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회사에서 창립 기념일 특식을 정규직에게만 제공해서 논란이 있었습니다. 점심으로 정규직은 보쌈정식을, 비정규직은 육개장을 먹었다죠? 이 기사를 보면서 퍼뜩 ‘company’라는 단어와 몇 가지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먼저 어원입니다. company는 ‘빵’을 뜻하는 pan 앞에 ‘함께’라는 의미의 접두사 com-과 명사형 접미사 -y가 붙은 꼴입니다. com-은 con-이 뒤에 붙는 ‘pan’ 때문에 변형된 거죠. 컨퍼니보다는 컴퍼니가 발음하기 쉬우니까요.
결국 company는 ‘빵을 함께 나누는 사이’, 밥이 주식인 우리에게는 ‘한솥밥을 먹는 사이’가 되겠네요.
두 번째는 역사입니다. 화폐가 처음 출현할 무렵에는 회사라는 게 없었겠죠. 장인과 상인이 있었을 뿐. 그들은 각기 공방이나 가게를 열었고, 사람들은 주인장의 이름이나 성을 따서 해리네 대장간, 톰슨 씨네 꽃집 정도로 불렀을 겁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슬프게도 망하는 가게가 생기고 성한 가게는 덩치를 키우면서 이름도 다양해지기 시작합니다. 예컨대 대를 물려 가업을 이은 스타인웨이와 아들들(Steinway & Sons, 피아노 제작), 존슨이라는 성을 가진 두 사람이 힘을 합친 존슨과 존슨(Johnson & Johnson, 화장품)처럼….
끝으로 문법. 보너스 격입니다. company에 ad-가 붙으면 동사 accompany가 됩니다. ad-는 방향을 나타내는 접두사로 우리말로는 ‘~로’에 가장 가깝습니다. 모양이 ac-로 바뀐 건 앞서 말한 자음동화 때문이구요. 어드컴퍼니보단 어컴퍼니가 발음하기 쉬우니까.
아하~ 그렇다면 accompany는 ‘(누군가를) 한솥밥 먹는 사이로 만들다’가 되겠네요. 선생님들이 외우라고 하죠? 자동사로 착각하기 쉬운 타동사라고. 사전에 나오는 뜻만 보고 ‘동반하다’라고 외우니까 ‘~와’라는 뜻의 ‘with’을 괜히 붙이게 되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또 외워야 하는 겁니다. accompany가 타동사인 이유. 그 유래에 있습니다.
보셨죠? company라는 간단한 단어의 안팎에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들이 관계 맺고 있습니다. 과목으로 따지면 국어, 영어, 사회문화, 법과 정치, 경제, 세계사가 하나의 단어를 매개로 어우러지는 거죠. 이런 이야기들을 재료삼아 촘촘히 그물을 만들어가는 것이 인문학이구요. 인문학은 생각하는 방법, 무조건 외우지 않는 방법, 가장 효율적인 공부 방법인 겁니다.
끝으로 사족 하나 추가. 윤리입니다. 사장님들, 회사는 ‘한솥밥을 먹는 사이’입니다.
우리들학교 강현석 대표교사
031-912-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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