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페스타에서 구조된 라페와 스타
날카로운 칼눈, 앙칼진 울음소리.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 꼽는 대표적인 이유다. 그러나 고양이를 한 번이라도 키워본 사람들은 오히려 그것이 매력이란다. 우리 곁에 반려동물로 함께하는 고양이는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분명히 나뉘는 동물이다. 어쩌면 그 만큼 사람들이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고양시 명랑고양이 협동조합’은 사람들에게 고양이에 대해 더 자세히 알리고, 이를 문화로 풀어보고자 시작된 모임이다. 고양이와 사람이 더불어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고자 마음을 모은 이들을 만나보았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명랑한 고양이 문화 만드는 공간
‘고양시 명랑고양이 협동조합’(이하 명랑고양이)은 4월 4일 일산동구 정발산동에 있는 ‘오!묘한 공작소’(이하 공작소)에서 첫 행사로 오픈 마켓을 열었다. 오픈 마켓에는 명랑고양이의 명예이사인 배우 장나라씨가 참석했고, 고양이와 관련된 다양한 아트상품과 애묘용품들이 판매됐다.
이날 모은 수익금은 길고양이의 구조와 치료비, 유기 고양이의 입양사업, 고양이 복지를 위한 여러 활동 등에 사용될 계획이다. 오!묘한 공작소는 고양시 캣맘들의 사랑방이자 고양이들의 쉼터로 활용되며 명랑고양이의 수익사업을 위한 공간으로 쓰일 예정이다. 앞으로는 고양이 관련 다양한 아트상품을 상시 판매하는 콜렉트숍으로 운영된다. 또한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와 이용할 수 있는 카페 겸 사랑방으로 분주히 단장 중이다.
명랑고양이 서주연 이사장은 “이곳에서 고양이와의 만남을 통해 사람들이 고양이에 대한 오해나 편견을 내려놓고 고양이에 대해 조금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며 “고양이 복지와 캣맘의 권익을 문화로 신나게 풀어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오!묘한 공작소에 첫 번째 입소한 고양이는 ‘라페’와 ‘스타’다. 라페스타 먹자골목에 살던 어미 고양이가 낳은 새끼로 근처 경비원들의 신고로 구조하게 됐다. 당시 새끼 네 마리가 구조됐는데, 두 마리는 임시보호를 자청한 봉사자의 집에서 자라고 있고 두 마리만 공작소에 오게 됐다. 캣맘들의 손에서 예쁘고 건강하게 자란 라페와 스타는 최근 두 마리가 함께 입양을 갔다.
5월부터는 명랑고양이 TV라는 팟 캐스트 방송도 진행 중이다. 캣맘과 고양이들의 일상을 담은 방송인데 사람들에게 소박한 감동을 전해주며 인기를 끌고 있다.
고양이 보호의 모범 ‘고양시 캣맘’
명랑고양이는 그 모태가 고양시 캣맘 협의회다. 길고양이 및 유기 고양이를 돌보는 모임으로 탄탄히 자리 잡은 고양시 캣맘은 자원봉사의 영역과 문화운동으로 영역을 나누는 변신을 시도했다. 캣맘의 봉사활동은 지속하되 수익사업과 문화 만들기 사업을 위해 협동조합을 만든 것이다.
고양시 캣맘은 조직적으로 활동하며 다른 지역에 본보기가 되는 사례를 많이 만들었다. 유기고양이 입양 캠페인을 시작해 3년 동안 1,500여 마리의 버려진 고양이에게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었고,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하는 TNR(Trap/Neuter/Return) 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TNR은 길고양이를 포획해 불임수술을 한 후 다시 풀어주는 것으로 이는 길고양이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데 도움이 되는 사업이다.
2012년 당시에는 고양시에서 예산을 지원하고, 포획과 방사 등은 캣맘들이 도맡아 하며 길고양이 TNR 사업의 전국적인 모범 사례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서울시에서도 이 사례를 도입해 길고양이 TNR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고양시에서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센터가 들어서면서 길고양이 TNR 사업은 시에서 단독으로 진행한다.
서주연 이사장은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은 좋지만 TNR 과정이 모두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며 “수술 이후의 고양이 방사에 대해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고양시 유기동물보호센터의 운영에 대해 아쉬움도 덧붙였다. 고양이에게는 범백이라는 전염병이 있는데 이는 전염성이 아주 강해 고양이들을 죽게 하는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알려져 있다. 서 이사장은 “포획해 온 고양이들을 보호소의 한 공간에 몰아두면 모두 몰살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고양이에 대한 경험치가 낮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경험하면 빠져드는 고양이의 매력
이장희 시인은 ‘봄은 고양이로다’라는 다음과 같은 시를 선보였다.
<봄은 고양이로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香氣)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生氣)가 뛰놀아라.
고양이를 경험한 사람이 전하는 고양이 예찬이다. 고양이는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동물이다. 물론 다른 동물도 비슷하지만 키워봐야만 고양이의 특성을 이해하게 된다. 서 이사장 또한 처음에는 고양이를 싫어했었다. 칼눈도 울음소리도 싫어했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버려진 고양이를 돌봐야하는 기회가 찾아와 기르다 보니 고양이의 매력에 빠지게 됐단다. 그만큼 고양이는 직접 돌보지 않으면 그 매력을 알기 어려운 동물이다. 강아지처럼 사람을 잘 따르지 않고 독립적으로 산다. 하지만 그러면서 사람과 함께 사는 반려동물이다.
명랑고양이 협동조합은 5월 29~31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펫박람회에서 ‘오!묘한 공작소의 냐옹냐옹 오픈마켓’을 운영한다. 고양이 관련 디자인 소품과 캐릭터 상품, 업체에서 협찬 받은 고양이용품 등을 판매한다. 또한 조합원들이 참여한 길고양이, 반려 고양이 사진전과 길고양이 바로 알기 세미나도 개최한다. 특별이벤트로는 고양이 여행자로 유명한 이용한 작가와 김하연 길고양이 기록 작가의 사인회가 진행된다.
문의 031-914-9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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