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의 독서가 공부를 위한, 또는 지식을 쌓기 위한 혼자만의 독서였다면 요즘은 함께 책을 읽고 소통과 공감을 나누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월요일 주엽동 가구카페 ‘엘데팩토리’에서 만난 지혜공유협동조합 책 읽는 모임 ‘달콤한 북살롱’(이하 북살롱) 회원들도 함께 책 읽는 즐거움에 푹 빠진 사람들.
“책 읽는 것은 늘 좋아했지만 함께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즐거움이 또 이렇게 색다른 매력이 있을 줄 몰랐어요.” 나이도,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르지만 ‘함께 읽기’를 택한 이들의 이야기는 한결같이 똑같았다.
‘수다’처럼 즐겁게, 하지만 가볍지 않은 책 읽기
‘북살롱’은 매월 2,4주 월요일마다 책을 읽고 토론의 장을 갖는다. 책은 문학뿐 아니라 경제, 철학, 인문학 등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독서를 지향한다. 이렇게 책이 선정되면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 월요일 토론에는 김영하 장편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이해선, 김유숙, 김민애, 김도유, 최재용 씨가 모였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모임이야 많지만 ‘북살롱’은 좀 특별한(?) 독서모임이다. 전업주부, 회사원,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평일, 그것도 낮 시간에 16번 째 모임까지 이끌어온 저력은 뭘까.
“오늘은 명절 끝이라 서너 명의 회원들이 함께 하지 못했어요. 그러고 보니 오늘 모인 회원들은 우연찮게 모두 원년 멤버들이네요(웃음). 오늘로 북살롱 모임이 16번째인데 우리 책모임을 한 마디로 말하면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책모임’이라고 할 수 있지요.” 북살롱을 이끌어가고 있는 이해선 씨의 말처럼 북살롱이 지향하는 것은 ‘책을 통한 즐거움’이다.
김유숙 씨는 “회원들 모두 단순히 혼자 독서하기가 어려워서 모임에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 토론을 위한 책읽기에서는 왠지 모를 답답함을 느꼈어요. 우리 북살롱은 토론을 위한 토론이 아니라 즐거운 ‘수다’라고 할 수 있지요”라고 한다.
김민애 씨도 “북살롱 책 읽기의 즐거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누가 리더랄 것 없이 서로 자유롭게 책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할 수 있지요. 강의실보다 카페에서 만나는 것도 차 한 잔 나누며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좋기 때문이고요. 수다처럼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책모임, 우리 북살롱의 매력입니다”라고 자랑한다.
타인의 이야기 통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깨닫게 돼
한 권의 책을 놓고 늘 2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서로 공감하기도 하고 반론을 펼치기도 하는 그들. 김도유 씨는 “단순히 책을 많이 읽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수용하게 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힘을 이 모임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 아닐까요. 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마음을 치유하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김유숙 씨는 “예전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 적도 있었지요. 하지만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다름’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고 그러면서 이해의 폭이 훨씬 넓어지게 되더군요. 북살롱을 통해 독서의 편향성을 지양하고 독서지평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죠”라고 독서지락을 털어놓는다. 북살롱과 함께 소통과 공감을 나누고 싶다면 언제든 모임에 참여할 수 있고, 참가비 없이 찻값만 준비하면 된다.
문의 및 신청은 070-7567-6552.
지혜공유협동조합 네이버 카페 및 블로그 cafe.naver.com/learningcoop, blog.naver.com/learningcoop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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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지식은 어디에나 널려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공부나 지식을 쌓는 독서보다는 소통을 위한 독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거창한 책모임은 쉽게 지치기 쉽지요. 북살롱은 회원들이 말했듯이 ‘수다’를 떨 듯 자유롭지요. 그렇다고 수다의 힘을 우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웃음) 수다 속에 찬반의 논리가 들어있고, 공감 속에 지혜가 쌓인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북살롱은 책만 고집하지 않고 책과 영상, 영상과 공연 등 다양성 있게 이끌어가려고 합니다. 3월 두 번째 월요일엔 EBS 다큐프라임 ‘죽음’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인데 많은 분들이 부담 없이 참여하셨으면 좋겠어요.”
(이해선 씨)
“저는 오후시간에 아이들을 지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책모임에 참여할 생각을 못했어요. 대부분 모임들이 저녁에 있는데 ‘북살롱’은 평일 오전에 만난다는 것이 좋았고요.(웃음) 책을 좋아하다보니 많은 책을 읽기는 했지만 무엇보다 모임에 참여하게 된 후로 독서의 질이 달라졌다고 할까요. 혼자 책을 읽다보면 좋아하는 분야의 책만 읽게 되는데 보다 더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함께 책읽기의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책이 사람을 단번에 바꾸지는 못하지만 독서의 힘이 서서히 나타나는 것 같아요.”
(최재용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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