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생각이 더 많이 나는 달입니다. ‘민족의 대 이동’이라는 그 날이 다가오기 때문일까요? 이미 마음은 고향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냄새, 어머니의 손길이 듬뿍 담긴 음식들도 눈앞에 자꾸 아른거립니다. 그 옛날 고향집 굴뚝 옆 처마 밑에 매달려 바람과 햇볕을 담뿍 받은 마른 무청, 시래기는 겨우내 맛난 반찬으로 상위에 오르곤 했었죠. 고향을 추억하게 하는 시래기, 2월의 음식으로 소개합니다.
권혜주 리포터 lovemort@hanmail.net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기특한 음식
갓 지은 밥 위에 시래기나물을 올려 한 입 먹으면 그 고소하고 향긋한 나물향이 온 입안에 가득! ‘아~ 이 맛이야’ 절로 감탄하게 된다. 시래기는 푸른 무청을 새끼 등으로 엮어 말린 것이다. 요즘은 한 겨울에도 파릇하고 싱싱한 나물 반찬을 먹을 수 있지만 그럴 수 없었던 옛날엔 겨울이 오기 전 여러 가지 나물들을 말려뒀다가 겨우내 밥반찬으로 먹었다. 시래기는 맛뿐만 아니라 겨울철 부족해 질 수 있는 영양소 공급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또한 쌀이 부족했던 시절, 시래기를 넣고 밥을 해 배불리 나눠 먹던 선조들의 지혜도 엿볼 수 있다. 최근엔 많은 영양소를 함유한 시래기가 ‘건강음식’으로 손꼽히며 별미음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시래기나물 자체의 향긋한 맛을 즐기기도 하지만 밥, 감자탕, 생선조림 등 갖가지 음식에 곁들여 그 맛과 영양을 더하기도 한다. 시래기는 섬유질이 풍부해 변비예방에 좋고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몸속 노폐물을 배출하는 작용을 한다. 또한 철분이 많아 빈혈에 좋고, 칼슘 및 식이섬유가 풍부해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동맥경화 억제 효과도 있단다.
같이 먹으면 찰떡궁합인 3인방
요즘은 시래기를 다른 음식과 곁들여 많이 먹는데 맛과 영양에 있어 시래기와 궁합이 맞는 식재료 3인방이 있다. 바로 된장, 들기름 및 들깨가루, 고등어다. 된장은 시래기에 부족한 단백질이 풍부해 영양학적으로 보완해 주고 시래기의 군내를 없애줘 맛을 내는 데 도움을 준다. 들기름과 들깨가루는 필수 지방산이 풍부해 시래기에 없는 영양소를 보충해준다. 특히 들깨가루에 들어있는 식이섬유, 불포화 지방산, 비타민 등은 시래기에 들어 있는 영양성분을 배가시켜 준다. 고등어는 단백질과 불포화 지방산이 많이 들어있어 시래기에 없는 영양 성분을 보충해 주고 시래기는 고등어의 비린내를 없애주는 보완작용을 한다.
기본적으로 시래기 요리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원재료인 시래기를 잘 말리고, 불리고, 삶는 것이다. 말리는 방법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 그냥 말리거나 소금물에 살짝 데쳐서 말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불리는 시간이 식감을 결정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불리기는 아주 중요한데, 오래 불릴수록 부드러워 지고 또한 시래기를 삶을 때 높은 도수의 소주를 넣고 삶으면 더 부드러워진다는 의견도 있다. 1시간정도 삶아주고, 불을 끈 상태에서 냄비뚜껑을 덮고 1시간 정도 둔다.
>>>우리동네 시래기 요리 맛 집
아리몽 숯불구이 ‘시래기국밥’
강원도 양구에서 공수한 시래기에 멸치육수를 넣고 파주 장단콩 된장으로 간을 해 끓여낸 구수하면서도 개운한 시래기국밥을 맛볼 수 있다. 파주에서 생산된 청정농산물을 사용하고 햇멸치로 육수를 낸다. 여기에 파주에서 수확한 장단콩으로 담근 된장을 적절히 넣어 맛이 구수하면서 시원하다. 청양고추를 곁들여 취향에 맞게 매콤하게 즐길 수도 있다. 한 그릇에 6000원인 시래기국밥을 주문하면 평일 점심에 한해 국밥과 함께 떡 갈비 한 쪽이 서비스로 나온다. 저녁에는 주로 고기를 먹은 뒤 식사로 많이 주문하는데 고기를 먹고 난 후 입맛을 깔끔하게 정리해줘 인기란다.
위치 파주시 금능역로 190
문의 031-957-7100(영업시간 오전11시~오후12시)
정통밥집 ‘시래기 털레기’
생새우와 호박, 청양고추 그리고 들깨가루가 듬뿍 들어간 시래기 털레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털레기’란 수제비의 강원도 사투리로 시래기 털레기란 시래기를 넣은 수제비를 말한다. 멸치와 양파, 무 등 여러 가지 야채를 넣고 끓인 육수에 시래기와 생새우, 청양고추를 넣어 국물 맛이 시원하고 매콤하다. 특히 듬뿍 넣은 들깨가루와 시래기, 수제비가 어우러져 쫄깃쫄깃 고소하고 구수한 맛을 즐길 수 있다. 2인분 이상 주문가능하고 2인분에 1만4000원이다.
위치 일산동구 중산동 8-12
문의 031-977-2703(영업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9시 30분)
청경 ‘시래기 정식’
청경의 주 메뉴는 시래기 정식과 한우 불고기 정식이다. 시래기 정식은 시래기 밥과 나물 반찬, 시래기 국, 부침개, 냉채 등이 나오고 시래기 밥에 비벼먹도록 부추간장이 나온다. 한우 불고기 정식은 시래기 정식에 불고기가 추가되는 메뉴다. 제공되는 모든 밥은 ‘하이마이’라는 고양시 쌀 연구회에서 재배 도정한 친환경 쌀로 짓는다. 시래기 정식은 9000원, 한우 불고기 정식은 1만5000원이다.
위치 일산서구 장자길 118번길 105-100
문의 031-916-9200(영업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9시30분)
애니골 시래기 ‘시래기 갈비찜&시래기 생선조림’
여러 가지 시래기 요리들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시래기 정식 외에 시래기로 비린 맛도 잡고 구수한 맛을 더한 매콤 시래기 생선조림과 부드러운 고기와 시래기가 만난 시래기 갈비찜이 있다. 팔팔 끓는 시래기 전골에 한우를 샤브샤브처럼 살짝 담가 먹는 ‘한우생불고기’도 눈에 뛴다. 시래기 정식은 1만3000원, 시래기 고등어조림은 1만원.
위치 일산동구 애니골길 74
문의 031-905-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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