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권투를 배우기 시작해 프로 복서로 활약하는 고등학생들. 왼쪽부터 김찬영, 신류, 유호영군
중산동 복음병원 인근에 위치한 중산권투체육관(관장 신성욱)은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권투를 하는 이들로 북적인다. 일반인부터 초등학생, 주부들까지 다양한 가운데 훌쩍 키가 큰 중고등학생들이 눈에 띈다. 한창 학업 스트레스가 많을 나이, 학생들은 격렬한 권투를 통해 에너지를 발산한다. 이들 가운데는 취미를 넘어 프로복서로 활약하는 이들이 있다. 안곡고 유호영(18)군, 대화고 신류(17)군, 세원고 김찬영(18)군이다.
권투 매력에 빠져 프로테스트까지 도전
유호영군이 권투를 접한 건 3년 전, 몸이 허약해 취미로 시작해 올 초 프로복서가 됐다. 운동으로 몸도 건강해지고 친구들의 소소한 괴롭힘도 사라졌다. 장난삼아 툭툭 한 대씩 치고 놀던 친구들도 호영군이 복서라는 것을 알고 더 이상 건들지 않는다고. 호영군은 이달 10일 데뷔전을 치렀다. 훈련보다 힘든 건 몸무게를 66kg에서 71kg 넘게 찌우는 과정이었다. 프로 선수로 뛰어보니 어려움을 절감했다는 호영군은 아직까지는 권투를 취미로 즐기려고 한다. 호영군을 사로잡은 건 아직까지는 ‘헬스해서 만든 몸과 달리 잔 근육이 살아 있어 탄탄한 복싱 선수들의 몸’이란다. 상대를 때렸을 때의 타격감이 권투의 매력이라는 호영군은 아직 진로에 대해서는 아직 다양하게 모색하고 있다.
권투 인지도 높이는 챔피언 되고파
신류(17)군은 살을 빼려고 권투를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해 5kg을 감량했다. 내친김에 프로테스트까지 통과했다. 데뷔전은 치아교정기를 빼고난 뒤인 내년에 치를 예정이라 아직까지는 아마추어 경기에서 뛰고 있다.
류군은 프로테스트의 치열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몸무게를 많이 뺐거든요. 힘든 경기였지만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혹독하게 치렀어요.”
할수록 스트레스가 풀리고 몸도 단련되고 자신감이 생겨 류군은 권투를 계속할 생각이다. “누가 길거리 가다가 시비를 걸어도 권투를 배웠으니까 자신을 믿고 어느 정도는 방어할 수 있잖아요. 아직까지 경험은 없지만 (웃음) 학교에서는 제가 권투 한다는 걸 아니까 시비를 걸진 않아요.”
류군은 비인기종목인 한국 권투 인지도를 상승시키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이왕 시작한 거 최대한 할 수 있는 챔피언까지 해보고 싶다”는 야무진 학생이다.
지지 않는 승부 근성 키워주는 권투
김찬영(18)군은 올 초에 프로테스트를 통과했다. 5학년 겨울방학 때 시작한 권투지만 제대로 운동한 건 올 해 부터다. 찬영군은 지난 7월 18일에 프로데뷔전을 치르는 도중 눈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인해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해야 했다.
“많이 다친 건 아니지만 다음에는 꼭 이겨야겠다는 마음, 끝을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권투는 할수록 승부욕이 생기거든요. 결국 그 선수와 다시 경기해서 제가 이겼어요.”
공부보다 운동이 좋다는 찬영군은 대학에 가서도 권투를 계속 하려고 한다. 링 위에 올라가서 긴장하지 않고 즐기고 오는 선수가 되는 것이 찬영군의 바람이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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