꼼꼼하고 튼튼한 바느질로 인기
‘할머니와 재봉틀’ 노인일자리사업단이 시작된 지 3년째, 처음엔 정부 보조금을 받아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일로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보조금이 끊기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문제에 부딪혔다. 그래서 보조금 없이 자립 가능한 노인일자리 모델을 찾다가 지난 1월 고양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사업단과 함께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청년들이 만든 디자인기업 ‘조커페이스’와 조인해 한정판 고급수제인형 ‘어글리캣츠’를 만들기도 했다. 이때 발생한 250여 만 원의 후원금으로 낡은 미싱을 교체할 계획이었으나 ㈜브라더미싱에서 펀딩관련 소식을 듣고 흔쾌히 135만 상당의 자수기를 사업단에 후원해주었다고.
이렇게 지원받은 자수기는 ‘할머니와 재봉틀’에서 만드는 제품에 예쁜 자수를 놓아 고급스럽고 실용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단다. “우리는 봉제인형에 코와 입 눈을 만들 때도 단추대신 수를 놓아서 만들어요. 단추를 달면 편하지만 아이들이 가지고 놀다가 혹시라도 입에 삼킬까봐서죠” ‘할머니와 재봉틀’에서 반장을 맡고 있는 홍민자 씨는 다들 나이가 있다 보니 직접 경험했던 것들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디자인에 반영한다고 한다. 홍민자 씨는 젊은 시절 YMCA 등에서 주부들 대상으로 홈패션강사로 활동했다고. 지금은 제품제작의 전반적인 진두지휘는 물론 회원들에게 재봉기술을 전수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때는 여성잡지에도 몇 차례 소개될 정도로 실력 있는 인기강사였던 그는 ‘할머니와 재봉틀’을 통해 인생2막을 새롭게 시작한 요즘이 너무나 즐겁다고 한다. “나이든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니 젊은 사람들과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박음질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아요. 에이프런은 주부들이 자주 사용하는 것이니 바느질에 더 신경을 쓰고요. 가방도 힘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은 한 번 더 말아 박아주고, 지퍼가 있는 곳은 두 번 박음질한답니다.”
나이 들어서도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 느껴
일주일에 두 번, 하루 근무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7시간씩 일한다는 회원들. 손수 만든 유니폼 에이프런을 곱게 두른 이들은 일주일에 두 번이지만 “아침에 젊은 사람들처럼 출근하는 맛이 남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돈 안주고 고급 재봉기술을 익힐 수 있으니 좋고, 용돈도 벌 수 있으니 좋아요. 거기다 일을 하니 더 건강해진 것 같고...무엇보다 창조적인 일이라는 것이 매력이죠.” 젊은 시절 아이들을 기르면서 옷을 수선하고 만들기는 했어도 지금 그때 틈틈이 하던 재봉틀로 일을 하게 될 줄 몰랐다는 회원들. 이들이 재봉틀로 정성껏 만드는 제품은 앞치마, 가방, 아기들을 위한 겉싸개 베개 등 침구용품과 기저귀가방, 또 헌 옷을 이용해 만든 친환경 제품 강아지 옷도 있다. 제품 가격은 대부분 1만~2만 원대, 강아지 옷은 2000~3000원 정도로 저렴한 편. 제품의 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디자인도 예뻐서 요즘은 단체주문도 많다. “디자인은 우리가 고안하기도 하지만 단체주문은 원하는 대로 만들어줍니다. 한번 구입한 고객은 디자인도 좋고 바느질이 꼼꼼하다는 칭찬들을 많이 해요. 앞으로 우리만의 디자인을 더 개발하고 더 좋은 상품을 만들어내서 ‘할머니와 재봉틀’에 대한 신뢰를 쌓아나가 시니어들의 일자리 성공모델이 되어야지요.”
지난 5월에는 ‘할머니와 재봉틀 재능기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역 내 고등학생들에게 헌 옷 리폼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봉사활동도 펼친 ‘할머니와 재봉틀’. 가지고 있는 기술로 일도 하고 재능기부도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는 어르신들이 만든 제품은 정발산동 작업장에서 직접 구입 가능하고, 한양문고 주엽점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고양시시니어클럽 문의 031-904-2611~2
***미니인터뷰
“6.25전쟁이랑 1.4후퇴 모두 서울에서 겪었는데 그 시절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때 아버지 와이셔츠를 잘라서 동생 블라우스를 만들어주곤 했는데 그 기술로 젊은 시절 홈패션 강사로 활동했었고 또 지금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으니 지금은 보람이 더 커요. 회원들이 이곳에 와서 기술도 늘고 또 일을 통해 생활이 즐거워졌다는 말을 들을 때 뿌듯합니다. 또 무엇보다 제품이 튼튼하고 예쁘다는 칭찬을 들을 때 기분이 좋지요” (홍민자 반장, 75세)
“아이들이 어릴 때 옷을 수선하고 간단한 것을 만들어 입히는 정도의 재봉 실력이었는데 여기에 와서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이제 일한 지 1년차인데 오랫동안 강사로 활동했던 홍 반장님 덕분에 일하는 것보다 배우는 것이 더 많아요.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실력도 늘고 용돈도 생기고 게다가 일을 하니 이전보다 건강해져서 가족들도 좋아합니다” (이춘식 씨, 69세)
“저도 잘 몰랐던 재봉 기술을 덤으로 배우며 일하는 즐거움에 푹 빠져 삽니다. 우리 젊었을 때 한참 홈패션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어요. 그때 아이들 피아노 커버 정도 만들곤 했는데 ‘할머니와 재봉틀’에서 3년째 일하다보니 준 전문가 정도는 되지 않을까요.(웃음) 무엇보다 일도 하고 좋은 친구도 사귈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죠” (김덕자 씨, 67세)
“할머니와 재봉틀과 함께 한 지 1년 3개월 됐는데 우리 홍 반장님 실력이 감탄스러워요. 어떤 패턴이던 척척 만들어내거든요. 덕분에 같이 일하다보면 배우는 것이 많아요. 배우는 것도 좋고 재봉틀 작업도 재미있고 즐겁다보니 일하러 오는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덕분에 저 또한 이전보다 건강해진 것 같아요” (백순자 씨, 67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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