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사랑회’는 풍산동 주민센터에서 열리는 문화강좌 중 한국무용을 수강하는 이들이 결성한 동아리다. 회원들은 모두 나이 60을 넘긴 어르신들. 그런데 이 춤사랑회가 일을 냈다. 지난 25일 원마운트 이벤트홀에서 총 8개 팀이 참가한 ‘고양시 주민자치 동아리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 춤사랑회는 이 대회 우승으로 다음달 30일 군포시에서 있을 경기도 대회에 고양시 대표로 참가하게 된다. 춤사랑 하나로 똘똘 뭉친 어르신들의 동아리 춤사랑회를 찾아보았다.
문소라 리포터 neighbor123@naver.com
공연과 봉사활동으로 당당한 노년 즐겨
고운 외씨버선 발자국이 마루 위를 흐르며 모이는가 싶더니, 허공에 휘익 한삼자락 뿌리며 흩어진다. 은근한 우리가락에 맞춰 사뿐사뿐 춤사위를 도는 모습이 한 마리 나비와 같다. 지난 21일 오후 풍산동 주민자치센터 지하 연습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르신들이 한국무용의 멋에 흠뻑 빠져 있었다.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는 풍산동 한국무용 동아리 ‘춤사랑회’의 연습 시간. 춤사랑회 단원들은 대부분 60~70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지만 춤에 대한 사랑만큼은 누구보다 깊고 뜨겁다.
춤사랑회는 2011년 김순옥(67세)씨를 단장으로 결성됐다. 김 단장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무용을 하며 안동하회탈춤의 전수 보급자로 안동에서 하회탈춤도 배웠다. 1995년 고양으로 이사 온 김 단장은 이후 원당농협과 지도농협, 행주동 등 고양지역에서 꾸준히 한국무용을 가르치며 고양시 우수동아리 경연대회에 참가해 네 번이나 우승한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김순옥 단장은 “춤사랑회는 우리 춤과 가락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풍산동 마을행사에서 무료공연을 하고 요양병원과 치매노인병원 등에서 공연 봉사활동을 하는 등 적극적이고 당당한 노년의 삶을 즐기고 있다”며 “이번 고양시 대회를 위해 일주일에 두 번씩 석 달 가까이 맹연습을 해 ‘여인의 한, 멋, 흥’이라는 작품으로 무대에 올라 우승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아름다운 한국무용 함께 추니 더 즐겁죠
11명의 회원들로 이뤄진 춤사랑회는 2011년 훨씬 이전부터 김순옥 단장과 함께 춤을 춰온 이들이 많다. 10년째 춤을 추고 있는 최고령 회원 임희수(79세)씨는 “한국무용은 몸의 태를 아름답게 해준다. 발디딤과 호흡 등 춤의 맵씨가 아름답고 동작이 과하지 않아 나이 많은 이들에게 더욱 좋다”며 한국무용의 장점을 전했다.
2007년부터 춤사랑회의 반장으로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남경숙(67세)씨는 “전에는 살이 쪄 온갖 병을 다 가지고 있었는데, 춤을 추고 난 후 건강해지고 마음도 가벼워졌다. 이곳에서 회원들 얼굴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
리포터가 방문한 날에도 춤사랑회 회원들은 집에서 바리바리 싸온 갖가지 반찬을 꺼내놓고 둘러앉아 점심을 함께 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 모습은 영락없이 사이좋은 자매들. 회원들은 춤을 즐기며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좋지만 회원들 간에 친자매처럼 허물없이 지낼 수 있어 더욱 좋다고 입을 모았다.
>>>미니인터뷰
정옥진 회원
“한국무용을 하면서 오십견이 싹 나았어요”
매일 아침 집에서 핸드폰으로 음악을 틀어놓고 체조대신 무용을 해요. 음악에 맞춰 무용하는 것이 체조하는 것보다 더 재밌고 몸도 유연해 지구요. 2006년에 손주를 보느라 오십견을 얻어 자다가도 일어날 정도로 어깨가 너무너무 아파 그때부터 무용을 했어요. 팔을 많이 쓰는 한국무용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십견이 싹 없어져서 지금은 하나도 안 아파요.(웃음)
육영숙 회원
“우리가락이 좋아서 시작한 무용, 관절염까지 나았죠”
우리음악에 맞춰 멋과 흥을 곁들여 춤을 추니까 운동할 때처럼 지루하지 않아 좋아요. 배가 나와 관절이 많이 안 좋았는데 무용을 하면서 살도 빠지고 가볍게 관절을 움직여 주니 지금은 무릎이 하나도 안 아파요. 그렇게 7년째 춤을 즐기며 봉사활동과 공연을 하고 있답니다. 캐나다 중국 일본 등 해외공연 가면 반응이 무척 좋아서 저도 신이 나구요. 그리고 우리가 어디서 이렇게 한복에 버선신고 머리에 예쁘게 쪽도 질 수 있겠어요? 호호..
김순하 회원
“몸의 균형을 잡기에 그만이에요.”
건강이 좋지 않아 김순옥 선생님이 원당에서 가르치실 때부터 시작했어요. 기교를 많이 부리지 않고 몸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한국무용이 할수록 좋아서 10년째 추고 있죠. 회원들이 다들 오랫동안 함께 해 선생님과 회원 간에 격이 없이 지내서 좋아요. 한국무용은 호흡과 정지동작, 발놀림 등이 잘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몸의 균형을 잡기에도 좋답니다.
김순옥 단장
“친자매처럼 지내는 춤사랑회, 망설이지 말고 찾아오세요”
나이가 들어도 당당하게 즐기면서 살아야 해요. 우리 춤은 항상 발뒤꿈치부터 디디니까 운동이 돼 건강에도 좋죠. 한국무용은 동작이 은은하고 전신을 움직이니 우리같이 나이 든 사람들에게 딱이에요. 또 회원들이 같은 연배라 편해요. 회원이 결석해 얼굴을 못 보면 정말 보고 싶고, 형제자매보다 더 가깝게 지내죠. 분위기 좋은 우리 동아리에 망설이지 말고 찾아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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