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작성하며 지적 성장은 물론, 우정까지 깊어져
언제든 궁금한 것을 손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지식정보화 시대. 지식을 자기 안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것이 이젠 큰 의미가 없다. 대신 지식을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중시되고 있다. 자신이 갖고 있던 지식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해 탐구하다보면 깊이 있는 지적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내신과 수능 준비만으로도 분주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고등학교에서 논문대회를 진행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세원고등학교(교장 양자연)에서는 제3회 세원 논문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를 통해 지적 성장은 물론, 우정까지 깊어진 학생들을 만나보았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중제/ 팀별 참여로 소통과 네트워크 능력 길러
세원고 논문대회는 연간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4월 논문 계획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세원고 재학생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단, 개인 자격으로는 출전할 수 없다. 학년이나 계열에 상관없이 2~4인으로 팀을 구성해 참가해야만 하며 주제는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다. 세원고 양자연 교장은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협력을 통해 소통과 네트워킹 능력 등을 기를 수 있도록 팀별 참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낸 학생들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전했다.
논문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스스로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선정해 연구 계획을 세우고 수행하며 이를 한 편의 논문으로 완성해 내야 한다. 5월 중간고사 이후부터 여름방학 동안 집중 연구를 한 후 8월에 1차 논문 평가를 받고, 이를 보완 수정해 10월에 2차 평가를 받는다. 11월 최종 논문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결정하고 입선작 이상의 논문을 모아 논문집을 발간하는 것으로 대회는 마무리 된다.
논문 심사를 맡았던 고재아 교사는 “주제들이 청소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많고 해를 거듭할수록 학생들의 논문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논문을 준비하며 진로나 진학의 방향을 확실히 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세원고에서는 학생들이 학문적 양심을 지키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지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내 논문대회 윤리 규정을 만들었다. 윤리 규정에는 타인의 아이디어나 연구 내용 등을 표절하거나 연구 결과를 허위로 만들어 내는 등의 연구 부정행위를 정확히 명시했다. 논문 제안서 작성 시부터 윤리규정 준수에 반드시 동의해야만 대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연구자의 자세를 특히 강조했다.
최우수 논문 ‘딜레마에 빠진 죄수와 경제와의 상관관계’ 연구한
3학년 이태민 김동훈 오준성 학생
2014년 여름, TV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는 ‘죄수의 딜레마’라는 주제로 심리게임을 펼친 바 있다. 두 명의 공범이 경찰에 잡혔을 때, 두 명 모두 범행을 자백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끝까지 지키면 둘 다 적은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한쪽이 먼저 자백하면 자백한 쪽은 가벼운 처벌만 받는 반면, 다른 한쪽은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이 죄수의 딜레마다.
경제학에 관심이 많았던 세 명의 학생들은 이 원리를 경제에 접목해 그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를 했다. 김동훈 군은 “논문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한 후, 그 본질에 맞는 주제를 찾기 위해 시간 투자를 많이 했다”며 “논문대회 덕분에 경제, 경영, 심리 등 다양한 학문을 접해 보며 지식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논문대회는 주제에 맞는 과정을 계획하고 연구와 실험을 통해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태민, 김동훈, 오준성 군은 이미 밝혀진 이론이 유용한지 과정을 통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주제를 풀어갔다. 일반적이지 않은 만큼 방향설정이 어려웠지만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돌려 이를 분석하고 다양한 사례들을 수집해 정리하면서 논문을 완성했다.
이태민 군은 “필요에 따라서는 각자 역할을 분담해 연구의 효율을 높였고, 함께 공동 작업을 하면서 친구들과 더욱 친해졌다”며 “논문 대회의 경험들이 대학 진학 이후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대학에서 무엇을 공부할 것인지, 전공 선택은 관련 지식에 대한 다양한 경험에서 나와야 한다. 단편적인 지식만으로 전공을 선택하는 것은 무모하다. 논문 대회를 준비하며 학생들은 자신들의 흥미와 관심 분야를 뚜렷이 알게 됐다. 오준성 군은 “이번 논문을 작성하며 경제학과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특히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된 학문이라 대학에 가서 계속 공부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우수 논문 ‘식물탐구’ 연구한
3학년 유강현 안용준 박희수 이재용 학생
우주정거장에서 식물을 키우고 초파리도 키워보는 인류의 도전이 있었다. 지구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도 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지, 극한 환경을 만들어 식물들을 재배해 보고 그 변화를 살펴보는 실험이 진행됐다. 유강현, 안용준, 박희수, 이재용 군은 ‘식물탐구’라는 주제로 8개월간 긴 실험을 했다. 화학적, 물리적으로 식물 살이의 극한 환경을 만들어 놓고 생장 추이를 관찰한 것이다. 유강현 군은 “무엇보다 식물들이 자라는데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내심이 필요했다”며 “방과 후 아지트에 모여 함께 의논하고 실험하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논문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논문 주제를 정할 때 융합 과학에 주목했고, 학교에서 배운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함께 엮어 낼 실험을 계획했다. 박희수 군은 “식물을 탐구하지만 생물 차원에 국한된 지식이 아니라 다양한 학과 지식을 접목해 보고 싶었다”며 “덕분에 다른 분야의 과학을 접해 볼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라고 전했다. 안용준 군은 “교과서에서 배운 과학 개념을 적극 활용해 실험하다 보니 내신 공부에도 도움이 됐다”며 “과학적 지식을 폭넓게 접해본 기회였다”고 말했다.
입시를 위한 공부를 하다보면 특정 과목에 대한 지식만을 쌓게 된다. 또한 암기와 문제풀이 등 수동적인 공부에 길들여진다. 하지만 논문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은 자기주도적이며 능동적인 배움을 경험했다. 이재용 군은 “교과서 속의 정제된 지식을 받아들일 때와 달리 실험하고 탐구하면서 학문의 유희를 느꼈다”며 “논문을 마무리하며 지구라는 곳이 굉장히 축복받은 행성임을 깨달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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