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동고등학교(교장 한일순)의 김은빈 학생이 대산청소년문학상에서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김은빈 학생은 5편의 시로 예선을 통과하고, 문예캠프 백일장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는데요. 김은빈 학생(2학년 6반)을 만나서 그에게 시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시를 쓰고 싶은지 들어보았습니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Q. 제22회 대산청소년문학상 ‘시’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했는데요. 대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A. 대산청소년문학상(www.daesan.org)은 전국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와 소설 2개 부문이 있어요. 시는 5편, 소설은 200자 원고지 기준 60매 분량으로 1편을 출품하는데요. 올해는 예선을 통과한 35명이 2박 3일 ‘문예캠프’에 참가했어요. 이 때 열리는 백일장이 바로 결선이에요. 문예캠프는 심사위원인 문인들과 함께 문학수업, 개별 작품지도, 작가와의 대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시제는 박형준 시인이 발표했는데, ‘버스정류장’, ‘오후 2시’, ‘토마토’였어요. 토마토는 꽤나 충격적이었죠. 결과는 예선 응모작과 백일장 작품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요. 수상작은 한데 묶어 ‘대산청소년문학상 수상작품집’으로 발간하고, 수상자들은 문예특기자로 대학 지원이 가능하다고 해요.
Q. 예선에서 어떤 시를 썼나요.
A. 양동이에 담긴 달과 별에 대하여, 어머니가 낳은 알, 만월, 유성기 음반 복각판의 일생, 명경이에요. 모두 산문시인데요. 중학교 때부터 소설을 써서 그런지 긴 시를 써요.
어린 시절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허름한 주택단지에 살았는데, 그 때 어려웠던 기억들이 시의 소재가 됐어요. 그래서 시에 ‘진정성’이 있다고들 하세요.
Q. 금상을 수상했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A. 많이 울었어요. 수만 가지의 감정들이 한 순간 쏟아져 나왔거든요. 힘든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고, 그 기억들을 시로 승화시키는 과정이 떠올랐어요. 시를 쓰면서 정말 많이 치유된 거 같았어요. 소설 부분에서 금상을 탄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내가 아직도 치유가 덜 됐구나’, ‘부끄러워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진정성만은 정말이니까요. 정끝별 시인도 최고의 감정은 진정성이라고 하셨어요.
Q. 시는 언제부터 썼고, 시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시를 쓴 지 1년 정도 됐어요. 그 전에는 소설을 썼고요. 엄마가 기형도 시인을 좋아하셔서 시를 읽게 됐어요. 그 때가 중 3 겨울 방학이었는데, 그 때는 이해되는 시가 별로 없었어요. 그냥 막연하게 느낌이 좋다고만 생각했죠. 시를 쓰게 된 건 송찬호 시인의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을 읽으면서부터예요. ‘약속을 구부려서 반지를 만든다’는 표현이 어찌나 멋있던지, 시를 읽을 때마다 필사를 했어요. 지금은 송찬호 시인의 시를 모르는 게 없을 정도에요. 처음에는 매일 한 편씩 시를 썼어요. 지금까지 100편정도 쓴 거 같아요. 평소에 자주 걸어 다니는데, 그 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장에 차곡차곡 옮겨 놓고, 시를 쓸 때 꺼내서 보는 편이에요. 작년부터 올 해까지 쓴 메모장이 500개가 넘어요.
Q. 김은빈 학생에게 ‘시’란 무엇인가요.
A. 동국대 백일장에서 문정희 시인의 강연이 생각나네요. 문학은 한 번 빠지면 다시 헤어 나오지 못한다고 하셨거든요. 다른 것을 하려고 해도 다른 게 재미없어진다고. 진짜 그런 거 같아요. 원래 변덕이 많아서 진득하게 하나를 못하거든요.
시란 애증의 관계이면서 나를 치유해주는 것 같아요. 시를 쓰면서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들이 치유되는 거 같거든요. 지금 가장 재밌고, 보람 있는 일이 바로 시를 쓰는 거예요.
Q. 글짓기 대회 수상 경력이 있으면 이야기 해주세요.
A. 출전한 대회는 엄청 많아요. 거의 모든 백일장에 나간 거 같아요. 그런데 글을 오래 쓰는 편이라 완성하지 못한 게 많아요. 그래서 수상경력은 별로 없어요. 한국작가회의 백일장에서 차하(3등상), 대전대학교 백일장에서 차하를 받았어요. 소설로는 경기도 백일장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정도예요.
Q. 꿈에 대해 이야기 해주세요. 그리고 어떤 시를 쓰고 싶은가요.
A. 시인이 되는 게 꿈이에요. 결국 시를 잘 쓴다는 것은 시를 보고 열광하는 독자가 있는 거잖아요. 서정주 시인의 ‘상가수의 소리’에서 상가수가 똥통에서 달을 보듯, 그런 시를 쓰고 싶어요. 진흙 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연꽃처럼 아름답고 재미있는 그런 시 한 편 쓰는 게 꿈이에요. 언젠가 동화도 꼭 한번 써보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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