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를 중국에서는 사부라 부른다. 단순한 주방장이 아니다. 자신의 요리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야 사부라는 칭호가 어울린다. 달인이면서 스승이면 사부라 부를만하다. 사부라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은 사람. 성석동에 문을 연 중화요리전문점 ‘진사부’(구 증산동 다리원) 진광순 셰프다.
진광순 셰프, 진사부는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중화요리를 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요리의 전통과 정신 기술이 몸에 배인 사람이다. 요리란 무엇인지 후대에 알려주는 일이 자신의 소명이라 여기는 진짜 사부, 성석동 진사부를 만났다.
효로써 음식을 만든다
진광순 셰프는 귀화한 중국인으로 18살에 요리를 시작했다. 아버지 밑에서 시작해 정부종합청사 단체급식 조리팀, 방배동 ‘함지박’ 오픈멤버를 거쳐 (구)다리원을 열었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중화요리식당을 해왔다. 무역상을 하다 음식점을 연 증조할아버지때부터 강조했던 것은 효였다.
부모에게만 하는 것이 효는 아니라 했다. 나라, 친구, 이웃에게도 효라는 단어를 쓸 수 있다고. 그의 집안에서 효는 존중의 다른 말이다. 진광순 셰프의 아버지가 70년 전에 쓴 효에 관한 글은 집안의 가보가 되었다. 성석동 진사부 한쪽 벽에는 효에 관한 글귀가 걸려있다. 아버지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정직하지 않으면 먹을 게 아니라 독을 만드는 것’이라 가르쳤다. 정성들인 음식이 바로 보약이라고 배웠기에 진광순 셰프는 재료 선택에서 요리까지 보약 짓는 마음으로 임한다.
한국식 해물누룽지탕 원조
정부종합청사에서 일하던 시절, 진광순 셰프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요리 연구를 계속했다. 일이 있어 해외에 나갈 때도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찾아 다녔다. 요리사들끼리의 네트워크를 중요하게 여기고 더 나은 요리를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도 자신의 요리를 보완하는 시도를 계속했다.
자장면이 천 원 하던 그 시절 다리원에서는 삼천 원을 받았다. 좋은 재료로 ‘나의 요리’를 만들겠다는 고집과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신반의 하던 사람들도 한 번 먹고 나면 단골이 되었다.
전채요리 정도로 스치고 지나가는 코스 중 하나였던 해물누룽지탕이 식사 요리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고집과 끝없는 연구 덕분이었다.
원래 중국요리에서 해물누룽지탕은 누룽지 한 조각에 해물 약간을 곁들여 먹는 간단한 요리다. 진광순 셰프는 누룽지와 해물을 듬뿍 넣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식사 요리로 등극시켰다. 철판에 담아 오래도록 뜨끈하게 먹을 수 있도록 했다. 해물누룽지탕은 증산동 다리원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전국 곳곳 심지어 일본에서도 요리 비법을 배우러 찾아왔다.
은혜갚는 마음으로 일산 이전 오픈
진광순 셰프는 청결과 정직에 있어서 특히 까다로웠다. 김치도 밀폐된 봉지에 담아 한 봉지에 5백 원을 받고 팔았다. 반찬을 재사용하지 않는 것은 요리사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했다는 진광순 셰프. 그는 ‘음식 재사용 하지 말자. 청결을 지키자’는 말은 당연한 것이며 이런 말을 듣는 것은 요리사의 수치라고 생각한다.
예약해야만 먹을 수 있었던 증산동의 작은 중국집 다리원은 1996년에 문을 열어 얼마 전까지도 단골들의 성원 속에 운영되었다. 다리원은 15평의 홀에 15평의 주방, 20평의 재료실을 갖춘 독특한 중국집이었다. 주방이 커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것이 셰프의 지론이었다. 초창기부터 주방은 손님들이 볼 수 있게 설계했다. 요리사들이 좋은 환경에서 위생적으로 정성들여 만들면 좋은 음식이 나온다는 것이다.
식객들은 그의 철학과 요리에 환호했다. 하지만 손님들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 주차도 어렵고 실내가 좁은데도 불편함을 다 감수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고마우면서도 죄스러웠다. “언젠가는 넓은 곳으로 이전해서 편하게 모시겠다”고 단골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하던 것이 현실이 되었다. 지금의 성석동 진사부가 그곳이다. 진사부는 은혜 갚는 심정으로 이전 오픈한 식당이다. 100평의 홀에 넓은 텃밭까지, 오래도록 꿈꾸던 공간이다.
로컬푸드로 만드는 중화요리
진광순 셰프가 일산에서 꿈꾸는 것은 로컬푸드로 만드는 중화요리다. 농부가 기른 작물을 신선한 상태에서 요리해 따뜻할 때 손님에게 내는 시스템을 완성하려고 한다. 아직은 초보 단계지만 진짜 요리의 길은 로컬푸드에 있다고 믿기 때문에 실험과 연구를 멈추지 않는다.
진사부에는 아직까지 증산동 다리원 단골들이 일산 손님보다 많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는다. 하루에 단 한 사람이 찾더라도 정직하고 정성들여 요리하는 일 그것으로 행복을 느낀다. 그렇게 만든 요리를 먹은 이는 다시 찾아준다는 믿음이 있다. 18살부터 62살이 될 때까지 주방에서 잔뼈가 굵은 사부의 자신감이다.
매주 수요일은 휴무 (5월24일 토요일은 집안 사정으로 당일 휴무입니다)
문의 031-977-6694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