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시에 시노부’ 김태한 염영아 부부의 달콤한 이야기

“몽실몽실 따끈따끈, 사랑이 가득한 빵집으로 오세요”

지역내일 2014-06-30 (수정 2014-06-30 오전 6:16:39)

백마마을 산책로에 자리한 어느 빵집에서 달콤한 향기가 흘러나옵니다. 부부가 운영하는 그 곳에는 맛있는 빵이 있고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의 일상이 이어지는데요. 달콤한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부부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손끝으로 만들어가는 빵의 세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유석인 리포터 indy0206@naver.com






부부이자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동료
  김태한 염영아 부부를 만나러 가는 길, 백마마을 산책로에는 이미 여름이 와 있다. 눈부신 햇살에 자꾸만 실눈이 되고 따뜻한 기운에 살갗이 따끔거린다. 아파트 단지를 살짝 벗어난 산책로에 부부가 운영하는 빵집 ‘파티시에 시노부’가 조용히 들어서 있다. 조리복과 앞치마를 갖춰 입은 부부는 각자의 자리에서 한참 일하는 중이다. 남편 김태한 씨는 재료 계량을 하고, 크림을 만들고, 바게트를 굽느라 연신 동분서주하고 아내 염영아 씨는 바리스타의 풍모를 풍기며 커피머신 앞에서 빠르게 손을 놀리고 있다. 사르르 녹는 달콤한 슈크림, 맛있는 레몬차로 입소문이 난 ‘파티시에 시노부’는 좋은 재료와 정성을 듬뿍 담아 매일매일 신선한 빵을 구워낸다. 
  5살과 7살, 두 아이를 둔 부부는 김태한 씨의 사촌동생이자 염영아 씨의 친구 소개로 만났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원거리 연애를 감행,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사소한 일조차도 크게 부풀려 이야기하는 요즘 풍조에 비해 부부의 연애담은 다소 싱겁다. 하지만 부부사이에 말이 필요 없는 법. 무표정했다가도 서로를 마주 보며 슬그머니 웃음을 흘린다. 이들은 부부이자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동료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김태한 씨는 평범한 회사원이었고 염영아 씨는 전업주부였다. 그저 둘 다 맛있는 빵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김태한 씨는 잘 나가던 일본 회사를 그만두고 디저트 카페에 들어가 빵을 굽기 시작했다. 한 번 사는 인생, 해야 하니까 하는 일이 아닌 행복한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다 1년 전, 부부는 의기투합 둘만의 빵집을 차렸다. 




함께 빵을 구우며 더 친해진 두 사람
  “오래도록 둘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파티쉐고 아내는 아기자기한 손재주가 있어요. 그렇다면 어디에 마음을 두고 살아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같은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하지만 실천으로 옮기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그들은 사는 곳과 가까운 상가에 부부만의 빵집을 열었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한 공간에서 지내고 있다. “처음에는 한가할 때 의견충돌이 생겼어요. 점점 바빠지면서 그럴 틈이 없어졌고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까 부딪칠 일은 없어요.”
  아내는 음료 준비와 판매를 하고 남편은 빵을 만드는 분업이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고, 이야기할 짬도 없지만 그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 있다는 것이 큰 행복이다.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메뉴를 개발하고 저녁에 같이 만들어보면서 고민을 나누는 시간은 어쩌면 가장 행복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함께 빵을 구우면서 더 친해졌다는 부부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다가도 같이 나아가고자 하는 구심점으로 돌아와 그 다음을 준비하는 관계가 바로 부부인 것 같다고 말한다.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를 다독여주는 이도 항상 남편이고 아내다. 빵집을 시작한 뒤 일요일 말고는 휴일이 없었다는 그들의 피로도 서로가 풀어주고 있다.




적절한 온도와 타이밍이 필요한 부부사이
  “빵집을 시작하기 전보다 우리가 다투는 횟수가 줄었어요. 각자 자신이 맡은 일을 해내느라 얼마나 애쓰면서 하루를 보내는지 늘 보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인정하고 이해해주는 폭이 커졌죠.” 출근은 빠르지만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위해 남편은 이른 퇴근을 하고 아내는 밤 10시가 되어야 귀가하는데 부부는 퇴근 후 잠깐 한 숨을 돌린다.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아이들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시간이 부부에게 휴식인 셈. 김태한 씨는 “180℃로 예열한 오븐에 30분간 굽는 레시피가 언제나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오븐마다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맛있는 빵은 불가능하다는 것. 빵 굽는 것뿐만 아니라 부부 관계에서도 온도와 타이밍을 적절히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는 말이다.
  신혼 때 일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맛있는 빵을 사먹는 게 취미였던 부부는 이제 각자의 역량을 가지고 자신들만이 아닌 누군가를 위한 레시피를 끊임없이 준비하고 있다. 자신들이 만든 빵을 누가 사먹을까 하고 첫 손님을 기다릴 때는 설렘과 두려움을 아직도 기억한다. 부부는 자신들이 만든 빵을 먹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기본은 지키되 변화를 주저하지 않는다. “처음엔 제과에 더 신경을 썼어요. 무스케이크를 야심차게 준비했죠. 무스는 참 맛있는 크림인데 이 동네에선 인기가 없었어요. 대신 시트가 많은 빵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 다음부턴 스콘이나 바게트를 주로 구워요.”




말끔히 비워진 접시의 행복
  시노부만의 자랑인 슈크림도 노력의 결과로 얻은 값진 메뉴다. 직접 끓인 카스타드 크림과 생크림을 섞어 빵에 나있는 구멍을 통해 주문즉시 넣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어른 한 입 크기로 바닐라향이 은은한 너무 달지 않은 슈크림이다. “새로운 맛을 추구하지만 기본이 제일 중요하죠. 예를 들면 휘핑크림대신 생크림을 쓴다거나 설탕을 많이 넣지 않는 것들 말이에요. 좋은 재료를 정확한 양으로 쓰겠다는 거죠. 사람마다 맛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은 있지만 기본은 통한다는 게 저희 생각이에요.”
  깨끗하게 비워진 빵 접시를 치우면서 부부는 맛에 사람의 마음이 담겨 전해진다는 사실을 매번 깨닫는다. 맛있다는 한마디의 인사를 듣거나 가족을 데리고 다시 찾아오는 고객을 만나는 일 등 빵집이 아니었다면 부부가 겪어보지 못했을 경험들을 통해 이들은 보람을 느낀다. 힘들어도 행복한 순간이다. 취미가 직업이 되었다고 해서 늘 좋을 수만은 없지만 이런 순간들이 쌓여 부부에게는 추억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어느 날 밤 남편이 아내에게 물었다. “우리 빵집 그만둘까?” 일이 힘들어 피곤한 마음에 한 번 던져본 질문이다. 아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물으나마나한 질문이었고 하나마나한 대답이었다. 부부는 뻔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빵 만드는 일에 싫증내지 않을 테고, 누구도 상냥한 바리스타임을 잊지 않으리라는 걸. 그리고 그 일을 항상 함께하리라는 사실도. 




주소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734(백마마을4단지 분산상가101호)
      백마초등학교와 백마중학교 중간 지점에 위치
문의 070-4131-3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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