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흰색 공과 붉은 색 공이 부딪힌다. 흰색 공이 연이어 게이트를 통과하자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경기장 밖에서는 쉴 새 없이 작전지시를 내리고, 스틱을 잡은 선수는 침착하게 거리감을 재고 있다. 불꽃 튀는 긴장감 속에서 경기를 하고 있는 이들은 백석중학교 게이트볼 동아리다. 볼 치는 재미에 푹 빠져 무더위도 잊은 지 오래다. 오는 11월 전국학생 게이트볼 대회를 앞두고 있는 백석중학교(교장 최태숙) 게이트볼 동아리를 찾았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게이트골프’로 쉽게 시작
백석중학교 게이트볼 동아리는 1학년 자율동아리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체육시간에 게이트골프를 배우며 공치는 재미를 본 학생들이 제대로 게이트볼을 배우겠다며 동아리를 찾았다. 그렇게 모인 학생이 16명.
게이트볼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윤여찬 교사는 “처음엔 게이트볼을 약간 변형시켜 만든 ‘게이트골프’로 시작한다”며 “게이트볼보다 공을 더 세게 치면서 게이트 통과 요령, 거리감, 방향감각 등 게이트볼에 대한 이해를 돕는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게이트골프가 익숙해지면 게이트볼 게임 규칙과 전략을 가르친다.
“게이트볼은 팀 경기에요. 5명이 한 팀을 이뤄 30분 동안 경기를 해요. 게이트볼은 T자모형의 스틱으로 공을 쳐서 1번, 2번, 3번 게이트를 통과한 다음 ‘폴’이라고 하는 골대를 맞히는 게 기본규칙이에요.”(윤여찬 교사) 연습은 주로 아침 7시 50분부터 8시 25분까지 등교 전 시간을 이용한다.
보이지 않는 전략전술, 지능발달에 좋아
게이트볼은 단순해 보이지만 경기에서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전략과 전술이 펼쳐진다. 수 개념은 기본이고 눈치작전과 두뇌싸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주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수 학생은 “게이트볼은 번호가 중요하다”며, “번호를 보고 가야할 길과 보내줘야 하는 길을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상대팀이 우리 팀 공을 못 치도록 선에 걸쳐둘 때 아주 짜릿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게이트볼은 근육과 관절을 골고루 사용하는 전신운동이라 한 게임을 하고 나면 5천보를 걷는 효과가 있다. 학생들 자세교정에도 도움이 된다.
“게이트볼은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정타가 맞지 않아요. 어깨를 곧게 펴고 스틱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자세 교정에 도움도 되고 집중력에도 좋아요.”(윤여찬 교사)
학생들은 무엇보다 공치는 소리가 좋다고 한다. ‘딱’하고 소리가 날 때는 무더위도 싹 사라진다고. 김준호 학생은 “개인전을 하는 게이트골프와 달리 팀 경기를 하는 게이트볼은 협동심과 건전한 경쟁심을 기르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안지환 학생은 “힘을 합쳐 상대편 공을 아웃시킬 때 기분이 최고”라고 말했다.
올해 전국학생게이트볼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는 백석중 게이트볼 동아리는 틈틈이 일산지역 어르신 팀과 경기하면서 실력을 쌓을 계획이다.
학교 스포츠로 정착시키고파
윤여찬 교사는 게이트볼 전도사다. 올해로 교직 경력 21년차인 윤여찬 교사는 지난 2005년 배움에 대한 갈증으로 게이트볼을 시작했다. 평소에 육상, 씨름, 사격, 복싱, 마라톤, 배구 등 못하는 운동이 없는 그였지만 수업의 역량을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체육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는 여학생들이 안타까웠어요. 남녀학생 모두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남녀 모두 할 수 있는 게이트볼에 호기심이 생겼죠.”
윤여찬 교사는 바로 전국 게이트볼 협회에 전화를 걸어 문의를 했고, 마침 학교 지원사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후 2005년부터 3년 동안 지방을 다니면서 연수를 하고 자격증을 땄다. 2007년에는 ‘세대 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게이트볼’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산중학교 재직시절에는 학생 게이트볼 대회에서 최우수상의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지금은 게이트볼 전도사를 자처하며 게이트볼이 학교 스포츠로 자리 잡는데 애쓰고 있다. “중국, 일본은 게이트볼이 학교 스포츠에요. 우리나라에서도 게이트볼이 활성화돼 학교끼리 대회를 했으면 좋겠어요. 청소년기에 학생들이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해 보는 것은 무엇보다 값진 일입니다.”
>>>미니인터뷰 : 윤여찬 교사
게이트볼에 관심 있으신 선생님들 연락주세요. 초중고 모두 연수가 가능합니다. 근력보다 전략과 전술이 필요해서 여학생과 남학생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자세교정, 지능개발, 협동심, 희생정신 등 운동효과도 좋습니다.
>>>학생 미니인터뷰
지수 학생(1학년 2반) : 처음에는 규칙을 몰라서 당황했는데 하다 보니 협동해야 잘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친구들과 팀워크가 좋아지니 학교생활에도 활력이 생겼어요.
김준호 학생(1학년 5반) : 초등학교 때 게이트볼을 시작했어요. 중학교에 게이트볼 동아리가 있다고 해서 너무 반가웠죠. 게이트볼 선수가 되고 싶어요.
안지환 학생(1학년 5반) : 위치를 계산해서 정확하게 힘 조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길러지는 거 같아요. 무엇보다 선생님이 친절하게 가르쳐 주셔서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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