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김유정백일장’에서 고양예고(교장 안병섭) 2학년 임지현 양이 산문 부문 고등부 대상을 차지했습니다. 올해로 22회 째를 맞은 김유정백일장은 김유정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2014 김유정사랑 가을잔치’에서 열리는 행사 중 하나로 문학을 사랑하는 전국의 중·고교생 250여 명이 참가한 큰대회입니다. 소설가의 꿈을 꾸는 문학소녀 임지현 양을 깊어가는 가을 교정에서 만나보았습니다.
문소라 리포터 neighbor123@naver.com
글쓰기 좋아한 아이, 8살 때 첫 소설 써
임지현 양은 백일장에서 제시된 ‘집’, ‘꼴찌의 추억’, ‘길 위에서’라는 세 개의 시제 중 ‘집’을 택해 산문을 작성했다. 지현 양은 “평소 집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고 집이나 가족에 관한 글을 써보고 싶었다”며 “컨테이너가 달린 트럭을 집으로 개조해 이동하며 중고 물품을 판매하는 아버지, 발달장애를 가진 언니와 함께 사는 주인공 가족의 이야기를 노래 ‘마법의 성’과 연결 지어 글을 썼다”고 말했다.
어린 아이일 때도 상상의 나래를 자주 폈고, 그 내용을 글로 써보는 것을 좋아했다는 임지현 양. 부모님이 책을 무척 많이 사줘 지현 양은 어릴 때부터 우리 전래동화와 외국 동화, 삼국지 등 다양한 종류의 책을 많이 읽었다. 그렇게 책을 읽으면서 ‘나도 이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곤 했다는 지현 양은 7살 때부터 글쓰기를 즐겼다.
“재미있는 책을 읽고 나면 나도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 가는대로 이야기를 막 썼어요. 개연성 없고 터무니없는 이야기였지만 제가 글을 통해 인물과 세계를 창조해 낸다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글을 쓸 때마다 마치 제가 조물주가 된 느낌이었거든요.”
이렇게 글쓰기를 좋아한 지현 양은 7살에 시작해서 초등학교 1학년 마칠 때까지 이야기를 써나가 처음으로 40매짜리 소설을 완성했다. 제목은 ‘여름 동굴’. 아이들이 동굴을 탐험하며 겪는 이야기다.
소설책 읽으며 키운 작가의 꿈
임지현 양이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혔을 때 부모님은 탐탁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작가는 많은 고민을 하며 자신의 세계를 드러내기 위해 힘든 길을 걸어야 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런 부모님의 뜻에 지현 양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공부에 치중하며 글쓰기를 멀리했다. 그러던 중3의 어느 날,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을 읽은 지현 양은 예전에 이야기를 쓰면서 느꼈던 희열을 떠올리게 됐다.
“엄청난 상상력을 지닌 베르베르의 책을 읽고 그 때부터 책들을 마구 찾아 읽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강렬히 피어올랐어요.”
지현 양은 글쓰기를 멀리한 동안에도 일주일에 한 번은 꾸준히 부모님과 함께 서점을 찾아 책을 읽었다고 한다. 어릴 때는 상상하는 것을 좋아해 판타지 소설을 좋아했는데 다양한 소설을 많이 읽으면서 현실적 깊이를 지닌 천운영, 편혜영, 오정희 작가 등의 소설을 좋아하게 됐다.
“여러 주제 중 특히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본성’ 등을 다룬 소설을 읽으면서 ‘나도 이렇게 깊이 있는 주제를 담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때쯤 고양예고에 문예창작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학교에서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중학교에 다니는 동안 글쓰기를 소홀히 했던 지현 양은 고양예고에 들어가기 위한 실기시험을 치기 전까지 습작에 몰두했다. 고양예고 합격 소식을 들은 날은 지현 양이 작가가 되는 것을 반대한 부모님이 오히려 더 기뻐하며 지금은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고 있다.
깊이 있는 주제 다룬 소설 쓰고파
임지현 양은 인간적인 면을 깊이 탐구하는 책을 특히 좋아해 이상 문학상 등 각종 문학상 수상 작품을 즐겨 읽는다. 롤모델은 오정희, 정유정 작가. 특히 정유정 작가의 소설은 문장에 힘이 있고 서사가 탄탄해 많이 배운다고. 지현 양은 훌륭한 작가들의 소설을 베껴 써보는 필사나 컴퓨터로 베껴 쓰는 필타를 하며 구성과 문체, 표현 방법 등을 익히고 있다.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오후 1시부터 밤 9시까지 학교에서 소설 실기수업을 받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서사가 힘 있는 소설, 깊이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임지현 양은 “오정희 작가의 소설이나 ‘어린 왕자’처럼 읽을 때마다 의미가 다르게 다가오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다”며 “지도해주시는 김은경 선생님과 소설을 좋아하게 만들어 주신 태기수 선생님, 그리고 늘 함께하는 ‘영양실조 고구마’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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